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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다.

서울을 거닐다 - 열한번째 이야기

무량수won 2012. 4. 27. 14:34




봄비가 살랑살랑 떨어지던 어느 일요일. 신촌에서 광화문으로 걷고 있었다.


그 사이에 반듯이 거쳐가야만 하는 아현동이 내 눈에 보였다. 2012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1970년대와 80년대의 향기를 맡을 수 있던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향기를 냄새나는 것이라면서, 구식이라면서 치워버려야 한다 하지만....


오래 된 건물자리는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이 건물들이 폭삭 내려앉아있었고, 그 주변을 높다란 담장같은 철근과 천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몇일 뒤 나는 그 곳을 다시 찾았다.





마치 구멍이 난듯이 곳곳에 있던 건물은 사라졌다. 예전에 무엇이 있었느냐는 듯이...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으려는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질 예정된 곳. 해가 높이 떠있는 한 낮에도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부수는 것일까?


내가 사람들이 모두 떠난 동네를 둘러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여기 살던 사람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떠났을까?'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재개발은 예전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을 모두 쫒아내고, 돈많은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한 정책들이었다. 누군가는 그런 과정에서 돈을 벌었지만 돈 없는 많은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쫒겨나기 바빴다.


그래서 나는 이 풍경 속에서 걱정이 앞섰다.


과연 여기에 지어질 깨끗하고 높은 건물들에는 여기에 살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지를...




해는 이렇게 잘사는 곳이든 못사는 곳이든 똑같이 비춰주는데....





저 수 많은 작은 집들도 곧 빌딩숲으로 변할까?


사람들은 살기 좋아졌다며 좋아하고 박수를 치게 될까?





사람이 자연을 망가뜨렸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은 살기위해 뿌리를 내렸지만, 또 사람들은 그 조차 허용하지 않고 다시 한번 그 자연을 부스려한다. 






곧 사라질 모습. 사람들이 떠난 자리.





그 곳에 살던 그들은 잘 떠났을까?





지저분 하다고 모두 나쁜 것이 아니고, 깔끔하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어쩔수 없이 지저분 한 것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편해지는 것도 있다.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듯이...







성공 할 것인가. 실패를 당할 것인가.


삶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세상에서 당신은 어디에 속해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제일가는 부자라는 사람들은 잊혀질 때 쯤 되면, 형제들끼리 재산싸움을 한다.


어제는 현대에서 오늘은 삼성에서 내일은 또 어디가 싸울까?


신문과 방송이 그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동안 그 동네 사람들 이야기는 누가 들어줬을까?


그 동네 사람들의 안녕보다 가진 자들의 돈싸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세상이 조금은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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