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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진보가 싫어졌다는 그에게...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진보가 싫어졌다는 그에게...

무량수won 2012. 10. 26. 04:27




누군가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러저러해서 진보가 싫어진다고 말을 했다. 그의 글을 보는 내내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진보가 내세우는 일들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과연 그는 무엇에 그렇게 회의를 느꼈던 것일까? 난 그래서 아래와 같은 답글을 남겼다. 블로그로 옮겨오면서 원본 댓글을 약간 수정했다.






진보를 싫어할 수는 있습니다. 그만큼 타당한 자신만의 이유는 있겠지요.

말씀하신 이야기를 보고나니 남들이 열심히 일한 것 빼앗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네... 한국에서 보수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 열심히 노력해 얻은 내 자리.... 다른 사람들은 노력 같은 것 하나도 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데 그자리를 꿰어차고, 그래서 박탈감을 느끼고 화나고, 내가 왜 저들까지 보듬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다 알아요. 일정부분은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당신이 무시한 그들... 당신의 것을 빼앗아가는 나쁜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그들. 당신 보다 더 열심히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에게 무시당하고 있을지라도 한때는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희생했던 것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약자를 왜 돕냐구요? 지들이 못난건데 왜 도와야 하느냐구요? 그 못난 사람들이 있어서 당신이 잘나보이는 것이고, 그 약자들이 살만해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못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야 당신의 삶도 좀 더 가치가 있어지거든요.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공부잘한 사람들과 잘난 사람들만 살아남아야 하는 나라는 아니잖아요. 약하면 좀 도와주고, 힘들어하면 해결할 방법을 찾아주고, 그렇게 돕고 살아야 하는 나라잖아요. 그런 도움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한국인들 만의 "정"이라고 했잖아요. 그걸 전통이라고 했고 다들 그것을 자랑스러워 했잖아요...


일단 당신이 자꾸 걸린다고 말씀 하셨던 것들 하나하나 이야기 해볼께요.

비정규직이라는 공부 하나도 안한 꼴통들이 나랑 같은 대우받으려고 해서 열받으시나요? 솔직히 가슴에 손을 두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하는 그일 당신만큼 공부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지를요. 어쩌면 그 비정규직 사원들이 당신보다 더 일을 잘하고 당신이 받아가는 월급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당신이 지금 하는 생각. 혹시 대학나왔다는 유세를 떨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요?


공짜밥에 투정부리는 아이들.... 그래요. 내돈으로 먹이는 것인데, 그걸 함부로 버리면 기분 나쁘죠. 그런데 당신 자식의 그런 투정도 괘씸한 녀석이란 생각을 하게 될까요? 어린 아이는 그럴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혹시 당신은 어린시절 반찬투정 한번 안하고 철든 어른들 처럼 행동하고 살았었나요?


노숙자들의 서울역 투쟁... 네. 이 사회의 골칫거리입니다. 노숙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위협하기도 하고 사고나 만들고... 그런데 그 사람들 거기 있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더 큰 일을 벌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더 잃을 것도 없어서 무서울 것도 없거든요. 차라리 그곳에 모여 있게하고 관리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또한 갈 곳 없는 그들이 그나마 살아보기라도 하겠다고 조금 더 따뜻한 곳 찾아 온 곳이 서울역이에요. 삶에 희망란 것이 없어도 어떻게든 생명이라도 유지해 보겠다고 하는 이들을 쫒아내 추위에 떨다 죽으라고 해야되겠나요? 사람이잖아요. 사람이 잡아먹어야 할 짐승도 아니고, 사회라는 공간안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사람이잖아요. 그들이 살려고 그러는데 그 조금 이해해주면 안될까요?

그들을 보면서 저런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다니... 라고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어떻게하면 그들이 다시 삶의 희망을 찾고 활력을 찾아 생산적이고 활동적인 일을 하도록 만들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당신이 있는 그 자리... 당신이 졸업한 대학... 당신 혼자만 잘나서 거기에 있게 된 것 같죠? 아니에요. 당신은 모를테지만 분명 당신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당신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도 있을꺼에요. 당신이 혼자 잘난 것이고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취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학비를 대주지 않고 기운을 돋게해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 당신이 지금 차지하고 있는 자리와 당신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답니다. 왜냐구요? 그들이 없었다면, 당신의 지위와 당신이 졸업한 대학이라는 간판이 무슨 가치가 있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필요없어 보이는 그들이 존재 해야 사회라는 것이 존재해요. 그래야 당신도 존재도 빛이 나는 것이랍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따지지 않아도, 인간이란 소중한 것이에요.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되요. 그것이 사람이고,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가치니까요.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진보라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위해서 인권을 외치는 것이에요. 



당신은 사람이잖아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도 사람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잖아요.


그러니 조금만 관심을 가지세요. 굳이 행동하지 않아도 되요. 당신보다 약하고 못난 사람들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하세요. 그거면 되요. 그렇게만 하면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바뀔꺼에요. 알아요. 당신 혼자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아요. 그런데 말이죠... 당신이 바뀌고, 내가 바뀌고, 저 사람이 바뀐 마음을 가지면,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회는 당신의 마음과 내마음 그리고 저 사람의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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