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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 테드 창

무량수won 2013. 9. 13. 23:53

요즘 책에 대한 글을 많이 쓰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꽤 많은 흥미를 잃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꽤 쉽게 읽히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책이다. 뭔가 굉장히 어려운, 그리고 굉장히 전문적인 책일 것만 같은 제목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냥 소설책이다. 다만 제목이 기묘하게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이유는 이 책이 SF소설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은 꽤 재미있다. 요즘 이것 저것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술술 넘겼으니 아마 많은 사람들도 비슷하게 술술 넘길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그리고 이 책이 꽤 괜찮았던 것은 주제의식과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꽤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이 때문이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였을지 혹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내가 읽어낸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가상 세계의 친밀함과 교감이 현실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과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어떤 작품에서든지 다 등장하는 것이기에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소설에 등장하는 고뇌들이 인간들이 항상 해왔던 고민이고, 또 앞으로도 해나갈 수 밖에 없는 고민이라는 점에서 그 크기를 크게 바라봤을 뿐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떤 미래의 사회가 있다. 이 사회에서는 가상 세계의 프로그램들이 AI를 가지고 있도록 만들고 그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그래서 그것이 마치 어린아이 수준처럼 행동 할 수 있는 개발 프로젝트에 애나라는 주인공이 참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AI프로그램에 이런저런 인간적인 애착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이 애착을 가지며 돌봐왔던 AI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잃어 살아갈 곳을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다. AI를 위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려면 거액의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위해서 자신들의 원칙을 포기하려는 애나와 데릭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말한 대로 우선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인간과 가상세계와의 관계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상의 인간관계를 진중하게 생각해 볼거리를 던지고 있다. 소설 속 세계 뿐만 아니라 현실의 많은 것들이 가상 세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부터 일상의 대부분이 말이다. 소설은 거기에 AI기능이 마치 어린 아이 수준의 가상의 애완동물을 만들어서 애정을 주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가상의 대상을 좀 더 가상화 혹은 인공화 시킨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만 하는 가?’라면서 한탄 섞인 이야기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정말 미래에는 이렇게 생활이 진행될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 부분을 주변사람들을 통해서 표현한다.

 

소설은 애나의 애인 이라던지 데릭의 부인을 통해서 가상 세계의 AI에게 집착하는 혹은 과도한 애정을 쏟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다. 이건 요즘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이들의 모습과도 매우 닮은 듯하기도 하다. 히키코모리란 오프라인의 사회 활동은 일체 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상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히키코모리는 그저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갔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히키코모리의 성향을 지니지 않더라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 오프라인을 통한 것보다 온라인을 통한 유대감 형성에 매우 적극적이고 또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유행 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이런 저런 인터넷 상의 프로그램이나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어플 등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상 세계는 일상 생활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하나의 장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연애에 있어서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앞서 말한 SNS 서비스들을 통해서 유대감을 쌓고 난 뒤에 직접 만나는 것을 결정하고 또 그런 서비스를 통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애정도를 확인하는 커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책은 결말 부분에서 이 애정에 대한 것을 좀 더 직접적인 문제로 다룬다. 바로 섹스라는 행위를 어린애 같은 AI들이 인식하고 행위 할 수 있도록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르는 결정권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것들이 깊이 있는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슬쩍 훑고 지나가듯이 이야기 하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책이 좀 더 깔끔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불과 20년전만 하더라도 이런 생각들은 SF물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졌던 질문이 이제는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가 꽤 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SF 소설이지만 그저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의 문제가 같이 녹아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 동안 SF물에 대해서 너무 쉽게 보아왔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무협지를 보면서 항상 그런 스토리에 그런 주제의식의 이야기만 하는 뻔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꽤 강했다고 할까? 뭐 그렇다고 아주 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런 선입견이 꽤 많이 그리고 오랜 시간 남아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영미쪽 SF의 수준에 감탄하게 되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이 책이 너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동안 내가 접했던 영미쪽 SF소설들에 대한 누적된 평가라고 보는 것이 정확 하리라 본다. 마치 무협소설인 김용의 영웅문을 읽으면서 무협소설이라고 무조건 우습게 보면 안되겠구나 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현재 한국의 무협소설은 김용의 소설만큼의 내공을 갖춰진 것을 못 봤었기에 그 선입견은 여전히 살아있긴 하지만, 내가 본 적 없는 무협소설에 중에는 분명 김용 소설 못지 않은 작품성 까지 가진 소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그랬다. 꽤 재미났고 많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소설이었고, 이야기 할 꺼리도 많은 소설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남은 문제는 내가 이 소설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통한 이야기를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요즘 내 상태를 보면 그냥 그렇게 대충 몇 마디 마지못해 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 글은 뭐 독서토론에 관한 글은 아니니까 내 개인적인 모임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자.

 

문제제기 면에서는 과거에 읽었던 <세계정복은 가능한가> 만큼이나 할 꺼리가 많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해서 그리고 현실에 대해서 꽤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계정복은 가능한가>에서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에 접근하는 바람에 놓쳤던 재미와 이야기의 속도감을 챙긴 것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소설이라는 장르라는 특성이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세계정복은 가능한가>의 경우는 소설이 아니었다.

 

반면 다소 아쉬운 것도 있다. 좀 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와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SF지만 주제에 대한 이야기의 깊이를 좀 더 가져가고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더 표현했다면, 아마 나는 이 책을 명작의 반열에 올리면서 칭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좋은 책이지만 명작의 반열로 칭송 받기엔 걸리는 것이 많은 아쉬운 책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라면, 재미나면서 약간의 철학적인 이야기가 필요했던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IT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줄로 이 책을 이야기 하자면, 가상 세계의 친밀함에 푹 빠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가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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