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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717]의 첫 연재를 마치며

무량수won 2013. 11. 21. 13:04

717의 일차 연재를 끝내며

 

처음부터 연재 할 생각을 하며 썼던 것은 아니었다. 717이란 숫자를 매개체로 단편을 쭉 이어나갈 생각도 없었다. 첫 글인 <헤어지다>를 쓸 때는 연애 감정을 끄적거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의 연애 모습 혹은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헤어짐이란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하고 싶었다. 남자 입장에 편중되어 썼던 이유는 원래 계획에 여자 편을 따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써놓고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니 <헤어지다>를 쓰면서 괜히 강조하고 싶었던 시간이 유난히 내 눈에 들어왔다. 시간 717. 숫자 717에 집중하다 보니 연애 이야기보다 사람들의 일상을 적어보고 싶어졌다. 왠지 모르게 각각의 하루를 연결해 주는 느낌의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다음으로 쓰게 된 것이 <삐에로>. 삐에로는 감정 노동자의 상징으로써 가져온 직업이다. 사실상 한국이란 나라에서 보기 힘든 직업이기에 상상 속의 직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점이 나에게는 더욱 상징성이 두드러졌다. 기분 나쁜 일을 당해도 언제나 웃고 있어야 하는 많은 직장인들. 손님은 왕이라며 무슨 일을 해도 화를 내서 안 되는 피 고용인들. 웃기 싫어도 주변 눈치 때문에 진심으로 웃는 척을 해야 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상징 말이다. 감정 노동자라 이야기 했지만, 사실상 한국에서 일을 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끄적였다.

 

글 두 개를 끄적거리고 나자 자연스레 남자들의 감정에 집중해 쓰고 싶었다. 소설도 그렇고 인터넷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보게 되는 글에서 남자들의 감정은 그리 쉽게 볼 수 있지 않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공간에서 종종 목격이 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들에 비해서 인터넷에서 조차 자신의 감정에 남자들은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인터넷 곳곳에서, 특히 여자들이 종종 있는 인터넷 상의 공간에서 남자들은 강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쓰고 여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받는 느낌도 들었다.

 

그나마 10대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 하게 되는 반면, 20대를 넘어서는 성인이란 단어가 붙게 되는 남자들의 경우는 인터넷에서 조차 강해 보이려는 현상이 더 심각해 보였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이야기로 나라면 어떨까를 대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이야기라서 그들의 입장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 다만 어느 정도 그들의 일부분이라도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끄적거렸다.

 

그렇게 7개 정도의 작품이 쌓였고, 이를 수정해 연재 방식으로 글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일주일에 한편씩 총 두 달에 걸친 연재였다. 이렇게 했던 이유는 글을 숙성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글을 써놓고 나면, 글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여서 보는 순간마다 매번 바꾸고 싶어진다. 글에 대한 불만과 안타까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글을 막 써놓고 나면 누구나 빠져들게 되는 소용돌이다.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면, 좀 더 안정적이고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간단한 예를 들면, 글을 쓸 때는 몇 번이고 보이지 않던 오타나 비문들이 이틀에서 삼일 정도 지난 후에야 보이게 되는 것이랄까? 뭐 그렇다.

 

지금까지 공개한 글 이후에 717을 매개체로 쓴 단편이 몇 개 더 있다. 관련된 생각들의 스케치도 해 놓았다. 그런데 이 글들이 인터넷이란 공간의 빛을 볼 수 있을 지는 장담을 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내 글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누군가 우와!” 하며 박수 쳐 주는 것을 바란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공개해도 좋겠다는 자신감 말이다. 거기에 앞서 써 놓았던 이야기 더하기 감정의 중복이 있을지 모른다는 괜한 걱정까지 더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쓰여지지 않는 다는 문제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앞서 말한 글의 숙성처럼 생각에도 숙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글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하고 잠시 쉬어가게 된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계좌에 돈을 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말이 꽤 길어졌는데, 이런 이유로 쓰여진 단편들이었다. 그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나였을 수도 있고 혹은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봤던 누군가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모두 내가 겪은 상황은 아니지만 최대한 내가 그 상황이라면 이라고 열심히 상상하며 이야기를 끄적여 봤다. 나름 감정을 살려서 쓴다고 했는데 잘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누군가 읽을 수 있고, 글을 보고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해 줬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앞서 발표한 글에 이어 써놓은 글이 인터넷의 빛을 받아 공개 될 수 있을까? 괜히 멋지게 보이려고 생각의 숙성 타령을 했지만, 어쩌면 귀차니즘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2013/10/03 - [상상 속 이야기] - [717] 헤어지다.


2013/10/10 - [상상 속 이야기] - [717] 삐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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