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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 사이코패스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드라마와 애니 감상기록

넷플릭스 애니, 사이코패스

무량수won 2017. 12. 4. 22:51

오랜만에 리뷰글을 하나 남긴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영상 업계를 사실상 독식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마치 구글이 세계 검색 시장을 독식하듯이 퍼져나간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아직까지 구글만큼의 파워를 대중들이 의지하고 있진 않다. 만약 디즈니의 새로운 서비스가 넷플릭스를 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자본이 넷플릭스가 현재 구축해놓고 펼치려하는 것을 견제 혹은 추격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의 대한 생각을 쏟는 리뷰는 아니니 이정도만 하도록 하자.


최근에 본 애니를 이야기 해야겠다. <사이코패스> 제목만 보면 마치 사이코패스들의 범죄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컴퓨터 같은 시스템이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읽어 그들의 범죄지수를 매기는데, 그 범죄 지수에 붙은 명칭이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알던 그 단어의 의미와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 지수가 높은 사람은 연속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범죄 연속성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느라 사이코패스라 이름 붙인듯 하다. 뭐 작가의 정확한 의도야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 애니는 지속적으로 묻는 것이 있다. "시스템으로 인간을 통제하면 완벽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가 그 질문이다. 애니에선 시빌라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사람들을 판단하고 계층화하고 사회가 폭력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다듬어 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시스템이 잡아내지 못하는 오류를 건네주면서 이 애니는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완벽한 시스템이란 것은 존재하는가?"라고. 그리고 묻는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굳이 이 애니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이 하는 질문이긴 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해가는 애니다.


일본 애니 중 꽤 작품성이 있다고 불려지는 것들은 사회에 대한 질문이 꽤 많은 편이다. 특히 통제된 사회에서 벌어지는 계층화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데, 아마도 이건 일본 내부에서도 사회가 꽤나 경직되었다 싶을 정도로 계층화가 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인간 위에 인간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점점 깊어져가는 계층화. 이건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왜 이리 일본의 안좋은 점만 자꾸 따라가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도 사람들 사이의 계층화가 심화되고 있다. 얼마 전(글이 쓰여지는 시점은 2017년) 인터넷 유행어라면서 떠돌았던 흙수저와 금수저 같은 수저 계급론은 한국 사람들이 계층화에 대해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보면 될듯 하다.


애니가 TV스리즈에서 대놓고 계층화된 사회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특히 시즌1과 시즌2의 경우 계층화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완벽한 시스템이라 일컬어지는 시빌라 시스템의 모순에 대해 짚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내가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극장판을 통해서 풀어줘서다. 극장판까지 보고 나서 내가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이유기도 하다. 작가에 대한 "감사"의 느낌이랄까? 아니 사실 그보다는 작가의 의도와 생각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애니에 대한 불편(?)한 점이 좀 있다. 그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유명 철학가의 말이나 작품을 따온다는 것이다. 일본 애니들에서 가끔 보이는 설정이긴 한데, 특히 유럽 쪽 유명 철학 질문을 많이 따와서 작품의 대사로 넣는다. 케릭터를 유식(?)하게 보이게 하려는 느낌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내가 보기엔 케릭터가 유식해보이기 보단 작가가 '내가 이만큼 자랑하려는 것이다'라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인용의 과잉은 항상 나에게 이런 거북함을 던져 주는 듯 하다.



줄거리를 좀 이야기 하자면, 이 애니는 주로 아카네란 신입 여자 감시관의 시선을 통해서 그려진다. 감시관은 범죄 지수가 높은 집행관들을 감시하고 지휘하는 역할이다. 집행관은 쉽게 말하면 수사 능력이 뛰어난 형사들인 셈이다. 다만 시스템상 범죄 지수가 높기 때문에 범죄 지수가 낮은 감시관이 수사 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1시즌에서는 아무리 살인을 저질러도 범죄 지수가 높아지지 않아서 시스템으로 처벌 할 수 없는 인물에 대해서 그려진다. 시스템의 오류에 관한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 아카네는 자신이 믿었던 완벽한 시스템의 오류를 마주면서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2시즌은 1시즌과는 다른 형태의 오류로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인물이 나타난다. 주인공인 아카네는 1시즌, 2시즌 모두 "어쩔수 없이" 이들을 저지하게 되는데, 1시즌은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맹신이 깨지는 것이고, 2시즌은 "어쩔수 없이" 지킬 수 밖에 없는 아카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리고 극장판은 이야기를 시빌라 시스템이 완벽(?)히 지배하는 일본에서 벗어난 외부로 돌린다. 여기서는 이 시스템의 과도기를 보여주고 그 상황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낸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극장판이기 때문에 TV스리즈 만큼의 깊이 있는 공감 얻기는 힘들었다. 다만 내가 이 애니를 보면서 느꼈던 인간 사회의 계급화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간 것이 인상이 깊었다. 요즘 말로 하면 취향을 저격당한 느낌인 것이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겠다. 이 애니는 좀 어둡다. 1시즌에선 주인공인 아카네를 밝은 케릭터로 만들어 전체적으로 어두운 이야기에 대한 균형을 맞췄지만, 시즌2에가면 주인공도 어두워져 버린다. ㅡㅡ;; 그래서 어두운 이야기나 암울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어두운 이야기의 특징상 잔인한 장면들이 많으니 잔인한 장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어두운 이야기의 애니는 주인공에 대한, 혹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설명이 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아카네가 '그 시스템이 불합리함을 느끼면서도 왜 유지하는 활동을 어쩔 수 없이 하는가?'에 대한 대답 같은 것인데, 등장 인물들의 대사로 풀어낼 수도 있지만 이 애니는 그보다 주변 상황으로 시청자가 자의적인 판단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런 저런 의문이 좀 남게 된다. 되게 쓸데 없어보이는 철학 논쟁은 길게 대사로 풀어내면서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그것도 작가의 나름의 의도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성향에 따라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위에 말한 것들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꽤 재미나게 즐길만한 애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애니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건 <아인>정도가 있는데, 이것도 굉장히 어두운 애니다. 이런 애니만 보면 굉장히 암울한 기분이 들 수 있으니 우울한 시기엔 피하는 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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