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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대학

무량수won 2011. 2. 26. 16:53


한겨례라는 신문을 구독하지만 사실 읽는 글은 많지 않다. 기사는 머릿글만 읽는 편이고 사설도 관심이 가는 사람의 글이나 논쟁꺼리가 될만한 글만 읽는다. 그러다 오늘 꽤 재미난 글을 읽었다.

> 한겨례 문화 칼럼 "대학이 뭐죠?" - 오지혜 <

한줄 요약하면, 기업화가 된 대학이 아쉽다는 평이다. 여기에서 그녀는 대학 강연 이야기를 바탕으로 말하고 있다. 그녀의 기억속에 대학이 상업적으로 변해간 것은 15년 전쯤이라 한다. 1990년대 중후반. 그 당시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 시기에 들었던 대학의 분위기는 더 이상 대학에는 데모가 없고 모두 취업 걱정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만이 들려왔다. 다들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빠서 사회적인 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며, 토로하던 젊은 선생님들과 학교 선배들의 이야기가 간간히 들려오던 시절이었다.

그 뿐만은 아니었다. 뉴스에서도 90년대와 80년대 대학생들은 다르다며 90년대에 달라진 대학문화를 소개하고 있었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관문으로 인식이 변하던 시기였다. 덕분에 지방에 있던 4년제 대학보다 서울에 있던 이름 없는 2년제 대학의 입시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모두가 신기해 하던 때였고, 이제는 대학이란 간판보다 취업률이라며 뉴스에서도 덩달아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각 대학에서는 각지의 고등학교에 대학를 준비하던 이들의 선배들을 파견해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러던 시기에 나도 대학을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고 그런 고민속에서 그나마 마음속으로 따르던 선생님께 4년제 지방대학과 서울에 있는 2년제 전문대 중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니가 보기에 4년제를 나온 사람과 2년제를 나온 사람 중에서 어느쪽이 더 나아보이느냐고 오히려 물어보셨다." 나는 당연히 아무리 사람들이 요즘은 전문대가 더 좋다고 해도 4년제 대학을 나온 것이 더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의 일반적인 인식이 그러했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그럼 너는 지방에 있더라도 4년제를 가는게 낫겠다고 답을 해주셨었다.



그후로 지금까지도 대학들은 광고를 할 때면, 취업이 얼마나 잘되는지를 먼저 이야기 한다. 2000년대 중반에는 취업률에 대한 허위광고로 재제를 받는 대학들이 속출하기도 했었고,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는 교묘하게 숫자를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마 서울의 유명 대학들. 흔히 말하는 스카이대라고 묶여 부르는 곳과 더불어 이름만 대면 누구나아는 몇몇 대학 제외하고는 다들 이런 광고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경험했고 기억하는 2000년대의 대학가는 이런 대학들의 광고와 함께 날로 늘어가는 대학등록금에 매년 투쟁을 해왔었다. 사람들은 날로 높아가는 대학 등록금에 연신 한숨을 내쉬기에 바빴고, 학생회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등록금 투쟁을 했지만 그리 큰 소용은 없었다. 마치 학교는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듯 인상률을 높게 부르고 학생들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면, 인심을 쓰는척 낮춰주는 쑈를 했었다. 그렇게 낮춰 봐야 언제나 매년 인상되는 물가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애초에 학교는 학생들과 타협할 것을 감안해서 인상률을 높게 부르던 것이었다. 쑈는 계속 되어야 했으니까. ㅡㅡ;

그녀가 보았던 광고처럼 15년전에 대학은 이미 주식회사로 변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학에서는 공대는 기업연구 의뢰비로 시설과 장학금을 충당하고, 의대는 병원 진료비로 그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경영대는 사회에 선배들과의 의라라는 이름으로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돈들어올 구멍이 없는 인문대는 점점 그 규모를 축소하게 되었고, 순수학문에 관련된 학과는 축소시키거나 사라지게 된다.

더불어 순수학문이 많은 인문대는 취직을 잘 못한다는 인식이 겹쳐지면서 대학에게는 흔히 말하는 계륵이 되었고, 학생들은 꺼리는 학문이 되버렸다. 즉 주식회사 대학에게 있어서 소비자도 원하지 않고 생산자도 원하지 않는 불필요한 상품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박사학위를 받으러 외국으로 나가는 이유는 한국에 자료가 없어서도 있지만, 순수학문을 하는 대학원의 수가 매우 부족한 것도 원인중에 하나일 것이다.

수많은 박사들이 해외에 나가서 학위를 받아오면 무엇을 하는가?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혈안이된 대학은 그들을 싸구려 시간강사로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대학 교수자리 하나 얻으려면, 어디엔가 줄이 닿아 있어야 하고...

그 때문인지 주식회사 대학은 이런 인문대학도 돈으로 만들어보고자 문화 컨텐츠라는 이름으로 인문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몰아 넣고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변해가다보니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기 보다 소비자인 학생을 위해 직업학원이 되었고, 소비가가 몰리지 않는 즉, 돈이 몰려들지 않는 순수학문에는 지원할 여력따위는 없는 것이다. 만약 지원할 생각이 있었다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온 그 많은 시간 강사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학문적 발전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을 것이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새대를 육성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한국에 있는 고학력의 시간강사들과 지금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위해서 공부하고 있을 유학생들의 수만 생각해 본다면, 한국에서도 일본 못지 않는 학문적인 성취들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다못해 그들만 잘 모아놓아도 10년뒤 혹은 20년 뒤에는 굳이 외국으로 유학가지 않고 한국에서 연구업적을 쌓아서 박사학위를 받을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이야기가 인문대 쪽으로 많이 흘러 갔는데, 시작은 공대로 해서 졸업을 인문대에서 한 인간이기에 나도 모르게 이런 한탄이 나와버렸다. ㅡㅡ;



중요한 것은 많은 뉴스 보도에서 나오듯이 학생들의 등록금 마저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쓰기보다 적립금을 쌓아 경영이란 이름으로 돈놀이에 바쁜 대학은 이미 대학이 가져야 할 정신은 잃어버린지 오래되었으며, 하나의 사업체로서의 대학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대학이 그런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안 사회도 그들의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수조원의 돈을 적립금으로 쌓아 놓고도 매년 엄청난 등록금 인상률을 말하는 대학이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당연하 다는 듯이 말하고 그것을 그럴수도 있다는 식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학생들은 점점 더 자신들이 소비자인 학교에 고용된 사람들의 일은 그저 나 몰라라 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것이고, 학교도 그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 학교의 질을 높이기보다 학교의 외양을 치장하는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보니 학생이 교수에게 가지는 예의나 애정이 교수가 학생에게 가지는 예의나 애정 만큼이나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에서 지하철이 민영화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쾌적하게 걸으라고 넓게 만든 통로가 이제는 상가로 바뀌어 사람들이 지나다닐 공간을 대폭줄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대학도 그런 식의 운영 논리가 끼어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결국은 모든 대학을 국유화 시키고 평준화 시키는 것만 남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주식회사 대학의 미래는 그저 취업을 위한 취업준비생을 찍어내는 공장 혹은 어느 대학 출신이란 값어치 있는 간판을 달기 위한 공장이다. 이런 식이면 그 이상 대학으로서 발전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대학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점점 더 각박해지는 이 사회를 바로 잡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국에서 스티븐 잡스 같은 사람이 못나오고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못나오는 이유. 그리고 일본에서는 종종 나오는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에서는 평화상 이외에 받아본 사람이 없는 것은 이런 환경이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남들을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수정이 가해져야만 한다. 당장 내 배를 불리기 위해서 굶어가는 남의 배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서 커다란 학문을 한다는 뜻을 지닌 대학(大學)이 주식회사 대학이 아니라 진짜 대학(大學)으로 거듭날 수 있기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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