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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높고 낮음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사람들의 높고 낮음

무량수won 2011. 11. 4. 18:44



좀 지난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 중에 "낮은 곳으로 향하소서"라는 문장이 있었다. 이것이 크리스트교 쪽의 문장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문에 항상 나는 낮을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고 싶었다. 

저 문장에 담겨진 뜻은 나보다 못한 자들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나보다 잘 먹지 못하고, 나보다 잘 자지 못하며, 나보다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뜻이 담겨져 있다. 나는 그 뜻을 참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저 문장에는 그 좋은 의도와는 달리 좋지 못한 의미도 담겨있다. 사람을 높낮이로 표시하며, 귀천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잘 먹지 못하고, 나보다 잘 자지 못하며,  나보다 즐기지 못한다하여 그들이 나보다 낮은 사람인가? 왜 나는 그들보다 높다하고 그들은 나보다 낮다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던졌던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그렇다. 나는 이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다. 혹자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좋은 뜻만 새기면 되지 뭐하러 그런 것 까지 따지고 있느냐고" 그런데 그 좋은 뜻에 담긴 말이 내 무의식을 지배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그건 내가 믿는 어떤 선배의 말이 옳든 그르든 무조건 믿는 것과 같고, 그건 내가 믿는 어떤 신의 말을 옳든 그르든 무조건 믿는 것과 같다.

결국 그건 70~80년대 치열하게 학생 운동을 하면서 자기 주장따위는 없었던 운동권 학생의 모습이며, 내가 믿는 신이 무조건 옳다며 다른 사람이 믿는 신은 악마라 울부짓고 그 신을 대변한다는 이의 눈에 보이는 거짓말까지 믿고 있는 요즘 종교인들의 모습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벌수 있다는 친구의 꼬득임에 넘어가 다단계 행상에 뛰어든 요즘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하다.

의심없이 믿는 다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좋은 말을 좋게만 생각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 있다면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의미는 좋은 것으로 나쁜 의미는 나쁜 것으로 가려내야만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낮은 곳을 향하소서"라는 문장에 담겨진 의미 속의 신분계급적인 요소가 나를 이 문장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분명 사회에는 눈에 보이는 계급과 보이지 않는 계급이 나뉘어져 있다. 이것이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것도 있고 눈에 띄게 나뉘는 것도 있다. 사회가 경직되면 경직 될 수록, 역사상에서 보면 나라가 망해가려는 조짐이 보일 때쯤, 이 계급이 공고해진다. 

나는 이런 계급을 좋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사람으로써 대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을 나누어 보이지 않는 죄를 뒤집어 씌우기 때문이다. 설사 죄가 없어도 죄인 처럼 취급을 하며, 누군가의 고통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낮은 곳으로만 향할 것인가? 그들을 언제까지 낮은 사람으로만 취급할 것인가? 그들은 같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당신이 나보다 높은 사람인가? 내가 당신보다 낮은 사람인가? 그것은 무엇으로 결정짓는가?

돈인가? 나이인가? 아니면 권력인가? 아니면 회사에서 부여한 계급인가? 혹은 군대에서 부여한 군번인가? 계급인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주인공인 장혁은 천한 삶은 있어도 천한 목숨은 없다며 화를 낸다. 더 이상 천한 삶이란 없다는 말이 당연한 이 세상에서 드라마 작가는 왜 강조를 했을까? 그저 신파적인 울음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였나?

나는 그것 만은 아니라고 본다. 알게 모르게 현대의 한국에서는 천한 직업이 없다 면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귀한 직업이라 하고 돈을 벌지 못하는 직업 혹은 힘든 직업을 천하다 여긴다. 때문에 그 직업의 하는 행위가 옳은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번다면서 박수 쳐주고,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간다.

정말 웃기지 않는가? 모두가 평등한 자유민주주의의 나라라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간의 계급이 생기고 보이지 않는 직업의 귀천이 있으며, 사람들은 그에 따라 사람들을 판단한다. 혹은 돈이 아닌 학벌이 그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는 드라마에서 자꾸 주인공이 되뇌이는 천한 목숨은 없다는 말이 사람은 모두 같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같지 않다며 강요하는 이 사회를 꼬집고 싶었고, 그 꼬집음에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지는 않는 것인가 싶다.

그러는 너는 그런 편견과 보이지 않는 계급을 완전히 부정하면서 사느냐고 묻고 싶어질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나도 완전히 부정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 나도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차별하고 있다. 내가 떨쳐내고 싶어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그런 것을 떨쳐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는 있다. 아예 그런 반성 따위 안하면서 차별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그저 이 한마디가 하고 싶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목숨은 없고, 사람은 잘났든 못났든 결국은 사람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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