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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 세르반테스 본문

독서 토론 모임

돈키호테 - 세르반테스

무량수won 2012. 7. 20. 16:08

돈키호테...


나는 당신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려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기에 미친짓을 했다고 말해야하는 것일까? 

나는 당신이 정의의 사도였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미친놈 그 이상은 아니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독서토론 책으로 정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반복했던 질문이었다. 그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해야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미친놈 이상의 점수는 주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던 정의와 그가 하는 행위와 그가 인식하는 것들에는 수많은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키호테는 자신만이 옳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2012년 이라는 지금은 없을까?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는 없을까? 아니 있다. 여기저기 도처에 깔린 사람들이 바로 이런 돈키호테 같은 사람들이다. 자신들만의 생각이 무조건 옳고, 자신들만이 정의며, 자신들이 하는 나쁜 행위는 그저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는 인간들이 깔렸고 널렸고 흔하게 볼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거북했다. 돈키호테를 보는내내 내가 봐왔던 사람들과 너무 닮아서. 

그래서 짜증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보는데 굳이 내 시간을 낭비하며 그런 사람의 전형인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는 사실이.



돈키호테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처음 돈키호테가 모험을 떠나던 날부터 친구들의 계략(?)에 의해서 끌려오는 날까지의 기록이고, 2권은 한동안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같혀지내던 돈키호테가 결국 다시 모험을 떠나고 돌아오게 될때까지의 이야기다. 


나는 2권의 절반까지 읽고나서 결국 부담스러워서 읽기를 포기했다. 마지막 부분의 결말 약간을 읽고 멈춘 것이다. 이유는 앞서 밝혔던 것들 때문이다. 


1권까지 읽고 나서 나는 돈키호테를 향해서 짧은 글을 남겼다. 



골치가 아프구나 돈키호테여.


처음에는 그대의 헛짓이 웃겨서 보았다. 그러나 점점 그대의 광기어린 행동을 볼수록 내 머리 속에는 '이 이야기를 계속 읽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만 가득 남겨두었다. 


언제나 핵심을 벗어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자신의 상상에 끼워 맞추며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그대의 모습을 나는 이미 현실에서 수업이 보았다. 현실의 돈키호테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잘못은 모두 타당하고 남의 잘못은 죽을 죄 처럼 말하기 일쑤지. 


돈키호테, 그대에게 기사소설이 광기를 부추겼다면 현재 한국에서는 언론이라는 것들이 사람들을 그대와 같은 광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네. 자네가 나름의 논리와 정의로 항변하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그럴싸한 이야기와 옳은 이야기를 하듯이 현실의 돈키호테들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네. 


그래서 지속적으로 자네의 망상 가득한 이야기를 본다는 행위는 현실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과 같았다네. 아니 어쩌면 더 압축적이고 강한 스트레스였을지도 몰라. 


머리가 아프다. 그대의 이야기를 봐야만 하는 내 상황이 내 머리를 괴롭히고, 그대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내 현실이 내 머리를 괴롭히고 있다네. 내가 자네의 이야기를 다 읽는 다는 건 나를 또 다른 돈키호테로가 될 것 같아 힘들 것 같네...


미안하네 돈키호테여.




굳이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설명하지는 않겠다. 2권의 절반까지 읽은 내 심정이 1권까지 읽고 남겼던 이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종교적 신비주의를 잘 나타낸 작가 엘 그레코의 작품 - 성 마우테리우스의 순교)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돈키호테.


1600년대를 배경으로하는 이 소설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의 혼란과 가치관의 혼란이 돈키호테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첫째 이유는 1600년대의 유럽은 중세의 봉적적 가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세계가 도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자본주의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대항해시대를 연 나라인 스페인에서 쓰여진 글이었으니 오죽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돈키호테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기사들의 모험담에 푹빠져 방랑기사가 된 이유는 무너져가는 기득권 층의 몰락을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한 돈키호테의 충실한 부하 산초는 그런 무너져가는 기득권층을 위협하는 농민계층이 표현된 것이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것을 무너져가 기득권층에 대한 대변 소설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유는 돈키호테가 충실한 부하 산초에게 여행 내내 보이는 태도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어쩔 수 없이 계급적 지위는 나누었으나 산초와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소설속 산초가 돈키호테를 데리고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계급적 위상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로 인한 농민 계층의 대두가 기존 기득권 층을 위협하고 있음에 대한 다른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종교적 맹신으로 똘똘 뭉친 돈키호테가 친구로 나오는 신부를 존중하지만 그의 말을 전혀 따르지 않는 듯한 모습에서는 당시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종교적 신비주의가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종교적 신비주의란 기존의 크리스트교가 가지고 있던 위상이 사회적 혼란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프로테스탄 적인 개혁이 크리스트교 안으로 흡수(?)되어 나타난 다소 약한 종교개혁의 모습이라고 설명된다. 이로 인해 프로테스탄 처럼 사람들은 신부나 교회의 권위에 기대기 보다 스스로 신을 찾고 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돈키호테의 행동에서 그런 모습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돈키호테는 1600년대 스페인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혼란이 잘 농축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돈키호테는 과연 읽을 만한 소설인가?


개인적으로는 굳이 읽어 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뒤져서 돈키호테를 찾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수많은 현실 속 돈키호테들을 만나고 있고, 또 그들에 의해서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책으로까지 만날 필요는 없다. 다만 1600년대 시대적 이야기와 사람들의 삶의 행태들을 궁금해 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줄로 요약하면, 소설로는 별로지만 역사적인 가치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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