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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9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본문

독서 토론 모임

9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무량수won 2012. 9. 17. 16:03

누군가의 글을 인용해 볼 것인가? 누군가의 이론을 끌어와 이야기 해 볼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힘을 주기위해 혹은 자신이 하는 말 또는 주장이 유명인들도 인정한 것이기에 신뢰도가 높다고 자랑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 인용인 것일까?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이라고 했지만 전혀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같지 않았던 알랭 드 보통의 책. 읽는 내내 왜 이것이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라면서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책. 오히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입수한 <화피>라는 중국 영화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꺼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있어서 외모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화피라면, 알랭 드 보통의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화피>가 사랑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을 말했다면,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이성적인 면을 너무 강조해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고 생각해야 된다고 봤다. 


모임이 있는 날. 전날 밤에 다 읽고 나서 알랭 드 보통에게 불퉁거리는 생각으로 가득해져만 갔고, 사랑에 대한 전형적인(?) 혹은 자주 이야기 되는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참고할 만한 꺼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본 <화피>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그 이야기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 내 머리 속에는 알랭 드 보통은 역시 나와 맞는 구석이 별로 없다고 결론을 내버렸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지만 뭔가 기묘한 꿈을 꾸고 있는 도중, 스마트 폰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새벽에?'라는 생각으로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려 애써가며 화면이 떠오르게 할 버튼을 더듬었다. 문자는 봄이님이 책을 다 읽지 않았는데 참석을 해도 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상관 없다고 문자를 보내고 시간을 보는 순간, 내가 늦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때라면 이미 준비를 마치고 모임 장소로 출발할 시간에  잠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허겁지겁 챙겨서 지하철을 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시 잠자기 전 빠져들어 있던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9월 모임에는 파란달님, 조제님, 날룽님, 봄이님께서 참석을 하셨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저는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여쭈었지요. 다들 알랭 드 보통이 쓴 <너를 사랑한다는 건>이란 책에 대체적으로 공감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시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알랭 드 보통이 너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쓴 것에 있지 않을까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특히나 제목에서 말하는 느낌이 책 내용에서 느껴지지 않음이 컸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목은 사랑에 관한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한 책으로 꾸며져 있지만 그 내용에서는 사랑이라는 것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야기가 우연치 않게 이 책에 대한 공감 정도를 수치로 표현하게 되었는데, 파란달님께서는 전체를 10으로 봤을 때 8:2 정도로 비공감과 공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정의나 평가가 대중적으로 환호 될 수는 있지만 본인에게 있어서는 큰 공감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셨지요. 조제님께서는 반대로 공감에 7, 비공감에 3이란 비율로 이야기 하셨는데, 그의 논리적(?)인 접근에 많은 공감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날룽님께서는 5:5로 말씀하셨는데, 책의 내용의 공감과 비공감이라기 보다는 책 자체가 읽는 것이 힘겨웠기에 그나마 이해했던 부분에 대한 것도 포함 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봄이님께서는 공감에 4, 비공감에 6이란 비율을 주셨습니다. 봄이님께서도 읽는 것 자체에 부담스러움을 표현하셨고, 더불어 이 책에서 왜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져야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임에서 이렇게 비공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를 저는 크게 두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는 <너를 사랑한다는 건>이란 책이 전기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제목을 걸어두고 이야기 내내 "인물에 대한 전기란 무엇이고 전기는 어쩌고 저쩌고... "를 반복하지요. 그리고 그 인물 전기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이 없습니다.


분명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나옵니다. 자주 나오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몇명이었고, 어떤 신체적 접촉까지 이뤄졌고, 정신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교감을 이루었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나오긴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인물에 대한 전기이기에 그 사랑에 관한 굉장히 객관적이라 판단하게 만드는 관찰까지 '이게 무슨 사랑에 관한 이야기야?'라는 의문을 강하게 들게 만듭니다. 


둘째는 제가 모임을 공지할 때, 알랭 드 보통에 대한 좋지 못한 선입견을 밝혔다는데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대화를 훨씬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하게 된다고 봅니다. 때문에 제가 알랭 드 보통에 대해 좀 처럼 공감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했을 때, 알랭 드 보통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쓸데없는 논쟁만 할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굳이 토요일 오후에 피곤하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말싸움까지 유도 될 지도 모르는 자리에 나가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구요. 


이렇게 저는 판단했지만, 어쩌면 제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알랭 드 보통에게 열광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조금 해봤습니다. 물론 기껏 저 이외에 4명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요. ^^ 그러고 보니 그동안 알랭 드 보통을 이야기 하신 분들의 경우를 생각해본 다면, 팬이 아닌 이상 굳이 알랭 드 보통을 끄집어내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기에 알랭 드 보통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제가 듣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에 대해서 무한한 비난(?) 혹은 비판만을 이야기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좋았던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전체적으로 모임에서의 의견은 별로였다(?) 또는 공감되지 않는다에 비중이 컸지만, 일정부분 괜찮았다고 느껴진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봄이님께서는 관찰하는 상대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보이는 이야기 하는 이의 시선이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객관적인 느낌으로 상대에게 다가간다는 부분에서 상대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였다는 평이셨지요. 기회가 된다면 자신도 사랑하게 되는 사람에 대한 전기를 써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파란달님께서도 봄이님 의견과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갈리지만 특히 자신의 모든 것 그리고 상대의 모든 것을 말하고 이해하고 그것이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 좋게 보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편 조제님은 다른 시각에서 좋게 보셨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나타나는 비연속성, 다시 말하면 뭔가 틀에 짜여진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있어서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시간상의 나열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연속성 보다는 생각의 흐름 또는 관심의 흐름에 따라 가는 이야기가 좋았다고 이야기 하셨지요. 



이번 9월 모임에서는 봄이님의 적극적(?)인 질문 공세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 주제를 던져주셨었는데요. 특히 저에게 큰 고민을 하게 만든 것은 이사벨이 실제 존재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소설에서 표현된 이사벨과 실제 이사벨이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되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이사벨에 대한 전기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 이사벨에 대한 관찰 일기 같은 이 소설에서 이사벨과의 만남과 이사벨에 대한 느낌이 적혀있지요. 더불어 이사벨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이사벨의 모습을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저런 학자들을 끌어와서 객관적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이 책만큼 이사벨이란 인물을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다르게 봤습니다. 사실이라는 것. 즉 어떤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말하고 글로 적을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사건 뒤에 이야기 하느냐, 그리고 또 어떤 생각을 뒤에 덧 붙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흔히들 사실에 가장 가까운 것을 기사라고 하지만 그 기사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혹은 마지막에 들어가는 문장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기자의 생각이 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사이기에 저는 극단적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건>에 표현된 이사벨은 내가 보게 될 이사벨이 될 수 없다고 말을 했습니다. 즉 아무리 사실이 들어갔다고 해도 그 사실을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기에 절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지요. 



이렇게 말했지만,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봄이님의 이 질문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제 의견이야 이렇지만 일반적인 혹은 대중적인 생각들은 저와 같지는 않으니까요. 어쩌면 제가 대중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구요. 


다르게 표현하면, 9월 모임의 가장 큰 화두를 봄이님께서 저에게 던져주신 것이지요. ^^



이 외에도 책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과 전기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사주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인용은 왜 하는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끌고 오는 것일까? 


나는 사람들이 인용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갈린다고 본다. 첫째는 매우 동감하기 때문에 끌고오는 경우와 둘째는 결코 동감할 수 없어서 비판하기 위해 끌고오는 경우라고 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경우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 즉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의견에 동조시키기 위한 하나의 작업이다. 그런데 이 인용이라는 것이 잘 되었을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의 동감을 얻어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큰 거부감을 주고 잘난척 하는 사람으로 판단하게 된다. 


결국 좋은 혹은 잘된 인용은 이 사이에서 어떻게 줄을 타느냐에 유식해지느냐 잘난척쟁이가 되느냐가 결정된다고 본다. 9월의 모임에서 알랭 드 보통은 전체적으로 잘난척쟁이가 되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그가 다가갔는지 절대적인 판단은 내릴 수 없다. 다만 내가 느낀 모임의 성향은 그랬고, 그건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타난 결과라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인듯 싶다. 


알랭 드 보통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알랭 드 보통의 생각에 그리고 그의 글에 감동을 받고 동감하는 것은 나와 그들의 생각기준 차이일 뿐이니까. 또한 내가 너무 이런 인용에 대해서 좋지 않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기에 그럴 수도 있다. 나에게 알랭 드 보통은 미국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 미국 드라마의 내용을 인용해서 설명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굳이 누군가 읽으라 하지 않았는데 괜히 읽어놓고 성내는 바보같은 꼴일 수도 있지만...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가? 이책은 정말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인물 전기에 관한 이야기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철학을 한다하는 아니면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잡담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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