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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변화, 한글의 변화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한국어의 변화, 한글의 변화

무량수won 2011. 3. 15. 07:50



가끔씩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언어는 변화한다고 실컷 말하면서 왜 언어가 변하려 할 때, 그렇게 두려워 하는 것일까?

한국어의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과 미국 문화의 여파로 인한 것이다. 인터넷은 수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또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 문화는 한국에 많은 사람들이 영어단어를 섞어쓰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주로 나이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변화시켰고, 영어는 나이 많은 세대들 지금의 30~40대의 언어를 변화시켰다. 인터넷의 여파는 긴 단어를 축약해서 말하게 만들었고 그 언어를 통해서 나이 어린 세대들은 재미를 느꼈고 그들 끼리의 대화법을 만들어냈다. 이런 언어는 세대간의 차이를 급격하게 그리고 아주 깊게 벌어놓았고 기성세대들이 인터넷과 성장한 이 세대와 대화를 불가능에 가깝게 만들어 놓았다. 제주도 방언 만큼의 차이를 보였다고 하면 어울릴듯 싶다.

미국 문화는 주로 학벌이 좋은 사람들을 위주로 변화시켰는데, 처음에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모두 영어로 바꿔버렸다. 특히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늘면서 전문용어가 가장 먼저 바뀌기 시작한다. 점점 대학을 진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좀 더 자신을 차별화 시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나면서 한국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들이 한자어에서 모두 영어로 대체되었다.

이런 변화는 논문들을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주로 2000년도를 기준으로 이전에 작성된 논문과 이후에 작성된 논문에서 한자어의 사용과 영어단어의 사용 비율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각각 학문에 따라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가 참고했던 역사 논문들은 그러했었다.

한글을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에 시작된 한글로만 쓰여진 신문은 어느새 언론이라면 모두 한글로만 써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한자 사용 비율을 줄이면서 사람들이 점점 한자를 멀리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 자리는 바로 영어가 꿰어찬다.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말하는 문장에 영어단어를 넣어서 사용하는게 일반화 되어갔다. 영어단어들을 사용하면 유식한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어만 갔다. 그러면서 점점 한국어에 영어단어들의 비중이 높아져만 가게 된다.



내가 겪은 한국어의 변화는 이러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한국어를 보면서 한편에서는 한국어의 올바른 사용이라는 이름으로 엣 글자 옛 단어들과 옛 기준을 들이미는 작업들이 이뤄지게 된다. 이런 보수적인 경향은 한국어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많은 맞춤법과 단어에 대해서 노력을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들의 언어에는 큰 영향을 끼지치 못한다.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정부와 방송국이라 할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한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학자들의 보수적 기준을 따른다고 말만 할뿐 정작 발표하는 정부 정책이나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볼수 있는 수많은 말들은 학자들의 보수적 기준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방송은 올바른 한국어 사용과 바른 한글사용에 대한 프로를 만들어서 광고 시간 만큼 짧은 시간동안 보여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런 사용에는 좀 안일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도 그나마 방송국은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가 있는 반면에 정부는 오히려 자신들이 더 적극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정책이름에 영어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잘난척을 좀 하다보면 가끔 말도 안되는 영어단어를 배열해서 외국인들의 비웃음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쯤 읽다보면 조금 햇갈릴 것이다. 그래서 변화에 순응하라는 것인지 변화를 막아보자는 것인지 말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영어만 숭상하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반발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억지로 한문을 섞어 쓰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영어를 섞어쓰는 모습에 대한 반발심에 그들은 한자를 섞어쓰는데, 한글 독음 옆에 같이 적어주는 것도 아니라 그냥 한문으로 적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영어단어를 마구잡이로 섞어쓰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왠지 한문을 무분별하게 섞어쓰는 사람이나 영어를 무분별하게 섞어쓰는 사람이나 같아 보이지 않는가? 더불어 한문을 섞어 쓴다는 것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실 생활에서 한문을 많이 써본 사람들이 할 수 있음을 감안 한다면, 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의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이 그저 아이들의 질투심에서 나오는 청개구리 같아 보이는 것은 나뿐인 것일까? 아니 애들보다 더 유치한 행동처럼 보였다. 극단적으로 치닿게 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발심이 반대 방향의 극단을 향해 달리도록 그들을 채찍질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국어가 변화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특정 세대 또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언어로 변질 되는 것을 모두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큰 흐름은 어쩔수 없으니 흐르는데로 놓아두고 세대간의 혹은 집단간의 소통에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기준점을 두자는 것이다.

한국어에 대해서 그리고 한글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람들을 옛 기준에서 가르치려고 하지말고, 그들의 변화를 알려주고 소통을 위한 기준점을 잡아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방송을 통해 바른말을 권장하는 운동도 "이렇게 써야 바른 말입니다."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쓰는 것이 대화를 나눌때 그리고 글을 쓸때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방법입니다."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중간자적 입장이 되어버렸지만 이건 어쩔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방송에서도 그렇고 한국어에 대해서 내가 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에 대해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계속 이야기 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많이들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어 단어를 넣어서 말하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가면서 점점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같은 유럽어의 단어들을 넣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 또한 미국 문화의 영향이라 볼수 있는데, 미국 영화나 음악들에서 종종 넣기 때문에 보여지는 형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스페인어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전문용어에 대한 것 보다는 대중문화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전체적인 대중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다른 세대 그리고 다른 집단과의 소통을 막는 심한 단어에 대한 비중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질수 있겠지만 이런 노력을 모두 하게 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되리라 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방송과 각종 언론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언론들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 전달하기에 바쁘다보니 ㅡㅡ;;;

학자가 아닌 사람들이라면, 한국어에 대한 이런 문제를 가끔씩이나마 깊게 생각해 준다면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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