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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블로그란

블로거로서의 정체성 혼란

무량수won 2011. 3. 21. 16:22



블로그가 점점 어려워진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어렵고,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어려워진다.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은 참 대단했다. 역사와 사회 문화를 섞어서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글을 쓰자. 한 2년쯤 블로그를 하고 나니 역사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만의 시각은 살아 있으나 다소 편협해졌으며, 고민만 쌓여갔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만약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만해도 한달에 약 100만원까지만 나와준다면, 아니 더 바라지도 않는다. 50~60만원만 나와줬다면, 진짜 열심히 자료도 찾아보고 2년동안 열심히 블로그를 했을지 모르겠다. 더불어 "나는 전문 블로거 입니다" 라고 떠벌리고 다녔을 것이다. 이런 돈을 만질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평균 블로그 유입자가 많이 늘었을 때는 리뷰 청탁도 간간히 들어왔었고, 그런 것을 발판 삼아서 이런 저런 광고달고 이슈만 따라서 글을 썼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발목을 잡은 것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아니고, 충고도 아닌 나 자신의 문제였다. 내가 블로그를 쓰게 된 이유와 수많은 고민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냥 그 흐름을 따라갔다면, 이글을 읽는 당신은 나의 이런 글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두번째는 각종 핑계들이다. 물론 그 핑계중에 가장 큰 것이 돈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포기하게 되는 것들 때문에 생기는 핑계가 나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아마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블로거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덕분에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유명했던 블로거들은 많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다른 블로거들이 메꾸고 있다. 혹은 블로그의 성질이 바뀌어 버린 곳도 있다.



세번째는 블로그에 대한 각종 포털들의 태도 변화와 메타블로그들의 쇠퇴다. 블로거들이 정보성이나 어떤 날카로움을 보여주기 보다 시류에 휩쓸리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점점 사람들이 블로그에 등을 돌리게 된다. 날카로운 시선들과 자료를 가지고 사람들을 향해 외치던 글의 양이 줄어들면서 왠지모르게 블로그 세계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다가 다음과 네이버가 보여주는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홀대는 그렇지 않아도 글을 계속 쓸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독으로 작용을 한다.

거기에 정체성을 잃어버린 메타블로그들의 사라짐과 쇠퇴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모든 소식은 우리만이 소유해야 한다는 듯한 느낌의 다음과 네이버의 정책들에 의해서 다음과 네이버는 자신의 사이트에 대한 클릭률은 높였을지 모르지만 메타블로그들은 점점 죽어갔다. 특히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메타블로그들은 폐쇄를 하거나 다른 업체에게 넘기거나, 혹은 메타블로그라는 본질을 버리고 아예 다른 사이트가 되어버렸다.

지금 블로거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하는 대표적인 메타블로그 다음뷰는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블로거들이 생산해내는 양질의 글들이 줄어듦에 따라서 그 자리를 각종 인터넷 뉴스와 메타블로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다음만의 지식인 사이트의 질답들까지도 모두 끌어 모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블로거들의 자리는 점점 줄어만 가고, 그렇게 줄어가는 자리 만큼이나 양질의 블로거들이 떠나간다. 그리고 지속되는 악순환.



나 스스로를 양질의 블로거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도 내 블로그는 너무 개인 취향 위주고 개인적인 블로그다. 그래서 내가 앞서 말한 양질의 블로그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양질의 블로거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고 그냥 이대로 조금씩 줄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나도 점점 도퇴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있다. 

예전에는 댓글도 열심히 달러 다니고 비슷한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담은 글이 있다면 열심히 트랙백도 걸러 다녔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도 지친다. 댓글을 달기에 열정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뭐하러 댓글을 다는가?' 라는 생각도 강해졌고, 내 트랙백을 주기에 아니 그사람과 그런 트랙백을 주고 받고 싶지도 않은 글들을 너무 많이 봐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그냥 이슈라고 기사만 긁어오는 블로거들이 상당히 늘었다.



이 모든 핑계에도 불구하고 정말 블로그에 대해 고민이 되는 것은 내 스스로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저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항상 질문해왔던 것이지만 유난히 오늘따라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고 싶어진다.

블로그가 내 전체가 될수 없지만,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내 전체라 생각하고 있었고, 또 그렇게 해왔기에 블로그에 대한 정체성이 현실의 나까지 쥐고 흔드는 듯 하다.


내 블로그는 무엇이고,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당황스런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답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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