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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꿈과 장작

무량수won 2011. 4. 16. 05:25


나라는 존재는 참 신기하다. 스스로도 모르는 새 성격이 변해 있거나, 취향이 변해 있거나, 습관이 변해 버리는 일이 가끔 생긴다.

친구가 나에게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본 질문에 나는 무심결에 소설을 쓰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고 물어서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친구가 그러면 "등단을 먼저 해야 되는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어... 그래야겠지?" 라며 대답을 해버렸다.

그리고 친구는 "그동안 수상작들이나 한국 작가들의 글을 좀 읽어봤어?"라며 관련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의 질문에 사실 나는 마땅히 대답할 꺼리가 없었다. 소설을 써보겠다고 나름 주제도 잡아보고 줄거리도 적어보고 이런 저런 구성으로 해봐야겠다면서 조금씩 끄적거리기도 했지만 그저 막연한 꿈이었을 뿐 소설을 써서 등단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등단을 한다는 것은 전문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고, 소설을 쓰면서 돈을 벌수 있다는 말인데 그동안 그런 것을 꿈꿔본 적은 없었다.

등단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작가들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인데, 굳이 그들 입맛에 맞는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돈을 벌 생각이라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소설의 소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문체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친구는 이런 저런 질문을 통해 글쓰면서어찌 돈을 벌 것인지 꼬치꼬치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글을 쓰고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는데 있었다. 친구가 등단이란 이야기를 했을 때는 '어 그런데에서 인정받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의 대답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소설을 써서 돈을 버는 전문 소설가가 꿈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원래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는데?'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이미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버렸다.



이와는 반대로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유도된 질문이 아님에도 혼자서 "내 꿈은 어떤 것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야!"라고 떠벌릴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쓸데없는 상상중에 인터넷을 통한 여러가지 사업을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워낙에 인터넷을 오래 하기도 하고, 또 이런 저런 글을 찾아 헤매고 있다보니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겹치고 겹쳐져서 '필요한 서비스를 내가 직접 사업으로 해보자'라는 식으로 생각이 엮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신나게 내가 상상했던 것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야 이거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냐?"라는 식으로 물어보고 실제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상상도 하고 친구에게 진지하게 상담도 받아본다. 그러면 언제나 돌아오는 마지막의 대답은 "그냥 평범하게 살다고, 그건 취미로나 해라."라는 식으로 온다.

그래 사실 그 이야기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한번 실현시켜 놓으면, 혹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었는데 어느새 내 꿈이 되어버렸고 혼자만의 장미빛 미래가 되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이상한 길로 발을 내밀고 있는 내 발을 바라보면서 놀라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돈으로 이어지고 "돈 없으면 그딴거 꿈도 꾸지마."라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앞서 말한 소설을 쓰는 이야기도 아주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돈을 많이 안벌어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 정도로 잘 사는 집안이 아니면 생각하지 말라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당장 입에 풀칠해야 될 녀석이 뭐 그딴 허황된 꿈이나 꾸고 있느냐면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옛날에는 꿈은 꿈으로써 가치가 있었고, 항상 돈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꿈이 있으니 '그냥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툭탁툭탁 해봤는데, 이제는 그런 것은 모두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혹은 생각 끝에 돈이 안되면 생각도 하지 말아라라는 결론이 나오고 그러면 나도 모르게 혼자 쓸쓸히 좌절한 인생의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그냥 하고 싶으면 했으면 되었는데, 꼭 돈으로 연결되지 않고 취미 생활로 생각해도 되는 것이었는데 언제 부턴가 무조건 돈이 안되는 것은 쓸데 없는 일이 되어 버렸고, 나도 돈이 안되는 것은 쓸데 없는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뭐지? 뭐가 잘못된 것이지? 이런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인가?' 이런 저런 질문이 머리속에서 서로 부딧치기 시작한다. 서로 부딧쳐서 부셔지면 부서진 조각 조각은 새로운 질문으로 다시 태어나고 그들의 그런 장난질에 내 머리는 연필로 마구잡이로 낙서를 한 듯이 정신 없어진다.

종이에 연필로 의미없는 원을 그려나가다 보면 어느새 종이는 새까맣게 변한다. 원래 이 종이의 색이 검은 색이었다는 듯 원을 그려나간 상태처럼 머리속이 새까맣게 변하고 나면, 풀석 주저 앉고 만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의 끝에서는 언제나 나는 세상에 필요치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난다.

이정도까지 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무심결에 던진  불꽃이 붙고 그 불은 죽음이라는 장작위의 불을 지피게 된다. 이 단계에서 내 몸을 다 태우는 불로 번지게 되면 자살이 되는 것이고, 누군가가 불을 꺼주거나 자연스레 공기가 사라져서 죽음이라는 장작에 불이 꺼지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오늘도 내 몸 한 구석에서는 죽음이란 장작이 쌓여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장작에 불이 붙었다가도 계속 꺼지기를 반복했지만 한 순간 이 불이 온몸을 태우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벌였던 축제도 막을 내리게 되겠지.

갑자기 누군가 나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기억났다. 저 비웃음 소리. 저 비웃음 소리가 장작을 타오르게 만드는 또 다른 불씨였다.



사라져라 불꽃들이여.

사라져라 공기들이여.

사라져라 장작들이여.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제발...




이글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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