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이야기
눈 발자국
무량수won
2010. 1. 21. 09:00
눈이 쌓였다.
처음 한 발을 내밀기가 어려웠다.
눈이 쌓이 높이를 쉽게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 별거 아니잖아 '
이런 마음으로 다시 한 발.
또 한 발.
그렇게 걸었다.
신발에 눈이 쌓이고 바지에 눈이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눈이 신발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살짝 벗어서 살펴보니 양말은 이미 다 젖었다.
' 에이 그냥 돌아갈까? '
고민을 하다가 그냥 다시 걷기로 결심했다.
" 푹 푹 "
점점 발은 시렵다가 어느새 익숙해 져버렸다.
한참을 걷고, 원하는 몇개를 얻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왔던 길의 고통을 똑같이 느껴야 하는 길.
집에 돌아가면서
' 내가 미련하게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마음이 바뀐다.
' 나니까 할 수있는거야! '
' 처음부터 어떤 소득을 바라고 나온 건 아니잖아. '
' 그저 눈 위를 걷고 싶었고, 눈을 보고 싶었던 것이 잖아. '
' 미련해도 니 마음 껏 행동 했으면 그것으로 된거야. 괜찮아. '
계산하는 법을 배우기 보다
보는 법을 배웠고,
복종하는 법 보다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다.
언제나 어려운 발걸음 이지만 그래도 한 발 한 발을 내민다.
이득이 되지 못하고, 규칙에 맞지 않아도
내가 나로써 존재 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