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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봄, 날아 다닌다

무량수won 2019. 4. 30. 23:54

바람이 불어 몸을 맡겼다.

 

꽃 가루가 날린다.

 

바람이 불어 몸을 맡겼다.

 

꽃 씨가 날아 다닌다.

 

 

 

하늘 하늘 날아 다닌다.

 

없다.

 

그들이 떨어질 땅이.

 

이미 자리 잡은 이들의 땅 뿐.

 

서울의 땅은 온통 아스팔트 뿐.

 

그들의 부모는 그 비좁은 땅,

 

경쟁에서 살아 남았던 것이다.

 

 

 

몰랐다. 처음 바람을 느꼈을 때.

 

그저 바람이 불기에 날아 올랐을 뿐.

 

바람이 불면 자유롭게 날아가리라.

 

몰랐다. 날아 오르면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서울엔 흙이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자리 잡은 이들은 굵고 거대했다.

 

그들의 부모는 굵고 거대한 것, 틈에서 살아 남았던 것이다.

 

 

 

어쩌나. 보이지 않는다.

 

내가 딛고 있을 흙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나. 보이지 않는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착할 수 없는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다.

 

작은 바람에, 누군가의 작은 움직임에,

 

다시 날아야 한다.

 

다시 날면 다시 떨어진다.

 

다시 아스팔트 위로.

 

정착할 수 없는 아스팔트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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