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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1월 1일 시를 읽다.

무량수won 2010. 1. 1. 09:31
1월 1일 그다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금요일.

가끔 소식이 궁금한 친구들에게 안부의 문자를 보낸다.

지인들의 단체 문자에 어찌 반응을 보일까 고민하다 언제나 그 시기를 놓쳐버리는 일이 잦은 때이다.

덕분에 이제는 먼저 보내지 않는 이상 나에게 그런 단체문자를 보내는 이도 없다.



요즘은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고 있다.

이 시집은 윤동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의 사후 그의 글을 모아서 주변인들이 만든 것이라한다.

그래서 짜임새가 없고, 단순한 낙서같은 글이 많은 시집이다.



모든 시를 다 읽어는 봤다.

그러나 단순하게 시를 읽는 다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아서 가끔 어떤 감상에 젖을 때면, 시집을 펼친다.

그리고 한장 한장 넘겨가며 내 느낌과 비슷한 시를 찾아낸다.

읽는다. 마음으로 시를 읽고, 마음으로 시를 본다.

그리고 상상한다. 그의 생활 속의 느낌을.

그리고 상상한다. 내가 그라면, 그가 나였다면.



오늘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나에게 있어 마음으로 읽고 싶은 시는 '쉽게 씌여진 시'이다.



쉽게 씌여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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