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하드보일드 - 요시모토 바나나 본문

독서 토론 모임

하드보일드 - 요시모토 바나나

무량수won 2010. 5. 7. 09:00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 기괴함 "이다. 어떤 소설은 기괴하지 않겠느냐만은 이상하게 요시모토 바나나한테서 심하게 느낀다.

예전에 처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접할 때 그러한 느낌을 처음 받았다. " 키친 "의 줄거리는 성전환을 한 엄마와 사는 아들과 거기에 얻혀사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엄마는 원래 아빠였다. 성전환을 한 엄마의 이야기 만으로도 나에게는 꽤나 신기했는데, 거기에다가 아무런 연고도 없이 같이사는 여자라니. 원래 소설이라는 것이 독특한 소재를 다루지만 이것만큼이나 엉뚱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그 나름의 이해가 갔었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소재 자체가 나에게 있어서 이해 불가였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거기에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이라니. 그리고 뭔가 북적북적되는 사건 하나없이 왠일인지 조용하게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게 무엇일까? 이렇게 고민하다 끝났던 것이 나에게 있어서 " 키친 "이었다.



이번에 읽은 하드보일드는 단편모음 중에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하드보일드 하드럭이라는 제목으로 두편이 묶여서 출판되었다. 일본에서는 어찌 발표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꽤 괜찮게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엇보다 이야기의 기괴함을 느꼈다.


하드보일드의 줄거리는 잠시 여행을 하는 어떤 여자의 하루에 대한 것이다. 조금 독특한 소재라면, 주인공의 개인사가 될 것이다. 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의붓 어머니와의 재산 싸움.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몸으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사연. 그리고 사랑하던 여자의 죽음. 이 정도만 해도 꽤 독특하다. 거기에 하룻밤 묵은 지역에서 겪는 요상한 일들. 소재가 독특하지만 사실 기괴하지는 않았다.

내게 있어서 독특함과 기괴함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독특함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표현한 것이지만, 기괴함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는 것이다. 꼭찝어서 이게 이상해라고 말할수 없는 어떤 것을 느끽게 해주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 자체는 이상한 것이 없다고 느끼기에 기괴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기괴함을 느낀 것은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였다.

특별한 이유도, 특별한 부분도 아닌 그냥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였다. 하드보일드라는 부분을 모두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 이거 기괴해 "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왠지 삽입된 그림들이 조금 유령같은 느낌을 담고 있기는 했다. 그 점 때문에 기괴함을 느끼는 것이었을까?

이 소설을 읽고나서 나도 모르게 정의를 내리고 말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기괴하다. 심령소설이나 추리소설도 아닐진데, 왜 그녀의 소설에서 자꾸 기괴함을 느끼는 것인지....

어쩌면 내 자신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기괴함을 그녀의 소설이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