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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을 위한 예고편 같은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본문
요즘 통 조조영화를 보지못하고 있었다. <미쓰고>라는 영화가 나에게 안겨준 큰 실망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귀차니즘의 공격에 맥없이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히스레져가 죽음에 다달을 정도로 몰입했던 그 <다크나이트>의 후속편이라니. 히스레져의 광기어린 조커는 영영 볼 수는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다크나이트 스리즈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관을 찾았다. 딱히 이 영화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도 전날 눈이 일찍 감기고 오늘(2012.7.19)은 일찍 눈이 떠졌다. 대놓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차올라 귀차니즘을 잠시 물러나게 했던 것 같다.
아침 9시. 집에서 5분도 안걸리는 영화관에가서 표를 구입하러갔다. 줄 서있는 사람이 당연히 없을 시간이라 바로 구입을 했다. 직원이 보여준 좌석표에 내가 선호하는 자리들은 모두 선점이 되어 있었다. 보통 조조를 보러 가면 내 마음대로 자리를 골랐었는데... ㅜㅜ 이미 예약된 자리가 꽤 많음이 눈에 띄었다.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이 될 수 있는 자리를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이것 저것 하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9시 50분. 영화관은 영화가 시작될 시간이지만 여전히 광고중이었다. 내가 영화시각 정시에 집에서 출발하게 되는 이유다. 그렇게 들어갔는데, 조조임에도 자리는 가득 차있었다. 뭐 방학시즌이라 젊은 연인(?)들이 많았지만 나이 좀 있어 보이는 커플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 사이에 나는 당당하게 혼자(!) 들어가서 보고 나왔다.
중요한 건 영화에 대한 느낌이니 영화 이야기나 하자면, <다크나이트>를 5점만점을 줄만한 수작이라고 했을 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에 못미치는 4점을 주고 싶은 영화였다.
절대 악이지만 미묘한 설득력으로 나를 휘어잡았던 조커와 그에 비해 무식할 정도로 우직한 느낌의 정의의 사도 배트맨의 조화가 멋있었던 것이 <다크나이트> 였다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비긴즈>의 색이 진해져 다시 정의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건 캣우먼과 로빈의 등장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히스레져의 조커가 없는 배트맨을 다시 만들어내기 위해서 할 수 밖에 없던 특단의 조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 내용은 상황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그래서 만약 전작 <다크나이트>의 감동을 기대하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허전한 느낌을 많이 느끼리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선보였던 정의에 대한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들이 오가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명확한 설명보다는 도데체 저들이 무슨소리를 하는가 싶을 정도로 갸우뚱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 배트맨이 가진 태생적인 문제기도 한데, 배트맨이 정의의 사도기는 하지만 굉장히 어두운 내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 배트맨 스리즈 영화 내내 등장하는 대사 중에는 항상 주인공이 논쟁 하는 것이 있다. 배트맨은 악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응징하러 나온다고 주장하고 배트맨을 제외한 주변 사람과 악당은 배트맨이 나오기 때문에 악이 더 커지는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배트맨이 정의의 편이지만 결국은 악당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만드는 논쟁이다. 그런 배트맨의 정체성 고민이 잘 나타난 것이 바로 <배트맨 비긴즈>였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런 배트맨의 고민을 더 깊이 있게 가져가기 위해서 베인이란 악당이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통을 똑같이 겪게 만들었다고 본다. 이 베인이란 인물이 <배트맨 비긴즈>에서 나왔던 스승과 큰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의 근거가 되어준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악당의 역할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비중이 줄어든 것이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다크나이트>에 비해 악당이 가진 카리스마가 많이 약해졌다고 본다. 히스레져의 빈자리도 있지만 새로운 등장인물들 때문이라고 본다. 어쩌면 히스레져의 빈자리를 새로운 등장인물로 채울 생각을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안그래도 어두운 2000년과 2010년대의 배트맨은 주변인물들의 등장으로 더욱 더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이 강해지리라고 본다. 90년대의 배트맨 영화에서 섹시함의 상징이었던 캣우먼을 앤 해서웨이가 맡으면서, 섹시함 보다 캣우먼의 고민에 힘이 실렸고, 장난끼 많은 악동 느낌이 많았던 로빈도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고 그를 실현하려는 진중한 인물로 조셉 고든 래빗이 맡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 스리즈의 폭발력(?)은 이번 영화가 아닌 다음 영화를 위해 숨겨두었다고 생각한다. 이 한편 자체로도 괜찮기는 했지만 다음 편을 위한 예고편의 느낌이 강했다.
한줄로 말하면, 돈은 아깝지 않으나 뭔가 찝찝한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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