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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소소한 이야기) 컴퓨터 다운

무량수won 2013. 8. 16. 00:58




컴퓨터가 좀 오래되긴 했다. CPU만 벌써 6년째 쓰는 것이니까. 그래서 최신 게임은 내 컴퓨터로는 못한다. 그나마 최신(?)인 컴퓨터 부품이 그래픽 카드인데, 이것도 거의 4~5년쯤 된 것 같다. 사실상 내 컴퓨터는 드라마보고 영화보고 인터넷 서핑하고 고전(?) 게임들을 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최신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임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진 탓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시작하면 하루 이틀은 그냥 넘겨버리는 게임 광이다. 이렇게 하루를 넘기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을 뿐이다. 


최근에 그런 옛날 게임 몇개를 했다. 이 더운 날씨에 내 컴퓨터는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그러더니 오늘 자신이 무리했다고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컴퓨터가 보내는 신호는 딱하나다. 파란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건 "이제 그만~!"이라고 컴퓨터를 쓰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하던 게임이 처리할 용량이 많은 게임이라 컴퓨터에게 부담스럽기는 했을 것이다. 비록 옛날 게임이라도 이런 저런 기능을 많이 쓰는 시뮬레이션 게임이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보통 그래픽이 화려하지 않지만, 이것 저것 계산해 게이머에게 보여줘야할 데이터가 많다. 그래서 컴퓨터를 힘들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 내 오래된 컴퓨터는 나에게 혀를 내두르며 무리라고 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욕심을 부리며 조금만 쉬었다가 하면 되겠지라고 몇번 더 시도했다. 그러자 내 컴퓨터는 이제 더 이상은 무리라며 게임을 켜서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 화면을 보여줬다. CPU의 온도는 최고 70도를 찍었고 컴퓨터를 돌리면 기본 60는 쉽게 휙휙 넘어가 버렸다. 


드디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겨울이 되면 그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 못된 컴퓨터 주인은 좀 더 혹사 시키려는 마음을 먹는다. 참 못되었다. 컴퓨터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컴퓨터 세상에서 6년이면 노인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세상이 좋아져서 버틴 것이지 불과 10년 전만해도 2~3년 넘어가면 거의 고물이나 다름 없었을 시간이다. 


"그동안 잘 버텼다. 컴퓨터야. 그리고 미안하다. 더 이상 너를 데리고 그런 무리한 일은 하지 않으마. 언젠가 너에게도 영원한 휴식이 오겠지..."



영화 리얼스틸에서 고물이된 로봇을 주인공 꼬마가 대단한 녀석으로 고쳐냈듯이 나도 그런 능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그럴만한 능력까지는 가지지 못했다. 


괜시리 컴퓨터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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