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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거대한 괴물 - 폴 오스터

무량수won 2009. 9. 18. 07:54
거대한 괴물이란 제목을 보고, 더불어 작가가 미국 사람이란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선입견이 생겼다.

' 혹시 정치에 관한 음모를 파해치는 소설일까? '

그리고 몇장을 넘기면서 난데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소개가 되고, 글의 작가는 자신과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첫 장에 등장한 FBI는 미드를 보면서 차곡 차곡 쌓아두었던 거대한 음모나 정부에 대한 비판, 무언가 정부 조차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거대 조직같은 이야기의 하나로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거대한 괴물이란..... 제목.

첫 장을 넘기고 1/4 정도 소설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결말에 대해서 정부 조직과 등장하는 첫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는 점 때문에 어떤 거대한 조직이 존재하고, 그 조직은 주인공에 의해서 파헤쳐지거나 주인공이 FBI와 함께 맞서 싸워가는 등의 상상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국이란 나라에 가지고 있는 문화 이미지는 주로 이러한 것이었다.

예전에 처음 접한 미국 소설은 법정 스릴러물로 유명한 존 그리샴의 사라진 배심원이었다. 이 소설은 마치 내가 영화 한 편을 보는듯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방금 영화관에서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이 소설이 그런 이미지의 시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드라마에 단골로 출연해주는 거대한 정부 음모나 거대 기업의 음모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이미지를 단단히 굳게 만들었다. 뒤이어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본 드라마들의 소재도 모두 이런 이야기였기에 미국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더욱 심해졌다.

사실 이 소설들 전에 나는 몇몇 미국 소설을 읽었으나 그것은 청소년기에 야한 묘사를 찾아 다니며 읽었던 것이었기에 소설을 읽었다기 보다는 성행위에 대한 묘사와 그에 대한 짜릿함을 느끼기 위한 행위였다. 이렇게 읽어내린 소설을 읽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그 소설들은 나에게 있어서는 야한 동영상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미국소설에 실망하다.

그러다 위대한 개츠비를 접하게 되었다. 내가 두 번째로 읽게 된 미국 소설인데, 오래되고 유명한 미국 소설이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란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굉장한 따분함을 느꼈고, 나와는 성향이 맞지 않는 소설임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손에 잡은 몇 안되는 소설책이라는 이유로 일단 끝까지 읽기로 했고, 모두 읽었으나 그 소설은 나에게 아무런 감동없이 밋밋한 소설로 남게 되었다. 이 소설은 꽤 오래 전에 읽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상이 없어서 정확히 어떤 점이 실망스러웠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 뒤에 인터넷이나 이런 저런 자리에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평을 보거나 들을 수가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글은 대다수가 호평 일색이었던 반면에, 내가 만나서 이야기 나눈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어서 덕분에 미국 소설에 대해서 이미지만 안좋아 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이야기하면서 호밀밭의 파수꾼도 자매품처럼 재미없게 읽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 그 책을 읽은 사람 중에 평이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는데, 한 결 같이 두 세 번 이상은 읽어야 진정한 맛을 아는 소설이라고 칭찬하고 있었다. 더불어 당시 인터넷에서 호평을 하는 글 다수가 반복적으로 읽어야 좋다고 평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책을 두 번 이상 읽고 싶지 않았다. 내 스타일이 여러 번 반복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었고, 두 번 이상 읽는 다는 것은 그 책에 대해서 분석할 꺼리가 있거나, 그 책에 대해서 새까맣게 잊어 버린 경우에나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 원칙이 아닌 나만의 스타일이다. 언제든지 이러한 스타일은 바꿀수 있지만 당시에도 그랬지만 아직까지도 바꾸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미국 소설에 대한 이미지는 안좋아지고, 미국 드라마를 섬렵할 수록 늘어나는 미국 문화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미지는 거대한 괴물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는 선입견과 결말에 대한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실제 결말에 비교한다면 엉뚱한 상상이지만 그동안 내가 겪은 것을 생각한다면,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상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독서토론 모임을 위한 책으로 선정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이 책에 대한 나의 상상이 없었다면, 나는 독서토론 모임을 위한 책으로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모순적인 말이지만 사실이다. 나는 이 책에 큰 흥미가 없었지만 독서토론 모임을 위해서 좀 사회적인 소설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거대한 괴물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상상력 덕분이었다.


거대한 괴물에서 느껴진 이상한 느낌

조금씩 모임을 위해서 책을 읽어나가던 중에 나는 중요한 장면을 읽게된다. 난데 없이 이야기 중반에 사랑에 관한 판타지적인 설정이 등장한 것이다.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할 만한 그러한 소재로, 어쩌면 그저 야동에나 나올 법한 소재가 거대한 정부에 관련된 음모론적인 소설에 등장한 것이다.

이건 충격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바에 의하면, 그런 설정은 이 소설에 등장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뭔가 불편했다. 내 생각을 벗어나버린 소설에 대해서 이상한 배신감도 느꼈다. 그리고 이야기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던 정부의 음모를 다루는 소설이 아니었음을...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소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가 있었다. 이 말도 안되는 설정에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에 대해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제목으로 쓰인 거대한 괴물은 이 소설의 내용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한방 맞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기뻤다. 내 고정관념을 깨부셔준 이 소설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내가 이 소설에 대해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봤다면, 이 소설을 읽고 느낀 감정은 전혀 다른 것이었을 테니까.

어쩌면 ' 이게 뭐야 ' 하고 별 감흥이 없어. 라고 지금 이 순간 적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독서토론모임에 나가서 ' 이거 생각보다 재미 없었어요. ' 라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한 만약의 순간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폴 오스터란 작가를 대단한 이야기 꾼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치켜세우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이야기 전개와 스토리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무엇이 존재 했고, 나는 그것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나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내 감동을 똑같이 느껴달라 부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느낀 감정은 이러했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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