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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솔로몬 노섭 본문

독서 토론 모임

노예 12년 - 솔로몬 노섭

무량수won 2014. 7. 24. 19:24

몇 차례 글을 썼다가 지웠다. 나름 솔직하게 감상을 적는다고 적는데, 적을 때 마다 내 감상을 기묘하게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자꾸 그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내가 내 글을 읽다가 지쳤으니 뭐 앞서 장황하게 썼던 글은 확실하게 엉망이었다고 확신 할 수 있다.

 

 

노예 12년이란 책을 독서토론 책으로 골랐던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 굴러다녔기 때문이다. 내가 샀던 것은 아니고 동생이 사놓고 안 읽은 것인데, 종종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들 중에 괜찮은 책들이 꽤 있었기에 그렇게 골랐다. 내용은 책을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몇달 전 영화로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기 때문이다. 영화의 느낌은 좀 지루하지만 아름다운 영화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는 없었다.

 

영화를 봤기에 사실 책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미국의 남북전쟁 전의 노예들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거나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자유민의 신분의 흑인 솔로몬 노섭이 노예가 되어가는 과정과 노예란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가게 되는 상황의 비참함으로 그려진다. 정확하게는 백인 주인 중에 하나인 앱스란 사람에게 팔렸는가와 팔리기 전인가로 나뉘는데, 아무튼 내용상으로는 이렇게 볼 수 있다. 책에서 솔로몬 노섭은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더불어 그는 남부 지방 삶의 모습을 열심히 묘사한다. 이를 통해 그가 중립적으로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대한 솔로몬 노섭이 자신의 감정을 벗어나서 쓰려고 했던 것 만큼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책을 보면서 놀랐던 것은 솔로몬 노섭이 자신이 당한 부당함에 대한 것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그 와중에 남부 지역의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묘사하는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솔로몬 노섭 스스로가 자신은 꽤 똘똘한 노예로 통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 때문에 그가 스스로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는 그런 의도로 그 이야기를 넣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노예제도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 주장이 감정적인 주장이 아님을 유난히 강조한다. 얼핏 보면 마치 백인이 흑인 노예체험을 하고 돌아와 그 제도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는 것 같다. 애초에 그의 이야기를 흑인의 이야기라고 설정해서 읽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주장은 그만큼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을 때,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할 사건들이 있다. 소설의 사건이 벌어진 시간 상 미국이란 대륙 혹은 국가에서 흑인이 자유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 자유민으로 인정하는 것도 북부의 몇개 주에 한해서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이 나오고 10년이 채 되지 않아 남부의 주들과 북부의 주들이 전쟁을 벌였는데, 전쟁의 가장 큰 명분이 흑인 처우에 관한 것이라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

 

노예 해방 명분 때문에 당시 북부의 대통령 링컨은 사실상 노예 해방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에도 그의 수식어가 되어버렸고, 대중은 지금까지도 링컨하면 노예들을 해방시킨 사람으로 손꼽는다. 해당 시기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저 아무 것도 모르고 미국에서 노예가 있었어라고 읽고 끝내는 것보다는 좀 더 생각할 꺼리들이 있다고 믿어서다. 무엇을 상상하듯 그건 본인의 할 탓이긴 하지만 말이다. ^^;;

 

 

나는 이 책을 독서토론 책으로 선택하면서 표면적인 이유로 현대 사회의 모습이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게 끄집어낸 이유는 솔로몬 노섭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이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피부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 수 많은 백인들 만큼 잘살고 행복해 하는 모습은 가난한 혹은 주변의 많은 백인들에게 질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와 비슷한 모습이 현대의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바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다. 그들 대다수가 한국인들에 비해 많은 고통받고 있고, 한국이란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도 최소한의 것임에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꽤 많은 한국인들이 그들에게 분노를 뿜어대고 있다.

 

마치 이 책의 솔로몬 노섭에게 백인들이 했던 행위 같은 분노 표출이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에서도 분명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백인이 흑인을 취급했듯이 피부색을 보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모습이 꽤 닮았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 나는 이 이야기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이야기를 봤다. 비주류 집단이 주류 집단에 속해있는 모습을 주류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봤을 때의 모습을 흑인이 백인 사회에서 백인처럼 대우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돈, 학벌, 직업 등으로 분류되어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눠지고 그 때문에 당하는 부당함 등이 흑인이기 때문에 백인에게 증명해야 되는 수많은 서류와 부당함과 많이 닮았다고 보았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앞서 적용한 현대 사회와 책 속 이야기의 문제는 과한 적용이다. 그 시절의 사회 인식이 지금과 다르고, 그 시절의 사람들과 지금 한국의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은 맞다. 다만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차별과 그 때문에 이어지는 정당하지 못한 행위들에 대한 기본 생각은 현대 한국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려면 미국이 벌였듯이 전쟁을 통한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아니다. 역사를 배우고 과거를 알게 된다는 것은 그런 좋지 않은 예를 피해가기 위함이다. 좀 더 좋은 이야기와 논의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사실 이 책이 직접적으로 지금 한국사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맞닿는 것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점과 고민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신은 자유민인가? 아니면 흑인인가? 백인인가? 혹시 당신은 흑인 노예와 같은 신분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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