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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삶에 대한 작은 이야기. 본문

상상 속 이야기

미래, 삶에 대한 작은 이야기.

무량수won 2009. 11. 28. 17:51
어디선가 알람소리가 들린다.

귀찮은 느낌만 든다. 그냥 무시할까? 이불을 뒤집어 써보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미 깨어난 머리는 더 잠을 자봐야 소용없다 말하지만 몸은 그 이야기에 콧방귀만 뀔뿐이다.


오늘도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둔다. 마치 TV를 킨듯 켜지는 컴퓨터. 얼마 전 새로 장만한 컴퓨터는 어린시절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시작하던 컴퓨터와는 다르다. 당시 흔히 말하던 "부팅(booting)"이란 말은 어른들의 단어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렇게 시작되던 컴퓨터는 이제 같은 시간동안 내가 전날 체크를 해놓은 사이트와 각종 정보들을 검색하고 있다. 아직 사람이 하는 것 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항상 원하는 것과 다른 답을 주던 검색엔진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거실의 커다란 화면으로 전환을 시켜두고, 아침 밥을 먹는다. 매일 아침 오는 아침 밥 서비스는 꽤 괜찮다는 생각이든다. 혼자 오래 살다보면 참 귀찮은게 많아지는데, 점점 세상은 '혼자살아도 괜찮아~ 돈만 준다면'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일을 시작한다.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모두가 일한 만큼 벌어간다. 세상은 점점 대형화가 되어가버렸고, 덕분에 언제나 고용주 입장으로만 세상이 바뀌어갔다. 돈이 많은 사람의 돈은 점점 불어갔지만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람의 숫자도 많아졌다. 고용주는 상용직 근무보다 자유로운 계약직을 원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얻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이제 사람이 필요한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집에서 편하게 일을 하면서 생활을 즐길수 있게 되었지만, 곧 그것이 많은사람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받는 급여는 점점 줄어들고, 시간은 남으니 다른 일을 추가로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힘들다보니 이제는 2~3개의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다.

나도 직함이 2개다. 그나마 내가 가진 경력덕에 조금은 편한 생활을 하는 편이다. 하루에 잠자는 6시간을 제외하고 개인 생활을 할수 있는 시간이 3시간은 된다. 물론 일하는 틈틈히 집안일도 하지만 두가지 직함을 유지하다보면 하는 일 덕분에 그럴 시간은 쉽게 나지 않는다. 어린시절에 느꼈던 주말의 설레임은 찾아볼수가 없다. 오늘 일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 일할 것이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생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에 나는 TV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책과 영화를 가까이 하게 되었다. 간간히 연극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즐길 여유가 없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도 그리 큰 여유는 없었지만, 지금은 그럴 물리적인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거실의 컴퓨터 화면으로 연극을 촬영한 영상을 보거나 소설을 컴퓨터로 읽어보지만 예전의 느낌이 나지 않아 금새 꺼버린다. 영화도 영화관에서 보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미 비싸질대로 비싸진 영화관은 갑부들을 위한 장소일 뿐이고 다수의 사람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서 본다. 한때 티켓 판매로 영화의 인기를 가늠하던 방법은 다운로드 수로 바뀐지 오래다.

인터넷에서도 TV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 인터넷은 온통 광고로 넘처날 뿐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광고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점점 나의 일상인 것처럼 광고를 해대고, 저 사람말이 광고인지 진실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TV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이유는 방송 중간 중간 해대는 광고 덕분에 내가 광고를 보는 것인지 TV프로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일이 마무리 되어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집밖에 나가본지 꽤 오래 되었다. 하룻밤 멀리 떠나 본 것은 또 언제였던가? 이제는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오늘 일을 안한다고 당장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나에게 일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길게는 1년 안팍으로 내 생계수단이 없어질 것이다. 몇몇의 고용주들은 자신들만의 네트웍 형성으로 인해서 나에 대한 신상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잘못 보인다면, 내 생계자체가 막막해진다.

이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피곤함에 이내 잠이 들고 만다. 또 몇 시간 뒤에 있을 같은 일상에 대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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