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청소 본문

상상 속 이야기

청소

무량수won 2010. 2. 19. 09:36
어제 방 청소를 했습니다. 봄 맞이 청소보다는 개인적인 기분 전환용 청소였지요.

동생이 얼마 있으면 한국에 돌아 옵니다. 저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구경도 해본적이 없는데, 동생은 외국에서 무려 3년동안이나 살고 돌아오는 길이지요. 그저 부럽다고 느껴질뿐. 

막 20살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한국이란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저 외국이 멋있어 보여서 여행을 가고 싶었다면, 20살이 되어서는 한국이란 나라가 매우 부끄럽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처음으로 현실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보게 되었을 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어른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지만, 실제로 그들이 부리는 욕심은 코흘리개들이 부리는 욕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너무 현실을 일찍 알아버린 것일수도, 혹은 너무 늦게 현실을 알아버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뒤로는 "현실따위" 라는 생각에 그리고, "한국따위"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항상 말해왔고, 현실이 너무 싫어서 컴퓨터 게임이나 책을 읽으면서 피해왔습니다. 아니 도망쳤다고 보는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가두어 놓다보니 남들과 같은 삶은 살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살기가 싫었던 게지요. 점점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혼자라는 것이 당연해지고...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그런 자신에게도 꽤나 많은 실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현실을 피하려고만 하는 자신... 주위의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사는 곳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쌓여가는 먼지는 내 마음속에 쌓여가는 어떤 것이 되었습니다. 눈에 너무 띄이는 먼지는 대충 치워 냈지만 구석에 숨어들어가는 먼지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마치 마음 속 깊은 어떤 곳에 숨겨진 어떤 것처럼...

가끔 마음 정리를 위해서 청소를 합니다. 이런 기분들을 없애보려구요. 내 속에 쌓여있던 알수없는 울분들. 그래도 현실에 순응해보자는 생각들을 위해 청소를 합니다. 책상 구석 구석에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방 구석 구석에 숨어있는 먼지를 찾아내서 치웁니다. 

이런 청소를 하려고 집안을 들쑤시고 있을 때면, 동생이 나타나 뭐라고 합니다.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기분 내킬때만 청소한다고 난리를 치니 그럴만도 하지요. 평소에는 청소를 하지도 않으면서, 청소할 때만 되면 뭐라 뭐라 자신에게 잔소리를 한다며, 대들기 시작합니다. 
청소를 할 때면, 동생과의 말 싸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그런 동생이 외국에 나가게 되면서 혼자 한국에 있는 저는 청소를 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청소를 하게되더라도 눈에 보이는 곳만 살짝 살짝 손댈 뿐... 

동생이 없어서 였을까요? 방 구석 구석에는 다시 먼지들이 숨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하는 청소도 그 곳까지 손이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는 만큼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줄고, 그러는 만큼 일도 하기 싫어집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네요. 반가우면서도, 왠지 귀찮은 존재가 등장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불안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 구석의 먼지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이 오면 청소를 할까? 오기 전에 청소를 해 놓아 버릴까? 많은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싸우더라도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오는 동생과는 당분간 편하게 지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래서 어제 혼자 열심히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도 이리저리 옮기고, 책상의 책과 책장의 책을 모두 꺼내어 먼지도 털고 구석 구석 최대한 깨끗하게 하려 쓸고 닦으며 치웠습니다. 청소가 끝나고 모두 새로운 자리에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옮겨놓고 전원을 키는데, 화면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 아... 이럴수가 ' 탄성과 함께 왠지 모를 감정이 몰려옵니다. 


깨끗해진 집안, 켜지지 않는 컴퓨터, 몇일 뒤면 돌아올 동생. 

이상합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이건 소설입니다. ㅡㅡa

'상상 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기 싫은 날  (6) 2010.02.23
운동이야기  (0) 2010.02.23
안다.  (0) 2010.02.12
눈 발자국  (0) 2010.01.21
절대는 없다.  (2) 2010.01.0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