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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운동이야기

무량수won 2010. 2. 23. 13:28
운동을 한다.

근 1년 동안은 운동을 못하였다. 아니 안한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댈수 있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안한 것이 맞다.

새해 들어서 운동을 다시해야겠다는 생각만 품었었다. '내일부터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아침에 일어나면 밖에 나가기 귀찮아져서 이불에 얼굴을 뭍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가 밖에 나갈 일이 있어 거울을 보았다.



' 어... 이게 누구지ㅡㅡ? '
거울을 보다가 순간 놀란다. 덥수룩해져버린 수염과 삐죽 삐죽 솟아있는 머리카락. 어딘지 모르게 초라해보이는 얼굴. 살이 포동포동하게 쪄있는 얼굴이지만 왠지 불쌍해 보였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의 한 사내가 거울에 서있었다.

아무것도 포기한 것도, 아무것도 잃어버린 것도 없는데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하나 서있었다.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고, 하나도 힘든 것이 없는데, 거울 속에 비친 사내는 꽤 힘들어 보였고, 매우 슬퍼보였다.

거울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저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거울속의 사내가 나에게 뭐라 하는 것 같다. 내가 정신이 이상해 진 것인가? 혹시 이거 누군가 나를 놀리기 위해서 특수장치를 해 놓은 것은 아닐까? 별의 별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간의 시간의 지나고 거울속의 사내는 억지로 웃는 척을 한다.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뭔가 재미난 상황을 만드려 애를 쓴다. 하나도 웃기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도 나를 웃기지 못했다.


다시 멍해지고,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 사내를 보면서 시간의 흔적을 바라보게 되었다.

'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

철없이 날뛰던 시절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 시절에는 날렵했고, 무엇을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는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렸었는데...
남들보다 금방 체력이 바닥이 나도 조금만 쉬면, 금방 뛸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신을 차리자며 손으로 얼굴을 몇번 치고, 고개도 한바퀴 돌린다.

'괜찮아 까짓꺼 한번 더 해보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욕실에 들어간다. 면도를 깔끔하게 하고, 이렇게 저렇게 나를 꾸민다. 새로 사둔 옷은 없지만 최대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입어본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 맞춰 사람들을 만나러 나갔다.


약속된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 거울에 비춰진 나는 어느새 기운이 빠져보인다. 이렇게 무너지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철도 없고 아는 것도 없던 시절이지만,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로 다짐한다. 아침 일찍 시간을 맞추고 그렇게 골아 떨어진다.




시끄럽게 알람이 울린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도 않더니 오늘 따라 굉장히 시끄럽다.

' 아... 오늘 운동하기로 했지 '

독한 마음을 먹고 일어나서 운동갈 준비를 한다. 일단 길을 나서니 상쾌하다는 생각과 잘 나왔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매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을 내민다. 5분 정도 걸어서 뛰기 시작할 곳에 도착했다.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호흡은 두번씩 끊어서하고, 발은 가벼운 느낌으로... 운동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이 나고 그에 맞춰 뛰기 시작한다.

5분 정도 지났다.

'으아~!!! 못뛰겠다.'

자꾸 숨이 가파와서 뛰기가 힘들다. 이렇게 멈추자니 다시 뛰지 못할 것 같아서 조금씩 속도를 늦추기로 한다. 걷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뛰기를 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걷는 것으로 바꾼다.

' 쳇.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건가 '

나 자신에 대해서 실망을 한다. 한편으로는 나이 탓을 한다.

' 작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

뛰는게 안된다면 걸어서라도 목표한 곳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 결국은 이정도 였군. 그래도 정해둔 곳까지는 다녀와야겠다. '

한참을 걸어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집에 도착했다. 다시는 밖에 나가기 싫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몰려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되뇌이지만 내 몸은 이런 나의 의지를 한번에 꺽어버린다.



실망스런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 갑작스런 운동은 언제나 그렇듯이 내 몸을 가만 두지 않는다. 구석 구석 통증을 만들어내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이럴려고 시작한 운동은 아닌데...

혼자서 궁시렁 거리다가 몸이 다시 괜찮아지면 운동을 나가기로 하고, 그냥 자리에 누워버린다.

' 이번에도 포기인 것인가? '

이렇게 또 한번의 운동을 하려는 시도가 무산이 되었다. 내일 몸이 괜찮아지면, 운동을 다시 나가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내가 운동을 나갈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나만 이렇게 의지가 약한 것인가라는 생각에 내 자신이 괜시리 미워진다.



이것은 소설입니다.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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