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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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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GO - 가네시로 가츠키

무량수won 2010. 3. 30. 11:05

GO는 책의 제목이다. 책 제목처럼 주인공 스기하라는 앞을 향해서 간다. 미래가 어찌 되었든 어떤 불행이 온다 하더라도 그냥 가는 녀석이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주인공 스기하라가 보여준 지하철에서의 달리기. 그리고 전설이 되어버린 그였지만 그전에 성공한 다른 이의 달리기. 겁쟁이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이처럼 무모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마치 예전 60년~70년대의 하이틴 무비, 즉 주인공이 청소년인 영화에서 보여지던 치킨 런. 즉, 겁쟁이를 가리기 위한 치기 어린 내기를 보는 듯했다. 흠....



그런데 소설에서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소설에서 나는 "달리기"보다 "비웃음"이란 단어가 강하게 떠올랐다.




이 소설에는 세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나온다. 재일 조선인, 재일 한국인, 일본인.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은 모두 일본이라는 나라의 영토안에 사는 사람이다. 모두 일본어를 할줄 알고 일본에서 생활 해야하는 사람들이다.


그저 멀리서 이들을 지켜본다면, 모두 한 나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막상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선 일본이란 나라는 일본 사람과 외국인을 나눈다. 그리고 그 외국인 중에 외모가 매우 흡사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같은 민족이라 말을 하지만 다른 국적을 가지게 된다. 한쪽은 북한 국적을 한쪽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나뉘게 된다.



꽤나 골치 아픈 이야기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일본인도 그러할 것이고,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도 그러할 것이고, 북한국적을 가진 사람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시작은 그것을 그냥 담담하게 풀어간다. 고민은 있지만 그냥 그런거다. 라고 넘어간다. 그냥 말하기도 귀찮은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참 재미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일본이란 곳이 외국인에게 꽤 배타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다가 그러한 곳에서 60~70년을 넘게 외국인으로 살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배타성에 많은 상처를 받았으리라. 그런데다가 내가 사는 한국이란 나라는 재일 동포라고 해서, 일본에 사는 그들을 불쌍하다고 말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지만. 막상 그들을 도와주려는 정부의 특별한 움직임 따위는 없었다.

뭐 다른 곳에 이주해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없는 편인데, 이미 나가서 산지 오래된 그들에게 관심 따위를 가져줄 정부가 아니다. ㅡㅡa

북한은 그래도 뭔가 시늉이라도 했었더랬다. 물론 결국은 그들도 자신들의 잇속을 위해서 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현실이야 어찌 되었든 이런 것에 대해서 주인공 스기하라는 심드렁하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지. 아버지가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꾸던지 그건 그들 사정일 뿐이다. 가끔 시비를 거는 녀석들이 생길 때 마다 한대씩 때려줘서 이겨버리면 그뿐이었다. 그런 목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복서 출신의 아버지에게 복싱을 어린 시절에 배웠고, 덤비는 녀석들 마다 모두 제압해 버렸다. 그 때문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무패의 신화를 기록하고, 날파리 처럼 덤벼드는 녀석들도 없어졌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일본, 북한, 한국은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덕에 쉽게 이런 이야기를 비웃을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렇게 살다가 우연히 알게된 한 여자 때문에 발생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신경을 끄고 살면 되지만 좋아하게 된 사람에게 있어서는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된다.



그 여자가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가 외국인에 대해 안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녀도 그녀의 아버지와 별다른 인식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애써 무시하고 지냈던 민족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더불어서 친한 친구였던 정일이의 죽음을 보면서, 주인공 스기하라는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무시했던 그 이야기를 대면하게 되어 버렸다.


그런 스기하라에게 그녀는 다시 돌아왔지만. 친구 정일이의 죽음 때문에 여전히 뒤끝이 좋지 못한 것은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는 친구가 이루려고 했던 꿈을 자신이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



나와 정일이는 얼굴을 마주보며 키들키들 웃었다. 그리고 정일이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 같은 어린양을 위해서 교단은 필요해. 난 말이지 일본의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교단으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내 후배들이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가르쳐주고 싶어. 내가 너희들한테 받은 용기를 나눠주고 싶어. 물론 후배들에게 너 얘기도 할 거야. 무지무지 강한 선배가 있었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서라도 진짜 강한 인간이 되어줘."


- 가네시로 가즈키. GO 중에서 -



지금 껏 외면했던 민족이란 문제를 스기하라는 어떻게 받아 들이게 된 것일까?

결국 아무런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아니 결론을 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 쉽게 결론이 날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일본에서는 과거 브라질에 이민을 갔다가 일본으로 돌아온 이민 2~3세대들에 대한 문제가 붉어진 적이 있었다. 역시 문제는 경제가 세계적으로 어려우니 비정규직 직원들을 자르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 비정규직의 대다수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뭉쳐서 시위를 했던 것이다.

같은 민족임이라는 확실함이 있음에도 이렇게 배척하는 그들은 왜 그런 것일까?

어짜피 민족이라는 굴레 따위는 소위 위정자라고 하는 인간들이 사람들에게 씌워 놓은 하나의 테두리일 뿐일진데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증거로 스기하라는 소설 속에서 DNA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짜피 정확하게 따지면 순수 일본인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고...



이 소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또 그리 말할 것이다. 나쁜 일본 사람들 이라고.

그런데 말이다. 상황을 좀 바꿔보면, 한국인들이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닌것 같다. 비록 일본에 비해서 조금은 덜하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외국인에 대해서 굉장히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더 재미난 사실은 백인에게는 굉장히 공손한 반면에 백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에게는 꽤 오만방자하다는 점이다.



그러는 너는 어떠냐고?

뭐 나도 당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무의식 중에 세뇌되어버린 백인만 찬양하고 다른 인종은 거북해 하는 습성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분명 내가 하는 행동이 옳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나마 이러한 인식도 못한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스기하라가 말했던 DNA 이야기처럼 따지고 보면 순수한 한국인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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