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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와 "바라", 그리고 맞춤법 본문

잡담 및 답변

"바래"와 "바라", 그리고 맞춤법

무량수won 2010. 10. 2. 09:34



한글의 맞춤법은 굉장히 폐쇄적인 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과 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표준 맞춤법이란 것이 있지만 정말 그것이 그들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정의한 것처럼 " 교양있는 서울 사람들이 쓰는 말"인지 궁금해 질때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교양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왜 아직까지도 50~60년대 식의 말투로 정의된 것이 아직까지 정의라고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자는 것은 맞춤법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맞춤법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서 혹은 글을 읽고 쓰는데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좀 더 다른 이들에게 전달이 잘 될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규칙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면, 맞춤법이란 사람들과 대화를 위한 도구라는 점이다. 내가 대화라고 썼다고 꼭 말로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섭섭해진다.



몇일 며칠 전,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떤 아나운서가 "바라"와 "바래"의 표현에 대해서 실수로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쓰는 말중에 표현된 것이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했갈리는 표현을 이야기 하다가 반대로 말해 버린 것이다. 그만큼 그 사람이 맞춤법에 대한 관심이 줄어 든 것일 수도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한국에서 정해놓은 맞춤법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맞춤법 상으로는 "바래"로 문장의 끝을 맺거나 "바램"이라는 식의 명사형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당신이 ~~을 하기를 바라", "이것은 나의 바람"이 옳은 표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기를 바라"로 끝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 어색하다. 차라리 "~~하기를 바래"가 더 자연스럽고, 많이 쓴다고 생각한다. 발음함에 있어서도 그렇고, 글을 쓰는데 있어서도 그렇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세대가 변해가면서 그들이 쓰는 말이나 표현방법이 매우 많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이에 따라서 바뀌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변화하지 않고 중심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어에 대한 문법파괴가 너무 심해져서 세대간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이때에는 더욱 중심을 지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있다. 사람이 있고나서 법이 존재하는 것이듯, 사람들이 변했으면 그에 따르는 규칙들 또한 변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사람들의 변화를 거부하면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변화에 조금은 발 맞춰주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 중심을 잘 잡는 것과의 사이에서 큰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 현대에서 쓰이지 않는 식의 말투를 "억지로 맞는 것이니까 이렇게 써야해" 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는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TV에서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기에 그냥 대충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넘겼지만, 이제는 한국에 사는 이들이 이런 표준 맞춤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군가의 글을 쉽게 볼수 밖에 없고, 또 봐야만 하는 사회 환경에서 꼭 필요한 고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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