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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책을 읽다가 화가 났다.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책을 읽다가 화가 났다.

무량수won 2010. 10. 22. 16:08




가끔 이긴 하지만 나의 글쓰는 행위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상황이 있다. 그런 그런 상황이 지나간 후에 글을 보고 앉아 있으면, 나같은 녀석은 글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폭발 시켜버린다.

내가 글을 잘쓴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나는 내가 잘 안다. 잘 쓰지 못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지도 못한다. 언제나 재미있는 글을 쓰자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진지한 글이 되어 있고, 내가 읽어도 고리타분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선따위 신경끄고 글을 쓰자!" 라며 마구 키보드를 두드리면, 이건 글인지 말인지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가는 정체가 모호한 것이 나타난다.



몇일 전에 소설을 한 권 집었다. 박완서 선생의 [친절한 복희씨]다. 처음 출간되고 서점에서 인기리에 판매 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었다. 서점 갈 때마다 광고도 많이 나왔고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있었으니까. 소설을 좋아하는 동생 녀석이 이 책을 구입해놓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런 "베스트셀러 따위!" 라고 되뇌였다. 개인적으로 누가 썼던 어떤 내용이든 베스트셀러는 그리 좋아 하지 않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는 저 멀리 두고 책방 구석에서 먼지 쌓여가는 인문서적과 역사서적을 뒤적이는 것이 내 취미니까.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였는지 혹은 "나는 대중과는 달라"를 외치고 다녔던 것 때문이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베스트셀러들은 내 시선 밖에 두는 편이다.

덕분에 몇년 동안 내 책상 한 구석이지만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일부러 읽지 않은 소설책 모임 집단이라고 해서 뭉쳐놓은 곳에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뭐 그중에 읽은 책이 아직도 1/4정도 밖에 되지 않기는 하지만...



 
음... [친절한 복희씨]를 다 읽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련다. "책에 대한 느낌을 모두 다 읽고 말해야 한다는 편견은 깐따삐야로 날려 버리세요!!" 특히 이 블로그에서는 더욱이.

책을 다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보다 중요한 사실은 [친절한 복희씨]라는 단편소설집이 자꾸만 나에게 '너따위가 글쓴다고 나서? 고양이가 으르렁거린다고 호랑이가 되냐?' 라는 식으로 비웃는듯한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단편 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소설집이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글인줄 알았다. 그래서 " 어? 이거 소설책 아니었나?" 하면서 자꾸 겉면을 살펴보게 되었다. 마치 박완서 선생의 개인사를 담담하게 적은 것 처럼 느껴졌었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가 당연히 포함된 단편 소설집이었겠지만, 너무 솔직한 감정에 당황했다고 할까?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소설 속에 혹은 이런 저런 종류의 책에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던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정의고 진실이라고 이야기했다. 혹은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 하더라도 이야기를 풀어 놓는 사람들은 항상 이해 받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나 또한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왔다.



[친절한 복희씨]에 나오는 [그리움을 위하여]편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너무 이기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나타나서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글을 읽는 사람에게 동감해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이 이러했다고 하기에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자신의 감정에 자유롭다는 블로그의 글들보다 훨씬 더 자유로웠다. 그래서 자꾸만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마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글이 친절한 복희씨라는 단편집에 담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가"와 같은 한탄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덕분에 몇일 동안 그냥 멍해졌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 무지 화가 날정도로 부끄러워졌고, 더불어 친절한 복희씨란 책을 더 이상 읽고 싶지가 않았다. 운동장에서 항상 지 잘난 맛에 뛰어 놀던 아이가 뒤에서 광채가 나는 사람 앞에서 순간 멍해지고, 감히 그를 쳐다볼수 없을 정도의 사람을 본 느낌이랄까? 그 말고도 잘난 사람들을 숫하게 봐왔지만 그 아이가 뛰어 노는 것을 멈추게 하거나 그 아이를 스스로 뛰는 행위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 상대를 만나게 되어 얌전해질수 밖에 없게 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리 떼를 쓰고 울고 불고 매달려봐도 그를 따라 갈수 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이의 허탈함 이었다.



많은 고민을 했다. 이 느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 그 보다 내가 글을 써야하나? 라는 생각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물론 그와 같은 이들을 따라잡고자 시작한 글질이 아니었지만, 자꾸 내 글을 바라보게 된다. 철부지 같은 아이의 글 장난. 마치 자신이 세상의 진리인양 떠들어대고 있던 꼴이 헛 웃음을 자꾸 만들어 냈다.


그냥 그렇게 바라만 보고만 있으면 될 것을 굳이 읽어서 스스로 기운빠지게 한 나를 생각해봐야 돌이킬수 없는 노릇이다. 부끄럽다고 글을 안쓰고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난다. 못난 내가 화가나고 잘난 그에 대해 느껴지는 부러움 때문에 화가난다.



이렇게 지껄여놓고도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글을 쓰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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