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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또 책을 사고 말았어요

무량수won 2010. 10. 28. 17:47




책을 구입하시겠습니까?

언제나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려고 하면 이 질문에 다다라서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나서 내가 꼭 보고 싶었던 책인지, 괜히 사는 것은 아닌지, 지금 당장은 살 필요가 있는지 등을 생각하고 책 바구니칸에 담겨진 책들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이런 반복적인 작업이 여러번 이어지면, 어느새 처음 골라 두었던 책은 반정도는 줄어있다. 그럼에도 계속 망설인다.

결국 '책을 구입하겠습니다.' 라는 뜻을 인터넷을 통해서 서점에 통보하는 클릭질을 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뜻도 아니요. 멋진 생각도 아니다. '될 대로 되라지.'라는 다소 엉뚱하고 앞뒤에 맞지 않는 생각에 의해서다.

그렇게 오늘도 클릭을 했다. 날이 갈수록 줄어가는 통장속의 숫자를 보면서 한참을 망설였지만, 오늘도 그렇게 클릭을 하고 말았다.



이전에 썼던 책관련 포스팅에서 몇번 주절거렸던 [르몽드 디플로마띠끄 한국어판 시사잡지]와 11월에 있을 독서토론을 위해서 구입한 알렝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란 책.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이란 책을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책을 소개하는 책. 그리고 반값에 판다고해서 왠지 하나쯤은 구입해줘야 할듯한 기분에 클릭하다가 선택한 [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이렇게 네권을 구입했다.

예전에 책을 구입할 때도 올렸던 글에서 "구입한 책을 모두 읽지는 않을 것이지만..."이라는 식으로 말했듯이 이번에도 구입했다고 다 읽을 것이란 장담은 하지 못한다. 물론 구입을 결정할 때는 "다 읽고 말겠어!"라는 굳은 의지로 마지막 결제 버튼을 마우스로 딸각 거리면서 눌러버리지만, 막상 도착해서 새책에 대한 기쁨을 잠시 만끽한 후에는 책들이 쌓여있는 어디 구석에서 잠만 자고 있을 운명이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구입하는 것이 책인지라 주변에서 구입하고 읽지 않아도 뭔가 있어 보이는 녀석처럼 취급해주지만, 솔직히 말하면 구두를 애기야라고 부르며 모으는 연예인 서인영과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나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적으로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그녀들이 구두를 구입할때 느껴지는 쾌감이나 그 느낌, 구두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내가 책을 대하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책을 구입하기 직전에 나를 발견하면, 언제나 '될 대로 되라지!'라며 클릭을 해버리고 만다. 만날 돈없다고 훌쩍거리면서 책을 구입할 돈은 어떻게든 구해보려는 나. 가끔씩 나는 스스로를 지식의 허영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전혀 지적이지 못한 존재라 평을 한다. 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읽으면 어느 정도는 지적인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싶은 것도 사실이니까.



내 삶에서 유일하게 과도한 지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책이라는 존재다. 이런 책을 누군가 삶에서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한 번도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어찌 생각하면 뭔가 멋진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실상은 별 이유는 없기에 정확하게 혹은 잘 정돈된 말이나 글을 뽑아내지는 못할 듯하다.



이렇게 내가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봐야 결국은 돈도 없다고 칭얼대더니 "또 책을 사고 말았어요." 라는 스스로에 대한 한탄글이 될 뿐이다. 에잇. 내 얼굴에 침뱉기 밖에 안되는 군. 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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