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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11월 독서토론 모임후기 본문
주말의 홍대, 번잡스러움.
주말 저녁에 홍대를 제 정신으로 지하철을 타고 간 것은 처음이었다. 서울에서 주말이 되면 복잡해 지는 곳들을 많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홍대는 잘 가지 않던 곳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사람들이 계단에 줄서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설마 사람들이 많아서 저렇게 줄서있는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유명한 누군가 계단 가운데에 서있어서 사람들이 몰린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정말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낯선 광경에 신기했고 당혹스러웠다. 지상으로 연결되는 그 계단이 다소 좁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은 못했고, 이런 상황이 연출이 되리라는 생각은 더더욱 해보지 못했다. 결국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목격한 그 계단은 여전히 줄을서서 대기하다가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지상으로 나와서 약속장소를 찾아다녔다. 지도에서는 조금 복잡하게 나타나있어서 조금 헤매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게 많이 헤메지는 않았다. 덕분에 약속시간까지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수 많은 인파를 따라서 주변을 한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대충 보았던 것인지는 몰라도 다른 곳에 비해 독특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 많은 인파들 중에 유독 기타케이스를 등에 맨 사람들이 많다는 것 정도는 내 눈에 자주 띄었다.
이런 것을 쭉 지켜본 이후 머리속에는 왠만하면 주말에 홍대를 오면 안되겠다는 문장이 남았다. 나는 사람 많은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심즈라는 게임에서 사람을 형성하는 성격중에 나타나는 외톨이라는 성격을 지닌 것처럼. 심즈는 사람들의 인생을 게임화한 것이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드 보통의 소설이다. 책을 이것 저것 많이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구입하지는 않아도 유명한 작가나 책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듣게 된다. 어느자리에서건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들었던 가장 유명한 작가의 이름이나 책 이름을 연신 나를 향해서 뿜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독서토론에서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중심이 되어주는 책이 있고, 참석한 사람들 다수가 책을 좋아한다는 점 때문에 특정 몇몇 작가나 작품에 이야기가 몰리지는 않는 편이다. 이야기가 몰린다면 주제에 관련된 책에 한에서 정도다.
그래서 익숙한 이름이었다. 알랭드 보통이란 이름은 귀욤 뮈소처럼 그저 유명한 작가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 했던 유명한 작가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도 괜히 반발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녀석은 뭔데 이리 유명하담?' 이런 느낌이 강했다. 유명한 책을 찾아다니기 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책을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일단 유명한 사람들의 책은 비판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속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의 이야기. 심리에 대해서 그리고 철학에 대해서 많은 것을 끌어다 붙인다. 소설의 형태를 띄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철학적인 이야기를 곁들이는 부류의 작가를 몇명 더 알고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일까란 책은 그런 부류의 책이었다.
나는 철학을 일단 좋아하지 않는 쪽이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언제나 유명인들의 말을 인용하기 바쁘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왜 굳이 다른 이들의 생각을 끌어와서 붙여야만 속이 시원해질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철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편견중 하나는 실생활에 관련되어있지만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것을 철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들끼리의 대화에서는 그것이 빠르고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중에게까지 이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버리면, 그것을 듣고 있는 대중은 당황스러울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소설이 불편했다.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
이번 독서토론에는 많은 분들이 나와주셨다. 나를 포함 총 8명의 인원이었는데, 사실 나는 네명 정도를 예상했다. 그 조차도 많은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주최자인 포티메님의 부재통보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사람들은 나를 당황시켰다. 보통 나라는 인간은 예상된 상황에 맞춰서 어떤 행동에 대한 반응을 무의식적으로 준비하는 편이다. 예상된 사람들과 어느정도 예상된 대화를 진행 시켜야 겠다는 계산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만약 내가 그 모임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적극적인 호응으로 따라가는 것을 준비한다.
그런데 참여자는 늘어나는데,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주실 분이 안나와주시다니... ㅜㅜ 꼭 포티메님께 비싼 밥을 한번 얻어먹고 말리라!!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나는 주최자가 아니었기에 책을 다 읽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는 나쁘다 생각하지 않았지만 처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그만 읽게 만들었다. 시간을 두고 읽었다면, 아마 다른 느낌을 이 글에 표현을 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오랜시간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올해 여름 독서토론을 그만두고나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시작했다. 일단 사람들을 만난다는 행위 자체를 귀찮아 했었고, 다소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가 싫어기 때문이다. 토론에서의 대화가 무의미 하다는 것보다 사람들과의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가 싫어졌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덕분에 가끔씩 친구들이 나를 보면서, "너 요즘 사람들 안만나지?"라고 물어볼 정도로 어딘가 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져있었다.
간단하게 참석자들이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것을 정리하면,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철학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어주는 책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책이었다. 내가 책에 대해서 안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면, 반대로 너무 좋은 느낌이었던 사람도 있었다. 이 철학이 소설에서 주는 의미는 사람들에게 다르게 다가갔다. 나는 작가의 약력은 잘 살펴보는 편이 아니지만 누군가는 약력이 중요요소였다.
주인공 엘리스의 이야기보다는 엘리스가 만나는 에릭이란 남자에게 이야기가 집중되었다. 나는 이 에릭이란 남자에게 이야기가 집중된 것은 다들 엘리스가 관찰하는 시점을 너무 충실히 따라가서 읽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엘리스라는 주인공이 풀어내는 에릭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 되어줄 수밖에 없었던 듯 싶다. 사실 나는 에릭이란 남자보다 엘리스란 여자에 대해서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
그리고 시간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가 되었다. 자신의 시간과 세계의 시간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시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간이고, 세계의 시간은 내가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써 구성되는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와 아무리 동떨어져 있다하더라도 작은 여파는 있을 테니까.
다음 모임에서 다룰 책과 헤어짐.
사실 좋은 면만 이야기하고 좋다고만 이야기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면이 있다면 분명 불편한 점도 있는 것이니까. 지속적으로 나에게 쏟아진 이야기는 모임에 강제성을 띄라는 주문이었다. 어떤 모임을 하던지 강제성을 띄는 것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나도 생각은 한다. 비록 많은 경험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여기저기에서 모임의 주최가 되는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많은 모임들을 망쳐보기도 했고, 활발하게 이끌어 나가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강제성 보다는 자율성이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 혹은 발전이 없다고 할수 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강요한다는 행위 자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누군가 나에게 강요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기는 하다. 이런 개인적인 성향 탓에 다소 나라는 인물이 다소 무르다고 여겨지고, 모임이 엉망진창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또한 하나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굳이 항상 사람이 꼭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고 활발한 것 보다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잘되고 활성화가 되면 좋겠다는 것에는 동조하지만 그것이 강제성에 의한 강요가 된다면, 나는 그것은 찬성할 수가 없다. 물론 이 문제는 포티메님과 더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1시간 정도는 이 이야기 때문에 조금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기를 원했기에 자꾸 화제를 돌리고만 싶었다. 물론 이러한 나의 태도에 화를 내주셨지만 나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토론이나 이야기의 이끎에 있어서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분명 관리와 운영에 있서서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처음 나온 분들이 많은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름 요상한 분위기에서 잘 마무리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ㅡㅡ;;;
좋았다는 이야기만써도 사람들이 나올까 말까한데 왜 이런 이야기까지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일단 나는 사실을 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모임이든지 분위기가 좋을때가 있다면,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활성화를 위해서 숨기느라 말하지 않는다면, 그런 문제는 곪을수 밖에 없다. 분명 언젠가 또 누군가에게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꽤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긴 하지만 반면에 또 은근히 비슷한 면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같은 상황이 온다해도 나는 같은 행동을 보일 것이다.
괜히 포티메님께 비난의 화살 돌리기가 되어 버린건가? ㅋㅋㅋ
마지막으로 다음 모임에서 이야기 할 책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거미여인의 키스 - 마누엘 푸익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위에 나열된 책이 추천이 되었고,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후에 모이게 될때 빈곤이 중심이야기가 되는 책을 선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서 일단 주제를 통한 책 선정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다음달 책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저러나.... 글을 쓰다보니 별로 훈훈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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