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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독서토론으로 무엇을 하는가?

무량수won 2011. 1. 4. 15:34

누군가 물어볼때가 있다.


당신은 왜 독서토론이란 것을 하느냐고.

그럼 나는 이런 저런 대답을 한다.


그런데 그동안 독서토론 아니 그냥 토론을 할때 항상 들었던 생각은 제대로 표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토론은 말로서 찬성하고 반대를 하며 싸우는 것이라고.

물론 한자로 풀어내고 국어사전의 정의는 그렇게 되어있다. 그런데 정말 토론은 그런 것일까? 꼭 찬성과 반대로 나누고 그것을 위해서 말싸움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의 특징 혹은 나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한다. 이건 무슨이야기인가 하면, 예를들어 롤리타라는 책을 한권 읽고 토론에 참석을 한다고 치자. 나는 롤리타라는 책을 읽고 이책은 정말 훌륭하다. 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책을 음 훌륭하다기보다는 그냥 사람들에게 어떤 욕망을 표현하는 단어를 제시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둘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차이가 나타난다.

그러면 이제 나는 그에게 내가 왜 이책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는 내가 말한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합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지켜보던 어떤이는 다른 관점에서 우리 둘의 이야기가 어떤 점이 어떤지 자신이 받아들인 느낌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여기저기로 튀다보면, 나는 나만의 생각이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좀 더 생각하게 되고 그 근거를 말로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면서 하나씩 쌓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더 내 생각을 견고하게 다져나가거나 내 생각의 근거들이 다른 누군가의 말 보다 설득력이 없고 뭔가 부족해 보인다면, 그의 말을 따라가게 된다. 남의 말을 따라간다고 해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근거를 생각해고 어떤 논리를 세우며 그 주장을 옹호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럼 롤리타에 대해서 나는 "훌륭하다"로 시작해서 "훌륭하다"로 끝날수도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훌륭한 것보다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써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결론에 이를수도 있고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의 의견으로 끝날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책은 그냥 쓰레기다"라고 ㅡㅡ;;;



길게 글을 써두었지만 무슨 이야기인가하면, 결국 내가 아닌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내가 생각하던 것을 검증받고,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라고본다.

이런 생각의 정리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수 있지만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시선을 혼자서 찾아내기는 힘들다. 아니 거의 할수 없다고 보는 편이 좋다. 어떤 천재라도 혼자서 수 많은 사람의 모든 생각을 할수는 없다. 천재라고 해도 누군가의 책이나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가 천재로써 존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전에 써놓은 글중에서 독서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렇게 표현한 이유는 일단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비슷하고 비슷한 이야기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특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한데, 나와 뜻이 다른 사람은 거부하게되고 회피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토론의 경우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떤때는 너무 위험한 말을 하는거 아닌가 싶은 사람이 나오기도하고 어떤때는 나와 너무 뜻이 잘맞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덕분에 나도 모르게 거부하던 것을 누군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와 생각이 너무나도 똑같고, 누군가는 나보다 월등히 앞서는 생각을 이야기 하기도한다. 이런 저런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말하면서 나도 나만의 생각을 쌓아올리는 것이다. 거부감이 들면 그의 의견에 대한 반론을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져가고, 같다고 생각이 되면 그의 말에 동조하고 옹호하면서 생각을 다져가며, 누군가 뛰어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고 느껴지면, 감탄하면서 그의 생각을 내가가진 생각과 비교하면서 내 생각을 다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독서토론을 아니 그냥 토론이란 것이 누군가와의 싸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다름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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