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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거닐다 - 다섯번째 이야기 본문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갔다. 처음 목적지는 목동쪽이었으나 왠지 모를 갑갑함 덕분에 신금호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지하철에 올라탄지 10분도 채 안된 시간의 결정이었다.
신금호역은 작았지만 매우 깊었다. 한참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도착을 했으니... 내리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나와보니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한참을 걸어다니면서 이 주변을 설명할 만한 풍경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신금호역과는 거리가 꽤 되지만 이 주변을 설명할 만한 풍경을 금남시장 주변에서 찾아냈다.
꽤 오래 된듯한 재래시장의 느낌과 높은 곳에 지어진 수 많은 집들.
그리고 한참 공사중인 아파트들.
신금호역 뿐만아니라 이 주변의 느낌은 이러했다.
한참 공사중인 아파트를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고,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있는 모습은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한 10년쯤 지난 후. 혹은 20년이 지난 후.
이 지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내가 자라난 곳이 높은 아파트와 빌딩숲으로 뒤덮여갔듯이 이 곳도 그렇게 변하지는 않을까?
서울은 요즘 아이들이 그렇듯이 키만 자라나고 있는듯 했다.
도심의 나무가 높고 길게 자라나지만 양껏 크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돌아다니는 서울은 도심의 나무와 같은 모습 같았다.
그런 서울의 곳곳을 다니는 지하철과 차들.
뿌연 하늘 만큼 가슴도 답답해지고 있었다.
오래되서 낡은 집.
아파트.
이사.
전세값의 상승은 이사라는 단어를 뿌듯함의 느낌보다 측은함의 느낌을 들게 만든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기줄 만큼.
누군가에게 몰래 버려진 쓰레기 만큼.
사람들의 호소는 점점 답을 잃어만 가는 것 같다.
대사관들이 늘어서있는 도로.
그리고 꽤 값져 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자 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듯한 풍경.
값비싼 차들이 이 도로를 지배하고 있었다.
도로 하나를 건너왔을 뿐인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겉으로만 바라보는 외지인의 헛된 망상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아직 장사를 하는 곳일까 싶은 오래된 이발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점 자취를 감춰만 가는 모습들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경고문.
이런 정신없는 모습 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다고 개나리는 알려주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국립중앙박물관의 휴관을 알리는 안내 팻말이 내가 돌아다닌 지역에 대한 느낌을 대신 전달 하는 듯했다.
신금호역에서 시작해서 한남동을 가로질러 이촌역까지 향했던 길.
내가 찍는 사진이 이쁜 것과 멋진 것이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리고 추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쁘고 멋진 것만을 찾으려 하고 찍는 다면, 과연 누가 그렇지 못한 것에게 관심을 가져줄까?
나는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나를 설명하는 부분에 "항상 남들과 다른 것을 꿈꾸는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인간이란 존재로 태어나 꼭 풀고 가야만 하는 숙제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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