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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

프로게이머의 미래는 아직도 암울하다

무량수won 2011. 12. 26. 12:34


프로게이머의 대기업 입사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다 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프로게이머 서지훈이 CJ의 스포츠 마케터로 입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프로게이머라는 것이 생겨나던 시절 이후로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거의 보지않는 나로서는 서지훈이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내가 이 기사를 유심히 본 이유는 프로게이머가 CJ라는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게임단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게이머로서 생명력(?)이 다한 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CJ정도되는 회사에서 데려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게이머는 어른들(대다수 기업오너)에게 있어서 게임 폐인들인데 어찌하다보니 돈 좀 벌수 있는 일을 하게 된 아이들일 뿐이다. 뭐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만... 게다가 규모가 큰 기업들의 오너나 혹은 경영진들은 그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이들을 높게 평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건 프로게이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게임 기자가 말하는 프로게이머들의 현실을 살짝 살펴보도록 하자.

 

전체적인 기사 내용은 동의 할 수 없지만, 그들이 무대 뒤에서 느꼈을 고통은 이 부분으로 설명이 되리라 생각된다. 여기서 기자는 과거라고 했지만 사실상 몇년 전 이야기를 일컫기 때문에 이는 아직 해소가 된 것은 아니라 본다. 프로게이머라는 것이 시작된 것은 10년도 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그만큼 사회적 인식은 아직 좋지 못하다는 증거다. 

그런 와중에 대기업에서 프로게이머를 데려간다고 기사가 났다. 그것도 정직원으로. 이 입사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바로 앞서 말했지만 프로게이머의 취직 소식이 뉴스에 보도될 정도라면 아직도 그들의 미래가 얼마나 불투명한지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해하기 쉽게 비교하자면, 서울 유명 대학 졸업생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뉴스에 나오지 않고 지방에 이름 없는 대학생이 사회 편견을 깨고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뉴스에 나오는 것과 같다. ㅡㅡ;;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 기사를 기존 사회가 젊은 층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본다. CJ가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문화 사업과 개혁성(?)이라는 것으로 젊은 감각을 중시하는 것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돈도 안되는 곳에 뛰어드는 모험 따위는 하지 않는 기업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대기업 특성상...


그럼 CJ는 왜 프로게이머를 입사 시켰을까? 몇몇 사람들은 공부도 하지 않고 게임만 하던 녀석이 대기업에 안정된 직장을 얻게 되었음을 배아파 한다. 비록 그가 공부가 아닌 게임 세계지만, 그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이력을 꼭 그렇게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이야기겠지만.

여하튼 CJ는 스포츠 마케팅에서 그를 입사 시킨 것은 다른 유명 프로게이머들과 프로게이머 유망주들의 영입을 좀 더 손쉽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즉 그가 새롭게 도전해야할 세계에서 아무런 가치 없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팬들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록 스타크래프트에 국한되었기는 했지만 케이블 방송이 한때 3개씩이나 있었고 게임당 몰려드는 팬들의 수를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볼 수만있는 곳이 아니다. 이 때문에 CJ도 방송 및 곳곳에 파고들었던 것이다. 즉 그의 입사는 CJ측에서 프로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또 다른 투자라고 볼수 있다.  


프로게이머 산업?

뭐 CJ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막막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막막한 프로게이머로서의 생명이 다했을 때 그들 미래를 떠올리게 했으니까 말이다. 우선 10년 전에는 아예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전세계 어디에도 컴퓨터 게임만 잘해서 먹고살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새로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생겼고 무대는 한결 화려해졌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게임 산업이라 말했다. 그만큼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늘었고, 게임을 보는 사람도 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시장은 기형화되기 시작했다.

작은 피시방에서 개최해 지역의 이벤트가 되었던 시절. 게이머들이 모여서 직접 상대해보며 즐기던 시절에서 이제는 대기업이 주최하고 상금은 억대가 되었으며, 게임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아이들이 계속 모이는 프로게이머는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물론 장단점은 언제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투입되어 있고 그들이 성장시킨 프로게이머들의 실상을 살펴보자. 10년전 프로게이머가 꿈꾸었던 미래, 그리고 지금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미래를 당신은 장미빛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프로게이머의 현실을 설명하는 기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2010년 5월 28일자 한겨레 : 위기의 프로게이머 노동권을 '클릭'하다

여기서 상황을 설명하는 김정근은 케이블 TV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해설 하던 사람이다. 

즉, 연예인 되는 것 만큼이나 힘든 것 뿐만아니라 스타급 선수 몇명을 제외하면 제대로 돈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덧붙이면 프로게이머로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다 하더라도 이후 그들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나름 성공했다는 극소수가 이러할 진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물론 주로 게임회사에 입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더불어 한국의 게임 회사들도 몇몇을 제외하면 열악하기 그지 없다.

또한 이들이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찾으려 했을 때 가해지는 선입견과 멸시도 상당하다는 것도 있다. 앞서 동종업계에서도 멸시를 받는 그들이 그 외에서는 어찌 대우를 받을지는 굳이 보지않아도 뻔한 사실이다. 

프로게임은 말만 산업이 되어 규모만 커졌을 뿐 산업이라 하기에는 그들의 양성이며 기본 생활이 너무 열악하고 이후 그들이 다른 방면으로 나아갈 길도 전혀 밝지 않다. 

그래서 프로게이머가 안타깝다. 물론 내가 남처지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어른들이 펼쳐놓은 멍석 위에서 어른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던 아이들이 가치가 사라지자 내다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미래를 기업이 모두 책임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앞뒤 못가리던 어린 아이 시절에 세계로 뛰어들어서 어른들에 의해서 게임만 바라보고 살아 왔다면, 그들이 숨쉴 수 있는 구멍 정도는 마련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게임 산업의 정상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할 책임 정도는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니들 책임이지 돈 준 내책임이 되느냐고 말하기 전에 말이다. 특히 돈을 주면서 프로게임 시장이라면서 기형적으로 규모만 키워 단물만 빼먹는 그들이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지는 않을까? 아이들 몇몇을 그것도 극 소수를 인심 쓰듯이 입사 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2011년 가을. 돈이 되지 않는다면서 프로게임 구단 3개가 사라졌다. 덕분에 프로게이머가 되었던 아이들의 상당수는 더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되었다.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없이 돈이 된다는 소리에 몰려간 기업과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의 결과는 여타 프로 스포츠에서 보였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과연 이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게임을 스포츠화 하려는 미래를 위해서도 올바른 일인가?

몇몇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승부 조작 참여에 대한 비난을 과연 조작에 가담한 아이들에게만 그 멍에를 지울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그들보다 그들이 그런 일에 참여하게 만들도록 만든 어른들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돈에는 눈이 달리지 않고, 돈에는 뇌가 없어 이타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 돈을 쓰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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