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비키니 시위에 대한 봉주5회 방송을 듣고...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비키니 시위에 대한 봉주5회 방송을 듣고...

무량수won 2012. 2. 10. 18:57




봉주 5회와 비키니 시위.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 나 스스로가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의견 표명과 그녀들의 행동에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남자녀석이 어찌 이해를 하겠느냐로 묻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지 가려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가서 간단(?)히 의견을 남기고 오긴했지만 블로그에서는 포스팅하지 않았다. 나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확고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떠들 수는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유명하지도 않은 녀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왜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느냐 물을 것이다. 남들이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막 써도 관심가져주지 않지만, 이 글들은 내가 쓴 이후에는 내 손을 떠나서 나를 설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블로그의 특성상 나는 지운다 하더라도 인터넷 어디에선가 남아서 떠돌 수도 있는 문제도 있다. 미래에 내가 어떤 일을 저지르고 다닐지 혹은 유명해질지 아닐지 모르지만 민감한 문제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뭐 내 입장 따위야 이 글을 읽는 대다수에겐 큰 문제가 아니니 이쯤 하고 넘어가자.


나는 꼼수다의 봉주 5회가 시작되었다. 여기서는 한동안 시끌시끌했던 비키니 시위에 대해서 언급했다. 김어준은 초반에 이 문제에 대한 해명(?)과 설명을 했다.


주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자신들은 여성성을 무시해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해온 것이 아니다. 우선 봉주 3회의 멘트는 방송 녹음 시간과 배포시간의 차이와 비키니 사진이 올라온 시간 때문에 오해로 불거진 것이다. 녹음은 18일, 비키니 사진은 20일, 배포는 21일이 된다. 비키니 사진보고 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완벽한 오해다.

접견민원 사진은 비키니 사건을 말하기 위해서 마초적 관점으로 퍼트리고 그 사건에 대한 대답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접견민원 신청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여줬던 것 뿐이다. 내용을 그렇게 적은 것은 청와대를 향해 날리는 멘트였을 뿐이다.

그동안 침묵했던 이유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많은 이야기나 나와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다 나온 후 설명을 해야 제대로 사람들이 납득을 하기 때문이고 제대로 이해해 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해명할 시기는 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을 대상화 한다는 문제에서는 남자라는 생물학적 특징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반응은 하지만 거기서만 생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막대먹긴 했지만 생각도 없는 녀석들은 아니다. 오히려 비키니를 이용한 시위를 한 여성을 동등한 동지로써 생각했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 진정한 성평등의 길이다.

비록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성이 자신의 성을 이용하는 것에 불쾌감을 표현할 수있다. 그렇다고 어떤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성을 가지고 하는 행위를 막을 권리가 다른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된 페미니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사다. 그건 오히려 시위 여성을 생각없는 사람으로 매도할 수 있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있다.


이건 내가 자의적으로 편집(?)해서 이야기의 순서를 바꾸고 요약한 것이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방송을 꼭 듣기를 바란다. ㅡㅡ;;;



이 문제에서 기본적인 방향성은 나도 김어준과 같다.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자신의 성을 가지고 하는 행위들에 대해서 통제하고 막는 것은 그릇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김어준의 발언처럼 그건 또 다른 폭력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김어준과 나꼼수 인원을 단순한 마초로 못박는 것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이번 김어준의 발언의 방향성과 그 맥락은 동의해도 무조건적인 사과는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나꼼수의 방송 특징과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이 의도되지 않았더라도, 따지고 보면 사과따위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처가난 여성들이 있다면 김어준이 해야 할 일은 마지막 멘트였든 처음 멘트였든 무조건 적인 사과가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김어준이 처음 나꼼수를 만들면서 그리고 다른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강조했던 대중의 감성에 대한 적절한 답이었다고 본다. 김어준은 대중은 합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슴으로 대중을 보듬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그의 멘트가 불씨가 되어 진중권이 김어준과 나꼼수를 파시즘적인 선동이라고 공격을 했지만, 그럼에도 나꼼수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세상은 정확한 수치와 합리로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중권이 그렇게 외치는 합리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빈 구멍이 있고, 그 빈 구멍 때문에 모순이라는 단어가 생성된다. 나는 그런 모순을 매꿔주고 사람이라는 존재를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감정과 가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어준이 이 사안에 대해서 그가 스스로 인식하고 처음 방송을 시작했듯이 비키니 시위 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을 보듬기위한 사과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김어준은 이 문제를 합리로써 뚫고 가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 아쉽다는 평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한가지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만약 김어준이 사과를 해버리면, 비키니 시위를 했던 여성은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냐하는 문제다.

맞다. 나도 여기서 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과를 해야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그동안 나꼼수다를 지지해온 사람들을 져버리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말이 많아지겠지만 사과를 했더라도 말이 많았을 것이다. 김어준의 멘트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김어준은 이런 담론이 모두 나온 후 하나씩 대응해 가면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던 것같다. 무조건 적인 사과가 들어있든 아니면 합리적 방어를 하든. 그래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김어준이 사과를 했어야 맞다고 본다. 자신의 입장을 모두 설명한 후, 그럼에도 상처받았을 여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어야 했다고 본다. 누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을 떠나서 또한 누구의 편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가슴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필요한 일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 그 한마디를 한다고 방송에서 그들 스스로의 색을 져버릴 인물들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비키니 시위를 하고 그녀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금 혼란스럽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가 화제가 된 것은 사회적으로 볼때 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여성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랜만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성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또 이런 저런 사건으로 언급이 되긴 했지만 이렇게 시끌시끌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전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논의 된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어떤 틀안에 같혀서 서로 건들지 말아야할 문제(?)로 인식되던 것이 비키니 시위를 통해 그 틀이 터져버렸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틀안에 서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가 단순히 비키니 시위에서 끝나지 않고 페미니스트 운동과 양성평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여자만 여자 문제를 이야기 해야하는 이상한 룰도 같이 사라져서 페미니스트 운동이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진정한 양성평등의 문제로 발전되어야 할 때가 아닌지 고민할 때는 아닐까?

최근 남성연대인가 하는 단체가 이상한 짓꺼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그런 단체로 뭉치게 된데는 사회가 양성평등보다는 여성의 숭상(?)이라고 할 만큼의 페미니스트 단체의 목소리만 나오고 진정한 양성평등의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남성이 소외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