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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

동거와 거짓말

무량수won 2012. 1. 30. 02:49



친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아는 커플이 자신에게 동거사실을 숨겼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누구나 뻔히 알수 밖에 없는 거짓말로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화를 냈고, 그들의 거짓말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데도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나에게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피해를 본 것은 안타깝지만, 동거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커플의 행동은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친구에게 말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동거를 했다는 과거는 개인에게 커다란 주홍글씨로 따라온다. 분명 과거보다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한국이란 나라에서 성이란 아직도 굉장히 금기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회의 저변엔 성에 대해 보수적인 무의식과 같은 것이 깔려 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커플들이 동거를 하면서도 그 사실을 친구나 지인들에게 밝히기를 굉장히 꺼려한다. 이 사실은 보수적인 무의식 때문에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담아 말하게 된다. 그러면 살이 붙어 나쁜 소문으로 퍼지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동거라는 것에 대해 나도 그렇지만 많은 젊은 사람들은 연인 사이에 그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그만큼 시대가 많이 개방적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내 여자친구에게 혹은 부인에게 과거 다른 남자와의 동거 사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면 쉽게 그 사실을 넘길 수 있을까? 아마 나는 못할 것 같다. 그러니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용납이 안된다고 할까? 서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면 몰라도 한국에서 자란 남자라면 거의 대다수가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다. 물론 아직도 머리로도 이해불가라고 선을 긋는 사람도 많이있다. 


남자가 듣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 한 이유는 이렇게 알려지는 문제에 있어서 남자보다는 여자쪽의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남녀가 평등한 사회이긴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성문제에 있어서도 아직 평등하게 변한 것은 아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당장 내일 결혼 하기로 약속한 커플이 아니라면, 자신들을 잘 아는 사람에게 조차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동거 사실을 숨길 수 밖에 없고, 지속적으로 부인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건 동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성관계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한국에서 동거란 그 커플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과 동의어로 취급되고 있고, 그건 노골적으로 그 커플의 성관계 사실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동거가 아니라하더라도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앞서말한 동거와 같은 비중으로 세상은 그 커플에게 낙인을 찍어버린다. 또한 주변인들은 커플의 이야기를 좋지않은 시선을 담아 전하기 마련이다. 연예인들에게 가해지는 악플 수준이라고 할까? 

물론 이제는 예전에 자신의 애인이 또는 부인이 다른 이성과의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흠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다만 그것을 대놓고 이야기하느냐 하지않느냐 혹은 누군가에게 사실이 말해지느냐 말해지지 않느냐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커플이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그들을 아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내가 만난 친구는 그들의 거짓말 덕분에 본 피해는 안타깝지만 현재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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