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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의 진실 - 무라카미 류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와인 한 잔의 진실 - 무라카미 류

무량수won 2012. 3. 9. 18:24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은 굉장히 야하다. 아니 노골적이다라고 해야 할까?


"2days 4girls"라는 제목의 소설도 그랬고 이번 와인 한 잔의 진실에서도 그렇고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대놓고 성에 대한 표현을 하고 또 즐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익숙해지면 크게 상관을 안하게 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읽는 내내 불편할지도 모른다. 그건 작가의 특색일 뿐이니 책이 전해주는 느낌에 집중하도록 하자.


와인 한 잔의 진실은 와인을 주제로한 단편모음집이다. 이 책을 골라 읽은 이유는 와인이라는 눈에 띄는 주제로 단편이 쓰여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가 보아왔던 단편들은 보통 그냥 작가들의 단편을 버리기 아까워서 묶어놓은 느낌이었는데, 이건 단편이 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책의 기획과 구성에서 다른 단편소설들 보다 나아보였다. 작가의 귀차니즘의 결정판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해서 기획된 책 같은 느낌이 강했다. 왠지 내가 스타를 따라다니는 "빠순이"가 아니라 "독자님"이 된듯한 느낌이 좋았다.

나는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썩 알고 싶지도 않고 나와는 무관한 세계 같아서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 와인이 가지는 고급스런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술이라는 것에 내가 느끼는 거부감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고급인척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술이라는 허영심의 이미지는 더욱 무관심하게 만드는 보너스였다.

그런 와인 무식쟁이가 선택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 한대로 나는 이들이 기획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들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이 단편 모음집은 유명 와인 브랜드를 제목으로 걸고 그에 맞춰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들은 그 와인에 푹 빠져있거나 그 와엔에 대해 강렬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다. 혹은 와인의 브랜드 명은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을 관통하면서 느껴지는 강렬한 단어는 허영심과 혼란이다. 와인이 주는 고급스러움과 그것을 음미하는 주인공들의 허영심이 단편들 속에서 나타난다. 그중 가장 허영심이 돋보이는 것은 "체로토 바롤로"다. 흔히 한국에서 말하는 된장녀의 전형인 주인공의 친구와 그 친구의 삶을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가 내뱉을 수 있는 단어는 "헐" 이라는 감탄사 하나 뿐이었다.

여성들 만의 허영심을 이해는 하면서, 한편으로는 저 인간들은 왜 저럴까 싶은 생각을 지닌 남자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친구의 삶을 쉽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이해를 하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다. '왜 저런 아이에게 그것은 좋지 못한 것이라고 한마디 하지 않았을까?' 라는 쓸데 없는 오지랖이 발동된다.

이런 훈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이 소설 전반에서 느껴졌다. 아마 이런 등장인물이 나타나는 소설을 내가 쓴다면, 주인공이 그 친구들에게 훈계하는 장면이 있거나 인연을 끊어버리는 행동을 했을지 모르겠다. 이런 내 성향 때문에 소설을 못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불편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다가도 이해를 하면 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 남성적인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나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혹여 그것이 단순한 소설속의 내용이라고 해도 나만의 기준으로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세상은 내 기준으로 짜여지지 않았고, 내가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며, 나만 살아가는 곳은 아니니까.

그래서 불편한 마음을 한편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설속 그녀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담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단편 소설들을 뚫고가는 다른 한 단어인 혼란은 술이 주는 느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어찌보면 술먹고 막 쓴 듯한 느낌의 단편들이다. 아니 번역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 보다는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던 느낌이 술을 먹고 막 쓴듯한 느낌이 강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술을 만취가 될 정도로 마신다음에 쓴 것은 아닐까??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이 혼란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은 "오퍼스 원"과 "로스 바스코스"다. "로스 바스코스"는 대놓고 혼란스러워 한다. 덕분에 읽으면서 무슨 소리인지 지속적인 갸우뚱에 물음표를 던지며 읽어갔다. 좀 처럼 진실을 알기 어려움 혼란과 그 혼란 속에서 헤메이는 주인공과 독자. 가끔 내가 시 쓴다면서 헛소리를 지껄일 때 하는 짓꺼리인데, 유명 작가의 글에서 보고 있자니 마치 내 글도 그렇게 읽히는 것일까 싶어서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렸다.

혼란을 이야기 하지만 그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글자들.

이거 참... 내가 이런 글자들을 끄적거릴 때는 꽤 감성적이고, 굉장한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그냥 헛소리들의 모음이다.

이것도 어쩌면 허영심이란 단어 속에서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무언가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남들에게 대단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에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글들을 뿌려놓고 '나는 참 대단해'라는 스스로 위안을 삼는 모습이랄까?


자. 이야기의 전체적인 평을 전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와인 한 잔의 진실"은 와인을 중심으로 허영심과 인간적 혼란을 흩뿌려놓은 취중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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