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3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본문

독서 토론 모임

3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무량수won 2012. 3. 11. 22:27



혼돈과 혼란. 합리와 불합리. 기억과 망각.


사람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그것을 나름대로 조절하고 혹은 조절당하면서 산다. 누군가는 그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려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또한 누군가는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

모임이 있기 전 새벽, 나는 오랜만에 잠시 잊고 있었던 미국 드라마 하나를 본다. 이 수사물 드라마는 꽤 독특한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모든 것은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수학 천재인 주인공은 이 수학적 지식을 이용해 범죄자를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정확한 위치에서 발견한다.

수학은 합리의 대표적인 학문이다. 수학은 모든 것이 합리적이라 선언하는 것이고 이 드라마는 그 합리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무한대라고 말한다. 또 그 합리는 지구에 사는 당신들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용하고 접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합리의 세계에 푹 빠져서 허우적 댔다.

잠을 자고, 눈을 떠 토론 모임에 나갈 준비를 한다. 새벽까지 깨어있었다는 것을 모두 까먹은 채. 그리고 내가 합리의 매력에 푹빠져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가방에 주섬주섬 항상 챙기는 것을 챙긴다.

이제는 덜컹거림을 느낄 수 없는 지하철에 발을 올린다. 거기에 내 약간의 발걸음과 시간을 투자하면, 약속된 장소에 데려다 줄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행위는 판타지나 SF 소설에서나 보는 텔레포트의 또 다른 종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귀속을 울리는 음악은 나를 시간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고, 내 눈을 사로잡는 스마트폰용 게임은 공간 이동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잠시 머리를 숙였다가 든다. 약속장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내가 있다. 테이블 위의 두꺼운 책을 바라본다. 그리고 옆에 토론모임에 쓰일 얇고 가녀린 책이 보인다.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한 보라색의 표지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문득 떠오른다. 이 책은 내가 새벽에 봤던 합리적 세계와 정반대가 되는 책이라는 사실이. 나도 모르게 합리라는 세계를 망각이라는 도구로 불합리의 세계로 이끌고 있음을...





3월의 독서토론 모임이 11일에 있었습니다.

모임에는 봉봉이님과 가혹한미련님께서 참여해주셨지요. 이번에 토론한 책은 와인 한 잔의 진실이라는 단편모음 집입니다. 무라카미 류라고 하는 일본 유명작가의 소설입니다.


가혹한미련님과 봉봉이님께서 물으시더군요. 댓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왜 참여자 수가 이렇게 적은지를요. 저는 항상 해왔던 말씀을 드렸지요. 댓글을 달았다고 해도 실제로 나오시는 분들은 실상 몇분 되지 않는다구요. 그건 저도 그렇지만 휴일에 해야하는 우선순위가 다른 것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이런 사실이 꽤 불쾌하기도 했지만, 막상 저 자신도 주최자가 아니라 단순한 참가자 입장에서 그러했던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내가 불쾌하게 생각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에겐 자격 따위는 없다고 말하곤 하지요.

또한 누군가가 나를 불쌍히 여겨서 혹은 나오기 싫음에도 나오는 것보다는 나중에 자신이 정말 나오고 싶을 때 나오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도 더 좋은 일이라고 말씀도 드렸습니다. 물론 아무도 안나오면 상처를 받긴 합니다만 억지로 나와서 놀아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것은 저의 짜증을 불러일으킨답니다. 물론 겉으로 표현은 안합니다. 제가 꽤 이중적이거든요.


여하튼 그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구요. 이글에서 중요한 것은 토론에서 무슨 말이 오갔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서 가혹한미련님과 봉봉이님 두분 모두 모호하다고 해주셨습니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이 안나는 느낌의 책이라구요. 또 여자를 사회적 약자로써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남성적 편력이 느껴지지 않는다구요.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여성과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여론과 인터넷 상의 여론에 대한 이야기로 번져버렸지요. 제가 이런 주제 무지하게 좋아라합니다. 덕분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남자기 때문에 알수 없는 여성들의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특히 체레토 바롤로라는 단편에서 꽤 큰 시각차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남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남자라면 이 단편에서 매춘을 하는 주인공의 여자친구에 대해 집중을 하고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가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가혹한 미련님과 봉봉이님은 그 매춘은 사실상 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씀해 주셨지요.

저는 매춘을 이용을 하면서 이용을 당하는 여성의 극단적인 심리적 자극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단순히 주인공 여자친구가 남자와 인간과 인간으로써 동등해지려는 욕구에서 빗어지는 돌파구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단편들 중 로스 바스코스라는 단편은 꽤 난해함을 보여줬습니다. 봉봉이님은 연관없는 이야기의 나열이라고 이야기 해주셨고, 가혹한미련님은 그러면서 감정선에 있어서 동의을 할만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단편을 보고 그냥 해괘망측한 헛소리라고 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중심 소재로 삼고 있는 와인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와인이 대중에게 있어서 사람들의 허영심을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허영심을 내가 남들보다 더 낫다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 하는 독특한 문화적 행동을 뜻한다고 했을 때로 가정한다면, 꽤 많은 허영이 존재한다고 이야기 했지요. 비록 그것이 대중들이 느끼기에 허영이 아니라고 할 지라도 그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대중과 다른 좀 더 나은 나로 보이기 위해서 한다면 허영이라는 것이지요.

허영이란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서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허영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면, 문화에 대한 향유욕구 쯤으로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허영을 문화 향유욕구 같은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은 허영에 대해 나쁘기만한 인식이 바뀔때가 되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더 편하구요. ^^

그래서 나왔던 허영과 관계된 단어들은 택시, 공연문화, 명품, 책, 해외여행, 영어 쯤으로 좁혀졌습니다. 언어면에서 본다면 영어보다 더 허영심의 대표격이라 할 수있는 것이 프랑스어가 아닐까라고 제가 말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프랑스어가 귀족들의 언어로써 사랑을 받았었기 때문입니다. 그 프랑스어를 통해서 귀족 문화와 그렇지 않은 것의 차별을 두었었지요. 지금도 그런 느낌을 원하는 마음에 프랑스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덧붙여 이런 저런 사회적이야기, 정치의 기본이 무엇인지 등등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야기가 자꾸 정치쪽으로 흘러가서 제가 신나게 말해놓고도 당황했었답니다. 자꾸 제 관심사로 말을 끌고가는 것 같아서요. 한참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새 사회적인 이야기로 가고 있더군요. 이건 무슨 병인지원....

여하튼 그렇게 장장 5시간에 걸친 토론은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이전에도 5~6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긴 했습니다만...


책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은 와인 한 잔의 진실이란 글로 책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을 참고해주시면 되구요. 5시간에 걸친 토론의 분위기는 대충 이러했습니다.

맨 위에 이야기는 그냥 심심해서 끄적거려봤습니다. 저 글에 대한 해석은 알아서 해주세요. ^^ 곧 따뜻한 봄이 되기를 바라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