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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4월 독서토론모임 후기 본문

독서 토론 모임

4월 독서토론모임 후기

무량수won 2012. 4. 23. 00:58



새벽, 잠들기 전에 잘 읽히지도 않는 책을 가지고 혼자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책도 아니고, 모임 책도 아닌 그 책을 왜 졸린 눈을 비비며 보고 있었던 것일까요?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두어시간을 고생하다가 잠자리에 누을 수 있었습니다. 모임에 나가려면 좀 일찍 잠을 자야 하는데 말이죠. 저도 이런 자신을 이해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책을 찾아서 뒤져봤냐구요? 아니요. 그책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듯 본체만체 했지요. 그래놓고 모임에 가서 토론 할 책과 토론과는 전혀 연관 없는 생뚱한 책을 챙깁니다. 새벽에 낑낑대면서 보던 책은 이미 눈 밖으로 벗어난지 오래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옷 매무새를 다듬고, 문득 점심밥을 안먹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어제 사다놓은 떡 몇개를 부랴부랴 입에 밀어 넣고 마치 약속시간에 늦기라도 한듯이 집을 나섭니다. 그 시간에 가도 약속시간보다 한시간은 일찍 도착하는데도 말이죠.


어제부터 내린 비는 도통 그칠 줄 모릅니다. 우산을 펼쳐서 걸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내가 손에 들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괜히 하늘을 보고 짜증을 냅니다. 그래봐야 하늘은 비를 그쳐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괜시리 화풀이를 합니다. 지하철로 향하는 길 곳곳에 고인 물이 걸어가는 내내 나를 궁시렁 거리게 합니다. 이리저리 돌아가봅니다.


투덜대고, 궁시렁대고, 짜증내고, 그렇게 이상한 하루가 시작했습니다. 기분 전환이나 하자며 이어폰을 귀에 꼽아놓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신나는 음악을 고릅니다. 조금 더 신나는 기분이 나라고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을 정도로 몸을 조금씩 움직이고, 손가락은 우산 손잡이를 잡고 톡톡톡 리듬에 맞춰 두드립니다.


지하철에서 보내고 내릴 때 쯤엔 아침에 있었던 이상하게 화가나던 상황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저 신나는 음악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바뀐 것이지요. 그렇게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커피를 시켜놓고, 책을 펼쳐서 읽으며, 이것 저것 메모를 하면서 약속시간을 기다립니다.


오늘 모임 가혹한미련님과 모네님이 오셨고 이상한 아침 만큼이나 이상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상한 이야기를 앞에 깔아두었느냐구요? 이번 토론의 주제가 된 소설 때문입니다. 모네님과 가혹한미련님 두 분 모두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뭔가 허무하고 애매하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이야기 전개상에서 오는 급작스런 상황 변화가 좀 생뚱맞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소설 앞에서 주로 이야기 되던 인물인 줄리에트나 페델리카의 존재가 어느 순간 조역보다도 못한 인물이 되고, 소설 앞부분에서 사용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뒤에 나오는 이야기와는 썩 연결되는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어땠느냐구요? 이 의견에 많은 부분 동조를 했습니다. ^^;;


다만 전체적인 소설의 느낌에 있어서 차이가 조금 있는데요. 무엇이냐면, 저는 소설에 등장하는 급작스런 상황의 변화를 대중들이 원하는 자극적인 장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로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 당기는 장치로서 사용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장치는 현대적인 문화 전반에서 환호받고 있는 장치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음악과 소설, 영화 등을 예를 들면서요.




저는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단어를 구원과 사랑,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원은 뭐 제목에서도 나와있듯이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대표적인 단어라고 보았구요. 사랑의 경우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각 연계되어 있는 인물들과의 각각의 사랑에 의해서 이야기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명은 이 소설에서 자꾸만 이야기하고 강조하는 부분이기에 골랐습니다. 특히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 인물들은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을 평소에 잘 다니지도 않는 길을 가는 등으로 설명하는 줄리에트와 샘의 만남에서 유난히 강조를 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우선 구원의 측면부터 이야기 했습니다. 모네님은 다른 등장인물들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레이스의 딸인 조디의 입장에서 보면 구원의 의미가 퇴색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지셨습니다. 결국 자신의 부모 손에서 새삶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남에 의해서 시작해야 하는 결말이었기 때문이죠. 이에 가혹한미련님은 오히려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이기에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더 낫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과연 조디는 구원을 받는 것일까요?


그리고 사랑. 이부분에 대해서는 모네님과 가혹한미련님 두분 모두 설득력과 비중을 문제 삼으며, 이 소설을 나타내는 단어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해주셨습니다. 즉 소설에서 처음 등장하는 줄리에트와 샘의 사랑 부분에서 너무 설명이 부족했고, 중간에 사건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줄리에트와 샘의 사랑이야기의 비중이 너무나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뿐만아니라 샘의 부인이었던 페델리카에 대한 샘의 사랑도 처음 묘사했던 것과는 다르게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장인물들의 사랑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강했던 점도 사랑도 핵심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럼 운명은 어떨까요? 처음에서 나타나는 운명의 강조,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건의 급작스런 전환과 죽을 운명이라는 것의 강조가 운명에 대한 소설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부분도 마지막 결론에서 나타는 운명의 변화가 적절한 이야기 없이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처음 전체적인 느낌을 묻는 질문에서 나타났던 것 처럼 완성되지 않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네님과 가혹한미련님은 처음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가난하지만 당당한 여자의 사랑과 성공 쟁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줄리에트의 이야기가 좀 많이 담겼다면 낫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줄리에트의 비행기 사건 전까지만해도 사회적인 바닥에 맞닿아 있는 줄리에트와 심리적인 바닥에 닿아있는 샘이 서로 힘이 되어 상승의 느낌을 혹은 바닥에 의해 얻은 상처를 치유해주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져버려서 아쉬웠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대중의 토론 내용은 이랬습니다. 이 외에도 순간에 찾아오는 사랑과 역사가 있는 오래 된 사랑의 차이, 서양 소설과 동양 소설, 알랭 드 보통과 기욤 뮈소의 차이, 요즘 대중문화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 소설을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아님 재미없게 읽으셨나요? 그리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책들과 그렇지 못한 책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상 무량수의 독서토론 후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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