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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와 커뮤니티, 그리고 사람의 마음 본문
오늘 하루 마음의 변화.
인간이란 참 웃긴 것 같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도 주변에서 감탄해주면 왠지 모르게 대단해보이고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놓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디아블로3에 대한 인터넷 글을 보았다. 출시일이 2012년 5월 15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더 필요한 정보는 없었지만, 관련 글을 하나 보니 디아블로3라는 게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디아블로3를 이야기 하려고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들을 돌아다녔다.
그런 게시판에는 디아블로3라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컴퓨터의 성능을 물어보는 질문이 다수였고, 나머지는 디아블로3가 출시되면 한정판(정해진 수량 이상 출시되지 않는)을 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로 후끈했다. 대부분은 한정판을 구입하려 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출시 전날인 14일(월요일)에 이뤄지는 행사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글도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행사 장소는 서울의 왕십리. 행사장에서는 한정판을 대량 판매할 것이라고 공언되어 있었다. 그 때문인지 게시판에는 멀리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구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부터 자신이 사는 동네라며 즐거워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한쪽에서는 왜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는 이런 행사를 하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의 글도 올라왔다. 행사의 유무보다 행사장에서 사람들에게 팔리는 한정판의 숫자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이런 글을 계속 보면서 내 마음이 변했다. 처음에는 디아블로3를 구입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 돈 문제는 둘째로 놓고서라도 '과연 내 기대만큼 재미있을까?'라는 의심 때문이었다. 특히나 여기저기서 들리는 별로라더라고 하는 인터넷 상의 소문이 자꾸 망설이게 했다. 결국 뚜껑이 열려봐야 아는 것인지라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지만, 이런 비판적인 의견들에 자꾸만 귀가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일반 정품도 아니고 한정판을 구입한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럼 나도 한정판을 구입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게임을 구입 할지 말지 고민하던 내가 어느 순간 한정판을 구입하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혀버린 것이다.
< 10년전 구입했던 디아블로2 >
이런 마음의 변화를 느끼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 디아블로3는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커뮤니티(사람들 사이의 의견교류)라는 것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들 간의 의견 교환. '자신의 느낌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쉽게 변화시키는 도구로 혹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변해온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들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어떤 기준을 정하고 행동을 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주위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자신의 주관 혹은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상적인 혹은 가볍게 생각할 만한 것에서는 주위 사람들(자주 이야기를 나누는)의 이야기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지난 총선(2012.04.11)에서 나를 비롯한 많은 야권쪽 지지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총선투표율이 70%까지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매우 낙관적인 예상을 했었다. 나도 전날까지 아니 투표시간이 반 정도 남았을 때까지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투표율은 53.4%였다. 이 덕분에 며칠 동안 왠지 모를 허탈감에 공허한 나날을 보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허탈하게 생각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좀 더 냉정하게 내가 상황을 봤다면, 60%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예상을 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못해도 60%가 나올 것이며, 최대 70%까지는 나와줄 것이라고 믿고있었다. 만약 내가 이런 전망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면 18대 총선 투표율 정도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감해주느냐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 EBS에서 실험했던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이 허공에 손가락을 가르키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세사람 정도가 동시에 그런 행동을 한다면, 주위의 대다수 사람들이 같이 허공을 쳐다보면서 무언가를 찾아보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간단한 실험으로 모든 것을 일반화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긴 하다. 다만 주위 사람들에 의한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아무튼 그래서 디아블로3을 구입할 것이냐고?
이미 행사장에 가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불어 현장에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도 궁금하고,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재미난 건 그런 커뮤니티들은 후끈후끈한데, 그 열기가 아직까진 다른 커뮤니티로 잘 퍼지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관련 커뮤니티 안에서 예측하는 것보다는 참여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니까 참가 이유는 내 예상된 실제와 현실에 나타난 실제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할까? 겸사 겸사 한정판도 구입하고... ㅡㅡ;;;
그런데 막상 가보니 난리가 났으면 어떻게하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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