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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 오카다 토시오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 오카다 토시오

무량수won 2012. 11. 16. 20:30





최근에 참으로 쓸데없는 공상에 많이 빠져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의 도발이기도 했고, 때로는 의미 없는 행동에 대한 나 혼자만의 착각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내 미래에 대한 허황된 상상이기도 했다. 


이 쓸데없는 공상의 시간 속에서 나는 책을 참 멀리했다. 물리적으로는 몇c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지만, 그 몇cm는 정신적인 세계에서는 몇천Km로 변해 있었다. 눈에는 보였지만 내 정신세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내가 지나가야할 통로에 뿌연 연기를 가득 채운 것 처럼 온 세상이 그렇게 뿌옇게 변해있었다. 


지금 그 뿌연 연기가 다 사라졌다고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어쩌면 너무 적응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곳이 뿌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안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듯 싶다. 다만 분명 나는 책이 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꾸 마음이 책을 향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 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그런 혼란 속에서 이 책을 고른건, 좀 가볍게 가보자는 욕심이 컸었다. 뭐 전에 고른 책들이 가벼웠던 건 아니지만, 뭐랄까 책을 보면서 생각을 하지만 웃고 싶었다고 할까? 혹은 아무생각 없이 읽고 아무생각 안하고 싶었다고 할까? 그런 마음이 컸다.


이 책으로 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역어낼 수 있을까? 유명한 철학자와 유명한 인사들의 명언들을 끌어올까? 아니면 역사적인 이야기를 끌어와서 붙여볼까? 한참을 고민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속에서는 '그래서 남는 건 뭘까?' 라는 의문이 커져갔다. 


결국 책을 다 읽고나서 내가 남은 건. 없었다. 책만 가지고 '우와~! 훌륭해' 혹은 '뭐 이런 쓰레기가 다있어!'라고 말할 것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쓸데없는 것을 읽었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내 입장은 그 가운데에 딱 서있었기에 무엇 하나도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책의 내용의 대충 이렇다. 


주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악당들은 세계 정복을 꿈꾼다. 뭐 세계정복을 넘어서서 우주정복도 있긴 하지만 간편하게 통칭해서 세계정복이라고 하자. 이 책은 그런 세계정복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생각하고 있다. 우선 세계정복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악당의 유형을 분류하고, 세계정복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모으고 또 정의의 편과 어떻게 싸울지 등등을 생각한다. 


진짜 쓸데 없는 상상이다. 


그런데 그중에는 꽤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다. '정복을 하고 난 이후 당신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악당들은 그냥 정복만 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복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생각을 하라니... 정복하고나서 그 제국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후계는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라니...


뭔가 이상하게 복잡해졌다. 그냥 모두 내맘대로라고 생각하고 '나만 편하면 된거 아냐?'라고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잘못되었나? 이 문제에서 한참을 헤매었다. 내가 배워왔던 역사책의 이야기들 그속에서 이어져온 국가라는 존재와 큰 영토를 차지했던 제국이라 불리던 국가들을 생각했다. 국가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무너졌었던가를 생각했다. 아... 그냥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볼껄 그랬나?




이렇게 읽는 내내 뭔가 심각한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책장을 딱 덮어두고 나니 내 머리 속에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도데체 악당이 뭔데?'


참 이렇게 생뚱맞을 수도 없다. 


이게 뭐냐. 세계정복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남게 된 질문은 악당이란 무엇인가라니... 너무나도 개연성없고 요상한 생각의 연속이었다. 


답을 얻었는지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답을 얻지 못했다. 그저 오히려 질문만 늘어 골치만 아프게 되었다. 광고하는 만화에 낚인 내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는가? 그래도 책 한권을 읽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다고 내 인생이 좀 더 밝아진다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위치로 달릴 수는 없겠지만.




결국... 나는 참으로 쓸데없고 참으로 머리 아픈 책이라고 평하고 이 글을 마치고 싶다. 내가 남들이 하지 않는 고민. 아니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고민을 사서 하는 것이 맞다. 그냥 읽고 '아~ 재미있네?' 혹은 '음... 별로였어.'라고 일축하고 끝냈다면 편했을 텐데 말이다. 인생 자체가 고생을 사서하고 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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