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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10월 두번째 독서토론 모임 후기

무량수won 2012. 10. 28. 13:49




한참을 적는다. 끄적끄적, 쓱싹쓱싹, 주욱주욱. 그리고 집에 와서 그날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토론 후기를 길게 쓰게 된 이유는 토론 후기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그저 내팽겨쳐두는 것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고, 색다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언제부턴가 공식화 되었고, 부담이 되었다. 결국은 나를 귀찮게 만들었다. 


토론에서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의 핵심만 적은 것이지만 그들의 주장을 볼 수 있는 그 끄적거림을 이용해 이런저런 말을 만들어내고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끼워넣고 글을 만들어냈다. 


글을 쓰면서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너무 나를 강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목을 너무 죄고 있었기에 글을 길게 썼지만 그 속에는 글이 없고 기계만이 보였다. 그 속에 생각이 없고 말라버린 잉크만 남아있었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10월의 첫째 모임 후기를 쓸수가 없었던 이유는... 좀 처럼 생각을 적을 수 없었고, 글이 아닌 것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으리라. 이번 모임 후기를 길게 쓴 후에야 내가 적어놓은 이상한 것을 보고서 알아차렸다. 


그 말도 안되는 한글로 표현된, 그리고 그림같지도 않은 문장들을 지웠다. 길게 적고 이렇게 저렇게 적어놓은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글이 아니었기에 쏟아부은 시간을 아까워하면서도 지우고 말았다. 






10월 두번째 독서토론 모임... 


충현님, 아이스틱님, 조제님, 가혹한미련님, 시우님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아마 올해 들어서는 가장 많은 참여인원이 아니었나 싶네요. 


주된 이야기는 당연히 주제 책이었겠지만, 그중에서도 쾌락으로서의 역사 부분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역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야 워낙에 관심이 있어하기에 이런 저런 정보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고 하지만, 어디 다들 그런가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무조건 외우라고 시키지. 그렇게 외우고 나면 왜 그걸 외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왜 중요한지도 모른채 이런저런 시험 끝에 남는 건 "아 재미없다."란 탄식 뿐이지요. 


그래서 1943년에 2012년의 한국의 현실을 알고 있다는 듯 버트런트 러셀이 적은 이야기에서는 이상하게도 한국의 그런 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역사교육에 대한 현실한탄과 또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재미나게 대중과 아이들을 위해서 알릴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졌던, 나폴레옹에 관한 이야기... 영웅으로 마냥 칭송받는 나폴레옹이 공식행사를 그것도 자신의 결혼식을 불참할 빠질 정도로 색에 빠져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역사속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가 주는 장단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더불어 근대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 내셔널리즘의 이야기도 한참을 했습니다. 한국어로는 보통 민족주의라 번역이 되는 이 내셔널리즘. 2012년 한국에서의 민족과 민족주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국가란 존재는 무엇일까요? 논란도 많고, 생각도 많은 주제였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성과 도덕성은 양립하는가... 원래는 이것이 주제였는데, 제가 최근 이슈와 맛물려 이야기를 몰고가다보니 지성과 도덕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되더군요. 뭐 얼추 비슷하긴 합니다만...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시간이 5시가 다되어서, 서둘러 마쳤습니다. 최근에 제가 토론이 절제 없이 길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탓이 있어 일부러 저녁에 다른 약속을 잡은 것 때문이었지요. 때문에 마지막 주제는 깊이있는 이야기를 하지못하고 서둘러 끝내야만 했습니다. 



이전에는 더 길게 했습니다만... 4시간의 대화... 그 내용을 모두 알려들리 수는 없습니다. 글로 표현할 수도 없고, 어렵기도 하구요. 그 내용의 핵심을 전달하려고 저 혼자 애쓰다보니 위에 써놓은 글 처럼 언제부턴가 후기를 적는 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구요. 무언가 남기고 싶은 욕심이 컸었던 게지요.



가끔 누군가 이렇게 토론하는 저를 보며 독서토론의 좋은 점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여태 독서토론의 단점을 물어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저 막연하게 독서토론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점만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이 만나는 자리라 독서와 토론이 주는 장단점 보다는 사람들관의 관계에서 빗어지는 장단점이 더 큰 것인데... 


누군가는 독서토론은 위대하다는 듯이 찬양을 합니다. 마치 종교적 신념이라는 듯이 칭송하지요. 차라리 종교적 신념이라면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나쁘지 않다고 바라보겠는데, 종교도 아닌 그저 사람들의 모임을 엄청나고 위대하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보면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동안 대한민국이란 사회가 만들어놓은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책을 이용한 독서토론을 어렵게 생각하고 앞서 말한대로 마냥 찬양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저 나가서 책을 가지고 수다 떠는 것 뿐인데 그러한 부담 때문에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독서토론도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여기서 하는 독서토론은 책을 가지고 수다를 떤다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 다른 생각과 다양한 생각을 듣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렇습니다. 딱딱한 느낌이 드는 모든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지요. 다만 한사람 혹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위해 약간의 조절을 하긴 합니다.



이 후기가 독서토론에 관심가지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지 혹은 또 다른 선입견을 만들어낼지 저는 알 수도 없고 통제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저 최대한 솔직하게 느낌과 생각을 이야기 할 뿐이지요. 결국 결정은 글을 읽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2012년 10월 27일 3주만에 열린 독서토론 후의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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