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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무량수won 2013. 10. 9. 10:27





살인자가 치매에 걸렸다는 이야기.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된 소재다. 재미있는 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살인자이지만 오래 전에 멈추었던 살인을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 다시 한 번 결심한다는 점이다. 치매에 걸린 사실을 극복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중계해주는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살인자라는 소재만큼 소설도 강렬할까?’ 처음 기대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소설은 나에게 강렬하지 못했다. 내 취향 탓이 큰 이유기는 하지만, 소설이 생각보다 너무 가벼웠다. 짧은 문장의 연속이라는 점이 뒷받침을 해주었지만, 그보다는 소설의 느낌자체가 가볍게 가자의 생각에서 쏟아져 나온 듯했다. 주변 상황의 묘사나 설명보다 주인공의 생각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생각이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느낌은 크게 전달 되지 않는다. 뉴스를 전하는 기자의 기사처럼 메마른 이야기가 전달 될 뿐이다.


어쩌면 이건 요즘 작가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이런 글쓰기가 쏟아지는 이유로 인터넷을 가장 먼저 손꼽는다. 작가도 작가지만 독자들이 긴 글 읽기에 매우 불편해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전달 면에서도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보다 간략하고 정확한 말만 듣게 되는 성향이 생겼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격하게 그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갸우뚱 하게 만드는 말이다. 인터넷의 글쓰기 습관이 종이 책을 읽는 것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나도 글을 짧게 읽는 사람 중에 하나인지라 쉽게 여러 이야기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인터넷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부터도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전부터 책은 언제나 짧게 짧게 읽어왔다. 뭐 어린 시절에 책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큰 이유였지만. 여하튼 성인이 되어서 취미를 붙인 책 읽기에서도 그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터넷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떠돌다가 글이 조금 길어진다 싶으면 일단 마지막까지 화면을 내려보고, 글이 얼마나 길게 쓰여있는지 확인 먼저 한다. 그리고 그 글을 정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렇게 쑥 글을 훑어버리고 나면 대충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잡힌다. 그러면 왠지 그 긴 글 읽기는 귀찮아지고 재미없어져 정독을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 하는 예로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 난독증이라는 단어 사용을 들 수 있다. 왜 이런 단어가 유행을 하느냐면, 글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그에 대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 모두 설명되어 있는 것을 혹은 본문을 제대로 읽으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을 다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쓰인다. 물론 이 단어는 상대에 대한 공격성 발언을 할 때에도 쓰인다. 원래 이 단어의 유행은 상대를 무시하기 위해 쓰이면서 널리 펴진 것이 커다란 이유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이런 글 읽기의 성향이 독자나 글쟁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개인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커다란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모순되어 보이는 현상이지만, 이 덕분에 한국작가의 글에는 도통 손이 안가고 읽기도 싫어하는 편이다.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러했다. 가볍고 쉽게 읽히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그 속에서 뭔가 전달되는 강렬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단어라기보다 느낌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 자꾸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어쩔 수 없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내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지 개량화된 수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니. 개인 변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야기로 돌아가자.

 

읽기가 쉬운 만큼 무언가 가슴 속에 전달되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읽기가 쉬운 만큼 글도 빨리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만큼 글을 읽으며 생각할 시간 따위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한국의 작가들이 대중적인 작가로써의 의미보다 항상 읽어주는 사람들을 위한 작가로써 존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은 한국이란 시장에서, 한국 작가의 책을 선뜻 집어내 구입하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소수다. 부정할 수 없이 대중에겐 어느 정도 외국 작가에 대한 동경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여차저차해서 점점 그들만의 세계가 되어버린 탓인지도 모른다. 마치 무협소설과 판타지,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가 그 소설만 읽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 되어버린 것이라면, 순수문학이란 장르도 대중 문학의 궤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본다. 뭐 그 중에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들이 종종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장르소설이라 불리는 쪽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비율적으로 다소 적을 뿐이다.

 

소설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쓰다 보니 현대 한국 소설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으로 이어졌다. 뭐 개인 감정이고 개인 생각이기 때문에 이것이 전반적으로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그나저나 나는 왜 쓸데 없이 이런 진단놀이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인가?

 

간략하게 <살인자의 기억법>을 평하고 끝내야겠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무언가가 없어 읽고 나면 그냥 그런 소설이라서, 좋다고 말하고 추천하고 다니기엔 뭔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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