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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10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본문

독서 토론 모임

10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무량수won 2013. 10. 13. 11:46





몇 년 만에 찾아온 감기에 몸을 이리 저리 뒹굴 거렸다.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 먹는 것과 병원 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나 이기에 이를 물고 오랜만에 찾아온 두통과 복통 그리고 기침 조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냈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인간이기에 쓸데없는 고통의 길을 걷는다. 거기에 덧붙여진 쓸데없는 이상주의, 현실이라며 유난히 강조하는 삶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기 일쑤다. 술 마시고 길을 가다 전봇대에 쿵쿵 머리를 찧는 사람마냥 이 사람과 쿵, 저 사람과 쿵. 그렇게 쿵쿵거리고 나면, 아픈 건 내 머리뿐이다.

 

텔레비전에 대하여 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니 피에르 브르디외라는 인물의 글을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나처럼 쿵쿵거리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자신이 부딪친 전봇대를 부셔버리는 사람 같았다. 마치 무쇠로 이마를 만들었다는 듯이 그가 쿵쿵거릴 때 마다 전봇대에는 금이 쫘악 쫘악 가고 있었다. 물론 그의 쿵쿵거림도 전봇대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나와 다르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쿵쿵거릴 때 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도록 금이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 대하여는 내가 하고 싶었던 쿵쿵거림을 잘 표현한 책이라고 본다.

 

 

토론하는 날의 아침. 푹 잠을 자지는 못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는 감기의 기운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쌀쌀한 듯 하지만 쌀쌀하지는 않은 날씨. 조금만 더워도 땀을 주르륵 흘리는 체질 탓을 괜히 해본다. 남들이 춥다고 꽁꽁 싸매는 것처럼 싸매면 처음엔 따뜻하다며 포근함에 기분 좋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마는 이상한 체질은 어느 계절이나 다 살아가는데 불편하게 만든다.

 

또 한 번 모임 장소를 옮겼다. 그래 봐야 신촌역 부근이지만, 그래도 옮겨야만 했다. 좀 더 나은 곳으로 좀 더 분위기 좋은 곳으로 말이다. 분위기는 좋지만 커피가 맛 없다는 대중의 평가를 받는 카페베네, 역시나 내 입맛에도 커피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역시나 너무 대중적인 취향의 인물인 듯싶다. 그런데 삶은 왜 이리도 대중적인 모습을 갖추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여자들의 장소 평은 괜찮았다. 사실 인테리어만큼은 카페베네 쪽이 그 동안 토론을 하면서 다녔던 커피숍들에 비해 월등히 괜찮았다. 다만 그 동안 해오던 관성 탓에 쉽게 관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혹은 기분 탓인지 그래도 항상 하던 커피 빈이 그립다는 생각이 토론을 하면서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그 동안 토론 장소로 써오던 커피빈은 완전히 사라져서 다른 곳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왠지 고이 모셔두던 맛있는 과자 하나가 사라진 기분이다.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책을 훑어본다. 다시 훑는 내내 역시 어렵네이란 문장을 소리나지 않는 입술로 표현한다. 참여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면서, 이어진 불만은 번역의 문제였다. 내가 종종 쓰는 표현으로는 거지 같은 번역이다. 한글로 쓰였을 뿐 한국어가 아닌 듯한 번역이 안 그래도 어려운 개념의 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적극 동의 했다. 그럴 만 한 것들이 분명 문맥상으로 들어가야 할 문장이 있는데, 마치 번역기 프로그램으로 돌려놓은 듯한 기계적인 번역 문장으로 헛소리를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초벌 번역된 것을 수정하는 느낌으로 읽어야 했다.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는 혹시 대학원생들에게 교수가 부분별로 번역하라고 시켜놓고 짜집기 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였다. 대학 안에서는 흔한 풍경이기에 너무나 그럴듯한 추측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는 언론을 진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텔레비전은 시청률과 텔레비전 회사를 소유한 기업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덕분에 기사는 나라에 중요한 문제를 소식으로 다루는 것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크게 부풀려서 보도하게 되고, 호들갑을 떨면서 이야기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에 터진 김정은 전투준비 태세 오보 같은 문제가 떠올랐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그리고 확인도 되지 않은 이야기를 속보 경쟁 때문에 너도나도 보도하고 결국 오보라는 사실이 얼마 되지 않아 밝혀진 최근의 일 말이다. 마치 내일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한 뉴스들이었다.

 

곁들여져서 떠오른 건 종편 JTBC로 간 손석희 사장의 선택과 그가 만드는 프로가 삼성을 비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전한 의구심이었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인은 간부라는 직책에 오른 언론인은 비판의 칼이 날카로운 초입 기자시절의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라고 보다 언론인들의 생리고 그렇게 다져지는 언론인 세계의 구조 같은 것이라고 한다. 피에르 브르디외의 분석에 의하면, 정부에 의해서 MBC라는 방송국이 좌우 되던 시절 동료들과 같이 투쟁하다 체포되는 사진 속 젊은 손석희를 기대하는 나는 그리고 손석희를 동경하던 사람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손석희라는 인물이 종편이라는 선택을 한 순간 많은 사람들이 알았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책에서는 텔레비전의 커다란 영향력을 자꾸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텔레비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여기서 조심이 봐야 할 것은 이 글이 쓰여진 시기다.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퍼진 이후의 사회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여전히 영향력이 강하지만, 세대별로 그 영향력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인터넷의 대중화는 20~30대를 중심으로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텔레비전에서 그랬어!”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이 ! 그럼 사실이구나!”하던 시절에서 인터넷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던데?”라면서 쉽게 동조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는 시절이 되었다.

 

텔레비전을 대체하고 있는 인터넷, 대체언론이라고 불리웠던 인터넷 뉴스, 트위터, 블로그 및 여러 가지 형태의 대체언론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을 오갔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언론이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서 언론을 이야기 해야 하는가?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한번 쯤은 이런 문제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날 모임에 참여해주신 가혹한미련님, 그땐나와님, Noah께 감사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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