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김구라는 그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김구라는 그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

무량수won 2013. 11. 22. 11:24




내가 가는 커뮤니티만 분위기가 그런 것인가 싶어서 단편적인 모습이긴 한데, 지난 수요일(2013.11.20) MBC에서 방영 중인 라디오 스타 이후 김구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내가 방문하는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그걸 보는 내내 그렇게까지 김구라가 잘못한 것인가 싶어서 방송을 유심히 봤는데, 방송으로 비춰진 그의 모습이 심하게 잘못되었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나름 상식선에서 마무리가 되었고, 충분히 김구라가 미안해 하는 표정이나 행동을 제작진이 내보내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 하면 이렇다. 라디오 스타에서 장난감 애호가 스타들을 불렀다. 숫자가 맞지 않았는지 등산에 빠져있는 이봉원을 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들의 장난감들을 보여주면서 였다. 케이윌이란 가수가 나와서 자신의 장난감을 카메라에 잘 보이도록 옮기는 와중에 김구라가 도와준답시고 도와주다가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 상황에서 케이윌은 화를 냈고, 김구라는 미안하다 사과하고 한동안 케이윌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구라는 케이윌에게 까짓꺼 얼마한다고 말하며, 내가 사줄께라고 말하거나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유세를 떤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지게 되었다. 이 부분을 과연 예능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할 것인지 혹은 그 사람의 인성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인지에서 사람들의 의견은 갈리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능이다보니 웃으며 풀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설사 김구라에게 장난감을 모으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성향이 있더하더라도 그것이 예능으로 소화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런 식으로 서로 치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이봉원이 자신의 가방과 등산용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봉원은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나름 진지하게 자신의 취미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커피 원두 이야기를 하고 산위에 올라가서 마시는 커피가 진짜 맛있다며 자랑을 했다. 그에 대해 케이 윌은 왜 이렇게 비싼 가방을 사고 고작 커피를 마시려고 올라가는지 모르겠다는 뉘앙스로 이봉원의 취미에 대해 말했다. 이것도 케이 윌을 비난해야 하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케이 윌이 등산을 다니는 사람들의 취미를 이해 못해서 그런 말을 했지만 예능이기 때문에 넘어 갈 수 있듯이 김구라의 말도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예능이 라디오 스타였고, 라디오 스타는 언제나 상대방을 공격하고 공격받는 것을 재미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것 때문에 짜증이 난다면 보지 않으면 그만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 사건의 경중으로 따져볼 때 케이윌의 장난감을 떨어뜨린 것이 이봉원의 취미에 태클을 건 말 몇마디보다 더 큰 일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예능에서 심각한 문제를 예능으로 풀어가려는 김구라의 모습을 가지고 인성을 들먹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과한 반응이고, 너 잘걸렸다 이번에 한 번 죽어봐라는 식으로 달려드는 하이에나 때 같았다. 



가끔 TV에 그리고 일상에서 사람들은 오덕후라고 불리는 혹은 매니아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하다.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데 곱지 못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취미를 이해 못해서인 것이 가장 큰 이유기는 하다. 하지만 그 외에 또 다른 큰 이유가 있다. 그건 그들이 자신들 만의 문화가 소중히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저 방송을 보고 김구라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런 모습을 봤다.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 했다. 남과 다른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의 취미는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맞다. 나도 항상 떠들고 다니는 말이고, 신조처럼 생각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것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봤을까? 만약 그랬다면, 김구라가 케이윌의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난 후에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김구라가 나름 이해하려는 차원에서 김신영에게 장난감이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느냐고 물어보는 것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김구라가 "까짓꺼 하나 사주면 될꺼아냐" 라는 말만 보았고, 도와주지 말라는데 함부러 도와주다 장난감을 떨어뜨리는 장면만 보았을 것이다. 



이번 그들의 과한 그리고 극성스러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장난감을 모은다는 것, 혹은 게임을 즐겨 한다는 것, 애니를 본다는 것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취미다. 언제나 듣게 되는 말은 "니가 나이가 몇인데..."라는 말이며, "왜 그런거에 미쳐있는거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평소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미친듯이 게임을 했던 사람이고, 남들 모르게 만화책이며 애니를 이렇게 저렇게 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케이윌의 장난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봤을 때 마치 내 장난감이 떨어진 것인냥 화가 났을 것이고, 그 상황을 장난스레 넘어가려는 김구라의 태도에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여야 한다. 그 때문에 김구라의 과거 행적을 이야기 하며 인간이 아니라고 비난하며 사람을 매도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그건 내 것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인격 따위는 무시되어도 된다는 식의 행동일 뿐이다. 내 인격과 내 취미가 소중한 만큼 타인에 대한 인격도 소중한 것이다. 상대가 내 것을 끝까지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김구라는 사과를 했고 그 때문에 쩔쩔매는 모습까지 제작진이 보여줬다. 끝까지 안하무인으로 장난감 수집에 대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대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그 프로는 예능이다. 상대에 대해 때로는 거친 질문이나 이야기로 공격하고 그 공격을 받아넘기는 것을 재미로 삼는 프로다. 그런 프로에서 김구라의 말을 예능의 한 요소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들의 말대로 따지고 보면, 김신영의 호빵맨 인형을 툭툭 친 이봉원이 김구라보다 더 욕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등산을 열심히 다니는 등산 매니아들로 부터 케이윌이나 김신영도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일까? 인터넷에 떠도는 말 중에 "빠가 까를 만든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과도한 애정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찌푸리게 하면 반대 급부로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매니아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종종 덕후라면서 놀림 받고 욕을 먹는 이유는 그들이 타인과 어울리기 보다 내 것만 소중히 하는 태도가 더욱 큰 것은 아닐까? 이번 라스에서 벌어진 김구라와 케이윌 간의 장난감 사건은 그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듯 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