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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쌀롱에 대한 감상, 그리고 신해철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속사정쌀롱에 대한 감상, 그리고 신해철

무량수won 2014. 11. 3. 03:40

속사정쌀롱 방송 시청후기, 그리고 신해철.


신해철이란 가수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그에 대한 경의로써의 표현은 그가 생전에 내 가슴 속에 박아두었던 음악들을 끌고와 블로그에 잠시 걸어두는 것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구구절절히 설명한다한들 그의 매니아들 보다 내가 무얼 더 잘 알겠는가. 괜히 아는 척해봐야 신해철이란 이름을 잠깐 빌려고 블로그 방문자 수 늘리려는 얄팍한 술수 쓰는 블로거 나부랭이가 될 뿐이지... 게다가 나는 그를 굉장히 좋아하는 매니아도 아니었다.


그저 그가 라디오에서 쏟아내는 독설(?)아닌 독설에 통쾌해하고, 그가 가끔 사회문제를 빗대어 만든 노래 혹은 그가 만든 음악의 음이 내 귀에 잘 흡수되는 음악이나 좀 듣던 그런 사람일 뿐이다. 나름 근거로써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사회에 대한 노래로 좋아하는 것은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고 가장 먼저 나에게 충격을 줬던 이런 류의 노래는 "도시인"이었다. 반면 이런 메시지와 상관없이 단지 그가 만들어낸 음이 좋아서 무작정 들었던 것은 "라젠카 세이브 어스"라는 애니메이션 삽입곡이다.


사실 사회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사람들은 많다. 롹도 그렇고 힙합도 사회적인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회를 비판한다던 가수가 만들어낸 생각따로 가사로 풀어내는 이야기 따로인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신해철은 그들과 달랐다. 신해철 만큼은 자신이 평소에 내뱉고 이야기하는 것과 음악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를 일치시키는 내가 아는 몇안되는 음악가 중에 하나였다.



그의 유작이 되어버린 JTBC의 속사정쌀롱이 유가족들의 허락하에 방송이 되었다. 이 방송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 신해철이구나"였다. 물론 방송국에서 그를 위해 나름 편집을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신해철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백수인 형을 질타하는 동생의 사연을 상담하는 부분에서 나왔다.


다들 백수인 형이란 인물을 게으르고 못된 형으로 못박고 있을 때, 신해철은 게으르고 못된 형을 사회가 만들어낸 안타까움으로 이해해줬고, 게으르고 못된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안타까운 청춘으로 읽어냈다. 진중권과 허지웅이 논리적인 상황으로 주어진 사실에만 집착하고 있을 때, 신해철은 그 뒤에 숨겨진 아픔을 보고 있던 사람이었다. 나는 신해철이 그렇게 지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속시원하게 풀어주고 설명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잘났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혹은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이해해주고 생각해봐줄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사람이 신해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만약 그가 마지막에 출연한 저 프로에 꾸준히 나와줬다면, 더 많은 숨겨진 아픔이나 고통을 살펴봐주고 대변해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오늘날 우리가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그의 죽음에 관련된 의혹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모두 사라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는 죽어서까지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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