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SBS, 바바리를 걸치고 아파트에서 공구를 빌려봤다.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SBS, 바바리를 걸치고 아파트에서 공구를 빌려봤다.

무량수won 2015. 3. 4. 16:00


sbs보도가 좀 기괴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ㅡㅡ;; 인터넷에 댓글로 제2의 mbc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인터넷 용어로 하자면 "병맛 보도의 결정판"이랄까?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방송된 뉴스를 직접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 sbs 보도 <



뉴스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sbs는 뉴스 말미에 캠페인 형식의 뉴스를 보도한다. 그러면서 신뢰가 사라진 대한민국에 대해서 이야기 꺼냈다. 그래. 대한민국의 대중에게 신뢰가 사라져가고 사라진 것은 맞다. 그것을 부정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실험한다면서 기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공구를 빌리러 간 것이 문제가 되었다.


내가 공구를 빌리는 것까지는 뭐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방식이 당혹스러웠다. 아파트 단지에 바바리를 걸친 남자가 벨을 누르면서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공구 좀 빌려주세요"라고 한다. 문제점을 짚어주겠다. 첫째. 그 복장이 공구를 빌리러 다니는 사람의 복장인가? 둘째. 공구를 무엇하러 이웃집에서 빌리나? 직접 구입하면 될일이지. 셋째. 그걸 옆집도 아니고 다른 층에서 빌리러 온다? 그 어느 것 하나 수상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면서 기자는 이렇게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고, 그걸 경비실에 신고했다고 우리사회에 신뢰가 없다고 한탄한다.


정녕 저걸 기사를 뒷받침하는 실험이라고 하는 것인가?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취재하는 니가 한 번 집에 있는데, 다른 층에 사는 사람이 그것도 바로 아랫층도 아니고 바로 옆집도 아닌 사람이 바바리를 걸친 정장을 입고 공구를 빌려달라고 한다고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과연 기자는 당당하게 문을 열어서 "네 여기서 빌려가세요~" 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돌아다니는데, 경비원에게 신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이걸 기자 하나의 잘못으로 몰아서 비난할텐데 뉴스가 보도되는 시스템을 얼추 알고 있다면, 기자만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고? 기자가 기사를 시작하기 위해선 사실상 윗선 혹은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나 데스크로 분류되는 나름 대기업의 부장급의 기자 선배들에게 검사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bs는 공중파 방송이다. 기자 선배 뿐만 아니라 방송에 나가기 전에 방송을 총괄하는 pd까지도 기사를 검토하기 마련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기사가 sbs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sbs란 조직 자체의 시스템이 붕괴되어있거나 머리를 담당하는 선배들이 엉망진창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sbs란 조직이 얼마나 망가져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반론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방송 스케줄 때문에 어쩔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나름의 걱정 말이다. 근데 sbs가 개인이 운영하는 구멍가게도 아니고 수천명이 근무하는 방송국이다. 아니 수만명이 되려나? 그정도 인원들이 있는 회사에서 잘못된 뉴스 하나 걸러내기 위한 예비 촬영을 안해두겠는가? 그리고 그걸 안해뒀다면 안해둔 것 자체도 그 방송국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알수 있는 척도가 되어준다는 말이 되니 결국 매 한가지라는 뜻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sbs가 지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에 말이다. 해당 기자가 막 이사를 와서 시끄럽게 이사하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옆집에 공구를 빌리러 갔는데, 안빌려줘서 아쉬웠다고 한다면 그나마 이해를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시골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서 어떤 사람이 오는지 뻔히 보인다면 쫌 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그것도 평소에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구를 빌리러 갔는데, 안빌려줬다고 신뢰가 무너진 세상이라고 한탄해야 하는 것일까? 기왕 시작한 만약에니까 하나 더 하자면, 만약에 기자가 평소에 아파트 주민들과 인사도 잘하고 아는 척도 하면서 살았던 사람인데도 저렇게 사람들이 저런 태도로 대했을까?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다. 역지사지다.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과 시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 사건의 맥락을 짚어낼 수가 있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타당하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도된 기사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냥 취재하기 위해 무언가 촬영해야만 하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의 이런 인터넷 반응에 대해서 제발 멍청하게 "사람들의 신뢰가 역시 많이 무너졌구나"란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ㅡㅡ;; 이건 실험이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방송국이면 이런 기막힌 실험에 대해서 사과문을 내놓고 반성해야 되는 것이 맞다. 물론 sbs는 그런일을 할 집단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자기네 방송국에서 방송한 피노키오란 드라마도 안 본 것인가? 설마 드라마를 그냥 이종석과 박신혜의 사랑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