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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 부분 읽기 - 나를 배신한 세상에서... 본문
"물러, 무르다니까"
어째서 인간을 믿을 수 없었을까.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래도 요코는 그 쥐를 믿어도 괜찮았다.
"그런 무른 말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배신당하는 봉이 되는 거야."
"모자라기는."
꺄꺄꺄 밤하늘을 가르며 원숭이가 웃는다.
"진심이야? 정말로 그걸로 괜찮겠어? 봉 취급이나 받는 얼간이라도 상관없어?"
"배신당해도 돼. 배신한 상대가 비겁해질 뿐이지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배신하고 비겁한 인간이 되기보다 훨씬 나아."
"비겁해진다 해도 네 승리야. 여기는 악귀의 나라니까 말이지. 아무도 네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아. 친절한 인간따위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 거 나와는 관계없어!"
궁지에 몰려 아무도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타인을 거부해도 되는가. 선의를 보이는 상대를 버릴 이유가 되는가. 절대적인 선의가 아니라면 믿을 수 없는가. 남에게 더할 나위없는 극진한 대접을 받지 않으면 타인에게 상냥해질 수 없는 것인가.
"...... 그렇지 않잖아."
요코가 남을 믿는 것과 남이 요코를 배신하는 것은 아무 관계도 없다. 요코 자신이 상냥한 것과 타인이 요코에게 상냥한 것은 아무 관계도 없어야 한다. 홀로, 또 홀로, 이 넓은 세계에 외톨이로 도와줄 사람도 위로해줄 사람도 누구 한 사람도 없더라도. 그래도 요코가 남을 믿지 않고 비겁하게 행동하고 버리고 도망치고 하물며 남을 해칠 이유가 될 수는 없는데.
- 12국기,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p.351~352,
요코와 수우도의 원숭이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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