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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맹신자의 흔한오류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숫자맹신자의 흔한오류

무량수won 2015. 7. 9. 10:56


기사를 보다보면 꽤 답답할 때가 있다. 언제냐면 수치로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려는 기자들의 버릇을 볼 때다. 보통 단신기사들이 이런식으로 많이 작성되는데, 이번에 링크 건 기사가 그런 기자들의 버릇의 극악한 버전이라고 보면된다.


> 연합뉴스 보도 <



기자가 작성하는 기사는 보통 사실을 전달한다고 대중들은 믿고 있다. 현상을 전해주고 진실만을 전달한다고 말이다. 물론 요즘 "기레기"란 단어가 몇년 전부터 유행해서 기사를 온전히 믿는 사람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람들은 기사로 나온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간주하게 된다. 



언제나 "사실"을 추구하다보니 기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가 있다. 그건 자신들이 기사를 쓰면서 주관적으로 "주장"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수치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각종 수치를 가져다 쓰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맞다. 수치를 가져오는 것은 잘못 된 것이 아니다. 다만 결론을 정해놓은 기사와 주장을 하면서 그에 맞는 수치를 가져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수치는 객관적일 수가 없다. 그래서 수치 자체도 검증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정말 이 수치가 기사가 말하려는 것의 근거가 되는지 아닌지 말이다. 무조건 마구잡이로 수치를 가져다 쓴다고 어떤 주장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아 맞다. 그들은 그걸 주장이라 생각 안하지 ㅡㅡ;;; 그러니까 다시말하면 그런 수치들은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가 되기엔 많이 부족하다.



내가 링크건 기사를 읽어봐주길 바란다. 물론 이 글을 보면서 굳이 기사 읽으려고 링크를 클릭할 사람은 없을 걸 안다. 뭐 나도 비슷한 글을 읽기 시작한다면 링크 건것을 클릭하려는 정성까진 투자하지 않으니...


그건 그렇고 링크된 기사는 키덜트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매출 증가를 수치로 가져왔다. 그러면서 그 키덜트족에 30대와 40대가 늘어났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런 제품의 구매 연령이 대부분 30대와 40대임을 강조하는 수치를 공개한다. 뭔가 맞는듯 하다. 근데 아니다. 틀린것이다. 근거가 될 수 없는 잘못된 수치를 가져왔고, 기자가 수치에 대한 해석을 잘못했기 때문에 기사는 엉망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치만 나열하면 다 객관적인줄 아는 태도 부터가 기자로서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기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옥션에서 피규어 구입자의 연령대가 대부분 30대와 40대임을 이야기 한다. 이 기사의 주장을 기사 서문에서 밝히고 있으니 다시 한번 서문을 읽어보도록 하자.





키덜트가 20대만 아니라 30대와 40대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기자는 키덜트족이 확대 되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도 30대와 40대가 중점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정작 가져온 수치는 그냥 30대와 40대가 피규어를 많이 산다는 것이다. 이 수치로는 20대 중심이선 시장이 30대와 40대로 확대가 되었음을 증명하기 어렵다.





만약 이 수치를 제대로 해석, 아니 상식적으로 본다면 금전적 여유가 있는 30대와 40대가 금전적 여유가 없는 20대보다 피규어를 많이 산다고 봐야 한다. 특히나 요즘 취직을 못하는 20대와 30대가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까지 결부해 본다면, 더 우울한 결론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20대는 자신의 취미를 즐기기 위한 투자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되니까.


만약 기자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을 제대로 하려면 저 수치에 더해서 과거 피규어 매출 자료까지 필요하다. 20대가 30대와 40대보다 피규어를 많이 구매하는 수치 말이다. 근데 그게 구해도 문제다. 설사 해당자료를 구했다고 해도 그것이 키덜트족의 확대된 것을 오롯이 증명하지 못한다. 그런 수치는 내가 앞서 해석한대로 우울한 20대의 현실을 더 확실하게 대변하는 수치가 될 수도 있고, 단순히 업계의 시장이 확대된 것일 수도 있는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의 수치가 온전히 주장하는 바를 대변하지 못할 때 보통은 다른 수치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 해당 기사에서 가져온 수치를 보면 알겠지만, 독립적으로 봐야 하고 또 나름 다른 해석이 가능한 수치들을 가져와서 연계해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주장에 부합이 아니라 주장을 위해 억지로 끼웠단 느낌이 든다.


이 기사에서 해당 수치는 최근 한달동안 증가한 판매율을 보여주고 있다. 근데 키덜트족이란 사람들이 최근 한달 사이에 늘어난 것인가? 키덜트족들의 존재가 최근 한달동안 20대에서 30대와 40대로 확대된 것일까? 만약 키덜트족이 단시간 발생한 사건의 여파라면 이런 수치는 딱 맞는 것이다. 그런데 키덜트족이 증가하는 현상은 단순히 어떤 사건에 의한 증가가 아니다. 키덜트족은 이미 오랜시간 존재해왔다.



특히 키덜트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들에 환호하고 수집하면서 많이 쓰인 단어다. 내 기억이 제대로인지는 확실할 수 없지만, 한국의 언론들이 앞다투어 쓴 이유는 이런 키덜트족들이 일본의 문화산업을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전후로 성장한 일본의 키덜트족들이 일본의 애니를 비롯한 게임기, 영화 등등의 산업을 이끌었던 것이 일본의 키덜트 들이다. 더불어 비슷하게 미국과 같은 서양권에서도 키덜트들이 성장한다.


일본의 사회적 현상을 많이 따라가는 한국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당연히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꾸준히 말이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키덜트족이 성장했다면, 한국은 2000년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에 나는 방점을 찍고 싶다. 2000년대 전후에 성인이란 단어가 붙은 세대들은 대부분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 시기에 정부가 죽여놓기 전 만화책 시장이 가장 활발했었기 때문이다. 만화책 시장의 활황기에 청소년 시기를 보낸 세대들이 2000년대 전후로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렇기 진단한다. 일본도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까지 성장한 만화책 시장이 사실상 키덜트족의 성장을 이끌어 1990년대 이들이 문화 시장을 이끌어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내가 링크한 기사를 쓴 기자가 가져온 수치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가 주장하는 근거가 개판이란 이야기다. 그가 주장하는 문장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그가 주장해서가 아니라 이런 저런 사회적인 현상 때문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의문이 생긴다. 기자가 가져온 저 옥션의 수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게 수치의 맹점이다. 제대로 수치를 해석할 줄 안다면, 기본적으로 "옥션"에서만 저 수치를 가져오진 않았을 것이다. 저 수치는 단순히 옥션해서 실시한 행사의 영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옥션에서의 일을 사회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해석법이다. 물론 전체를 다 볼 수 없으니 부분만 뽑아 전체로 해석하는 방법이 있긴하다. 하지만 문제는 저것이 불특정된 이들에게서 나온 수치가 아니라 "특정"된 곳에서 나온 수치라는 것이다. 그런 수치가 객관성을 지닐 수는 없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다. 굳이 통계학을 배우지 않아도 말이다. ㅡㅡ;;



단신기사 하나를 이렇게 매몰차가 까는것이 좀 미안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스스로가 기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좀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는다. 더불어 이 기사를 쓴 기자와 마찬가지로 항상 수치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사로잡혀 언제나 주장을 하면서 객관적이라고 스스로를 포장하고 앉아있는 이들을 위해서 쓰는 글이다.


앞서 구구절절히 설명한 이유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단신기사를 쓴다는 것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일인지를 알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그들이 내 글 따위는 볼리가 없을테지만...



이글을 열심히 읽어준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숫자를 맹신하지 말자는 것이다. 숫자는 특히나 여론조사가 되었든 어떤 것의 판매량이든 간에 모든 수치는 절대 객관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한다. 중학생들이 배우는 과학시간에도 나온다. 현상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통제변인과 독립변인 등등이 왜 중요한지 말이다. 거기에 변수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 등등을 중학생때 열심히 배우는 이유다.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조심해야 한다. 빅데이터에 관한 것은 내가 귀찮은 관계로 다음 기회에 비판하기로 하자. 숫자는 언제나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대단한 숫자가 될 수도 있고, 별것 아닌 숫자가 될 수 있다. 이 포스팅에서 다룬 기사에서 쓰인 숫자를 기자는 굉장히 대단한 숫자라고 해석(?)했지만, 나는 그걸 굉장히 무의미한 숫자라고 해석한다.


특히나 사회적인 현상의 경우 하나 혹은 두개의 수치로 증명할 수 없다. 수치로 사회적인 현상을 증명할 수 있다면 뭐하러 사회학자라는 이들이 존재하고 사회과학이란 학문이 존재할까? 이런 저런 수치 하나 두개면 될텐데 말이다.



이 기사를 쓴 이가 이런 수치상의 오류를 아무런 의심없이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주장을 준비해 놓고 거기에 맞는 수치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자의 눈엔 기사를 뒷받침 하는 숫자만 보였을 것이고 이 숫자들이 꽤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또한 키덜트란 단어가 요즘 TV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고, 케이블 같은 경우는 키덜트족들을 위한 정보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니 데스크에서 키덜트에 대한 기사를 준비해보라고 했을 것이고 기자는 그런 정보를 모으던 도중에 단신하나를 작성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이 기자가 옥션에서 내놓은 자료 중에 피규어 구입자의 상당수가 30대와 40대란 사실에 주목했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 앞서 이야기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사실을 보고 20대들의 암울한 현실을 생각해줬겠지만 기자에겐 "키덜트"가 핵심 단어였기 때문에 20대의 암울함 보단 피규어 많이사는 30대와 40대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다. 그들이 소위 "기자"란 네임택을 붙이고도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이유며, "기자"들이 "기레기"로 불릴 수 밖에 없는 이유 말이다. 한때 출판계에서 유행을 일으키며 팔린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이 있는데, 난 이 제목을 기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생각하지 않는 기자들"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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