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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

2015년 인터넷에서 탕탕절은 왜 유행하나

무량수won 2015. 10. 27. 11:38


탕탕절 : 박정희의 죽음을 희화하는 단어. 


1979년 10월 26일. 유명가수 여대생이라고 알려진 여성들을 불러 술자리를 가졌던 박정희가 측근인 김재규에게 총 맞고 사망했다. 탕탕절은 총소리 의성어인 "탕"을 넣어 만들어진 단어로 2015년 현재, 탕으로 시작하는 탕수육을 먹으며 인터넷에 인증하는 것으로 이 날을 기념(?)한다.



나는 죽은 이에 대한 희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죽은 사람은 그저 그렇게 떠나 보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베에서 유행하고 있는 노무현과 김대중에 대한 희화에 대해선 혐호하는 편이다. 탕탕절에 관한 행위도 그런 관점에서 옳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위 진보라 불리는 진영에서 행해지는 이런 짓들이 결국 일베의 무뢰배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싶다. 나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이들의 행위가 사실상 일베를 키워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일베가 급격하게 주목을 받던 시기에 그들에 관한 글을 쓸 때도 그랬지만 이번 탕탕절에 관한 유행(?)도 쉽게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수명의 아니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어떤 현상을 만들어낼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 이유를 통해야 제대로 사회를 해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탕탕절이 만들어졌고 2015년에 유난히 유행하게 되었나? 국내 검색 서비스에 아쉬운 점이 기간별로 해당 단어에 대한 것이 검색되지 않는 다는 점이 이런 단어에 대한 검색 할때다. 요즘은 그 일을 "빅데이터"란 이름으로 이런 저런 기관들이 하고 있긴 하다. 여하튼 그저 인터넷 구석을 돌아다니는 개인이 기원을 밝혀내고 싶어도 검색 시스템의 부재 때문에 쉽게 추적하긴 어렵다. 까짓꺼 프로그램을 만들면 될 수도 있긴하지만 나에겐 그런 능력까진 없다. ㅜㅜ 


여하튼 이 단어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다만 이 단어가 올해 처음 쓰인 것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단어는 몇년 전부터 종종 인터넷에서 쓰여왔다. 그동안 유행되지 않았던 것은 이 단어가 아무리 독재자 박정희 희화라도 해도 이미 죽은 이에 대한 모욕은 옳지 않냐는 진보성향의 인터넷 누리꾼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탓이라고 본다.


그렇게 거부되던 단어가 왜 2015년에 인터넷 유행어로 떠오르게 되었을까? 그건 이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연계해서 봐야 된다. 우선 지금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대통령 자리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앉아있다. 단순히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그랬다면 이 유행은 그녀가 정치에 입문하던 시기에 떳어야 했다. 그런데 2015년에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설 정도로 심해졌나? 그건 그녀가 대통령으로써 지속적으로 대중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대중의 기억을 바꾸기 위해 2015년 10월쯤 현재의 역사 교과서를 "좌편향"되었다고 규정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중들 모르게 법적인 효력도 발생하기 전부터 국정화 에 대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 가까운 곳에 그 팀을 두어 보안에 힘썼으며, 여론전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도 그팀을 통해 진행하려 함이 묘하게도 10월 25일 저녁에 드러났다. 


> 노컷뉴스 보도 <



그렇다. 지금 탕탕절의 유행은 단순히 대중들이 반(反)박근혜 성향이 강해져서가 아니다. 그들이 박근혜를 통해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를 투영하고 있고, 그녀가 박정희의 화신이 되어 박정희에 대한 기억을 대중들에게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대중들은 지금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이미 죽은 박정희를 향해서 쏟아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의 근원인 박정희를 부정함으로써 박근혜가 하는 짓이 뿌리부터 잘못 된 일임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어쩌면 극우의 인터넷 여론 본산(?)으로 여겨지는 일베에서 항상 행해지는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조롱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고인에 대한 조롱을 좋아하지 않아서 거부해오던 단어에 이들이 동조하게 된 이유를 단순히 그에 대한 반발로 보기엔 무언가 시기적으로 잘 맞지 않다. 단순한 일베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라면 일베가 유행하던 시기에 박정희에 대한 희화화된 탕탕절이란 단어와 탕수육 인증이 떠올랐어야 했다. 때문에 2015년에 박정희가 피살당한 날이 탕탕절이란 이름으로 떠돌고, 탕수육을 먹는 행위 인증이 인터넷에서 왜 유행하게 되었는지를 읽어내려면 대통령 박근혜가 2015년에 하고 있는 행위를 잘 읽어야만한다. 


나는 탕탕절의 유행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꼰대적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비겁해 보이고, 상대의 약점을 과하게 후벼파는 옹졸한 행위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왜 그 유행에 동참하는지는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유행엔 뭐든 이유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물론 이런 유행의 이유에 대해선 청와대는 알려고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을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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