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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에서 벌어진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을 보면서... 본문
클리앙에서 벌어진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을 보면서...
클리앙에서 활동은 안하지만 종종 눈팅을 하러간다. 이런 저런 인터넷 논쟁들이 벌어지고, 인터넷 이슈들이 모여드는 몇몇개의 커뮤니티 중 하나여서다. 그래서 그곳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대중들의 상식과 요구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사이트에서 논의되는 것이 모든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2017.01.02)은 클리앙에서 시끌시끌한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한다. 내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돌면서 이 떡밥이 나올 때 가장 깊이있는 논의가 되었던 곳은 오유의 역사게시판이었다. 그 때문에 나도 오유 역사게시판에선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에 참여해서 사람들과 꽤 신나게 떠들었더랬다. 그런데 대다수의 커뮤니티에선 이 떡밥이 떨어지면 깊이있는 이야기보단 감정적인 대응과 괴성만이 난무하게 된다. 그 이야길 찬성하든 찬성하지 않든 간에 사실 제대로 된 논의가 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클리앙에서도 비슷했다. 누군가는 클리앙의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보단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낮은 것이 잘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패션과 관련된 것에 무지한 것이나 대중들이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유에서도 역사게시판이라는 특성 때문에 나름 깊이있는 이야기가 오가던 것이지, 다른 게시판에서 식민지근대화론 떡밥이 떨어졌다면, 이번에 클리앙에서 벌어진 논쟁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자. 이야기를 하기 앞서 우선 개념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인터넷 논쟁이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면, 서로 같은 단어를 말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뭐 인터넷 게시판에서 논문에 글 쓰듯이 단어의 정의까지 하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이왕 들어가는 논쟁이라면 단어의 정의와 개념에 대해선 이야기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린 단어의 정의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그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대중 속 하나일 뿐이니 말이다.
여하튼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무엇인지 좀 살펴봐야 한다. 이 식민지 근대화론이 무엇이냐면, 일제 강점기 시기에 조선이 근대화가 되었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 제기된 이론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시작은 1990년대에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나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뉴라이트로 불리우는 집단에 속한 이들이 이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 논쟁이 시작될 당시에 이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되다 싶이 비난을 받았더랬다. 왜냐하면 이들이 주장한 것은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던 시기에 일본에 의해서 근대화가 되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학계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경제학자가 남(?)의 분야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괘씸함도 있었지만, 일제 강점 시기에 대한 변화를 단순한 수치로 판단한다는 것이 역사학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껴졌었으리라본다. 물론 그 외에 민족적 자존심을 짓밟는 주장이었기에 분노에 찬 반대가 있기도 했다. 대중들은 아마 학문적인 모욕보다는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더 입었을 테지만 말이다.
이렇게 주장되었던 것이 시간이 좀 지나서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 시켜주었다"에서 "일본이 강점 하던 시기에 조선이 근대화가 되었다"로 논의가 옮겨오면서 학문적인 논의가 조금씩 되기 시작했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계는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선 매우 강력하게 부정하는 것이 주류다.
인터넷에서 누군가는 마치 지금의 역사학계가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 동의 하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경제사학이란 단어로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할 것이 있다. 한국에 경제사학이란 분야는 없다. 그들이 말하는 경제사학은 경제학자들이 일제 강점 시기의 데이터를 가지고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던 행위를 일컫는다. 까짓꺼 학문이란 것에 경계가 없으니 그들이 연구하면 경제사학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외국에는 분명 경제사학이란 분야도 존재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대표적인 경제사학자론 에릭 홉스 봄이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외국의 경제사학과 한국의 인터넷에서 일컬어지는 경제사학은 많이 다르다.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제사학은 역사학자들이 경제적 데이터를 가지고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는 분야라면, 한국의 '자칭' 경제사학은 경제학자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일뿐이다. 이들은 데이터의 역사적 의미와 역사적인 해석엔 좀처럼 의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말만 경제사학일 뿐이지 사실 사학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고, 실재하지도 않는 분야기도 하다.
이걸 역사학을 한 사람들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대중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른다. 때문에 누군가가 경제학자들의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뉴라이트계열의 경제학자들이 처음 주장했고, 좀 다른 식으로 주장이 이어져오는 경제사학이란 단어 때문에 역사학자들까지 그들과 도매급으로 넘어가서 강단사학이 친일 사학이니 하는 주장과 자연스럽게 엮이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ㅡㅡ;; 그러면서 이런 주장을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다수는 점점 환단고기의 늪으로 빠져드는 기이한 현상이...
뭐 어찌 되었든 식민지 근대화론의 시작은 위와 같았다. 그런데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장이 조금 변질되어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를 시켜주었다"에서 "일본이 강점하던 시기에 조선이 근대화가 되었다"가 되었다. 이걸 전문(?)용어로 시혜론과 뭐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여하튼 식민지 근대화론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서 말했던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 시켜주었다는 현재는 거의 사라진 이야기가 되었고, 요즘 남은 것은 일제 강점기 시기에 조선이 근대화가 되었는가?하는 명제가 남았다. 주장이 이렇게 바뀌면서, 역사학계에서도 이전과는 조금 다른 자세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이런 이야기 자체를 꺼리는 학자들도 있지만, 몇몇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해왔더랬다.
몇몇의 역사학자들이 왜 이 이론에 학문적으로 접근을 하게 되었느냐면, 근대화란 단어 때문이다. 한국에선 아직 근대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학자들 사이에 합의된 것도 없다. 고대, 중세, 근대를 나누는 기준은 서양사, 정확하게 말하면 유럽의 역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그런데 한국의 역사 교육은 상당 기간 유럽식 역사 시대에 맞춰서 한국역사를 설명해왔더랬다. 그러다보니 한국사에서는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았고, 그저 얼개만 비슷한 수준이었던 봉건 제도가 고려시대에 행해졌단 이야기를 했어야 했었고, 일제 강점 시기에 근대화가 되지 않았단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조선시대 말기에 "우리 스스로 근대화가 되고 있었다"란 틀에서 설명해야 했었다. 맞지도 않은 옷에 몸을 구겨넣듯이 설명하다보니, 사실과는 많이 어긋난 역사를 가르쳐야 했더랬다. 그래서 중고등 교과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 서양식 시대 구분을 버리기 시작했고, 아마 지금은 이런 틀로 교과서에 집필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아직 교사들은 오래 전 틀에 익숙해져있고, 또한 그 시대를 대체할 만한 시대 구분법이 마땅치 않아서 종종 이 시대 구분을 이용한 역사 교육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앞서 설명한대로 학계에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터넷에선 식민지근대화론은 무조건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켜주었다"라는 이야기를 명제로 제시 한다. 그래서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단어만 꺼내도 사람들은 단어를 꺼낸 이를 몰아세우기 일쑤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 논쟁 중이긴 하나, 요즘 이야기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처음 시작되었던 주장과는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학계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과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이 논의는 좀 더 활발해져야 하고, 좀 더 깊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를 경제적 데이터로만 해석하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역사를 경제적 데이터로만 해석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 시키기에 아주 좋은 행위이기도 해서다. 특히 일제 강점 시기에 나온 경제학적 데이터는 대체적으로 일본의 식민지 정부가 작성한 것들이다. 그 데이터를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무작정 믿어서도 안되는 것이 그 시절의 데이터다. 역사학자라면 이런 데이터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하는 반면, 경제학은 데이터를 진실로만 받아들이고 그것을 핵심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역사학에 손을 대면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쉽게 벌어지는 것이다.
역사는 모든 사료에 대해서 1차적으로 의심하고 고민하는 학문이다. 역사는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지고 남겨지기 때문에 자료가 왜 남아있는지와 누구에 의해서 어떤 의도로 남겨졌는지까지 고민해서 결론을 내린다. 따라서 그 데이터가 사실 이라고 하더라도, 자료를 남긴 이에 의해서 자료가 일부로 누락 될 가능성도 보고 그 부족한 부분을 현장 조사나 전해져 내려오는 다른 데이터를 가지고 비교 분석하는 것이 역사학에선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왠지 언론인의 기본과 비슷하다 생각하나? 맞다 언론계에서 마땅히 해야할 일과 역사학계에서 해야할일은 매우 비슷하다. 서로 다루는 시대가 다를뿐. 이런 역사학의 기초가 되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단순히 수치로 분석했다고 해서 그들을 감히 "경제사학자"로 불러야 하는 것일까? 이런 학문적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식민지 근대화론은 학문적으로 더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근대화론이란 단어에서도 느껴지다 싶이 한국에서 근대화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억지로 유럽의 근대화에 끼워 넣을 수는 있지만, 굉장히 멀고 먼 문화적 차이 속에서 흘러온 유럽의 역사 틀을 한반도의 역사에 끼워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위해서라도 이 논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본다. 유럽의 시대 구분을 한반도의 역사를 분석하는데 쓰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일본 강점기의 잔재일 수도 있다. 사실상 현존하는 학문의 대다수가 유럽에서 시작된 것을 일본이 받았고 일본에 의해서 재해석 된 것을 한반도의 지식인들이 받아서 발전시켜왔으니 말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논의 할 필요 조차 없는 그런 말을 명제로 삼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시작된 쟁점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그렇게 뭍혀야만 하는 것일까? 대중이 생각하는 근대와 학자들이 바라보는 근대의 차이는 무엇일까? 또한 한반도 위에서 벌어진 역사적 흐름은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식민지 근대화론은 잘못된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 출발이 잘못 되었더라도 그 논의가 좀 더 발전적인, 그리고 자체적인 역사학의 발전을 위해 사용될 거름이 될 수 있다면 나름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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