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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방바닥과 아이

무량수won 2010. 12. 14. 11:12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놀람이었다.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 아니 왜 그렇게 혼나야 하는지 몰랐다. 자신을 갑작스레 혼내는 엄마의 호통에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 행동이 엄마의 호통을 불러올 것임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 호통이 이렇게 큰 소리일줄은 몰랐다. 전혀 예측하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아이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리고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고, 깊숙한 곳에 서려있는 한이 올라온듯 서럽게 울었다.


아이는 한참을 울었다. 그럼에도 엄마의 호통은 끝나지 않았다. 엄마도 이번에는 아이의 버릇을 고쳐보겠다는 심산인듯 했다. 아이는 울음이 길어지면서 자꾸 다른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혼날만큼의 잘못인가 싶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엄마의 호통속에서 아이의 울음은 훌쩍거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의 시선은 방바닥을 향해 있었다. 엄마의 호통이 길어질수록 아이의 관심은 자신의 잘못보다 바닥에 보이는 무늬로 향했다. 울고는 있지만 생각은 저 바닥의 모양은 어떻게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차있다. 바닥의 모양에서 가끔 코끼리도 보였고, 무서운 사자도 보였으며, 외계인도 등장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엄마는 다시 큰 소리로 호통을 치기 시작한다. 아이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이제는 큰 소리도 익숙해져서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의 관심을 돌리려는 엄마가 미워질 뿐이다.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잘못을 반성하는 눈물은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반성을 위한 눈물은 없었다.

눈물이 시작되었을때 아이는 놀라움에 울음을 터뜨렸을 뿐이었고, 계속 이어지던 눈물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아이에게 그 행동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하지만 엄마의 호통은 그 일을 가지고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며 이어지고 있다. 엄마는 정말 자신이 그렇게 호통을 치는 것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수 있다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것일까?

엄마의 호통이 길어지거나 말거나 아이는 그저 방바닥의 새로운 세상에 모든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아이는 자신의 집에 이렇게 신기한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항상 발로 밟으며 지나다니는 방바닥이었다. 매일 놀다 지쳐 잠을 자는 장소였다. 책을 읽을 때면 엎드리던 곳이었고, 게임을 하면서 뒹굴던 곳이었는데, 이상하게 혼날 때가 되면 방바닥이 새로운 세계가 되었다.


엄마는 호통을 질문으로 바꾸었다. 아이는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네"라고 대답하기로 한다. 엄마가 무슨 질문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네"라고 대답하면 상황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아이는 그저 "네"라고 했을 뿐이다. 엄마는 뭐라고 물어 봤던 것일까? 아이는 엄마의 질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엄마의 말은 이미 오래전 부터 아이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는 이미 오래전 부터 방바닥에 있는 새로운 세계를 바라다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과 엄마가 상황을 끝내려고 질문을 한다는 것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을 엄마는 호통과 질문을 번갈아가며 말했다.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저 "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엄마는 아이의 생각을 알고 있을까? 엄마의 호통과 질문이 끝났다. 엄마는 지쳐보였다. 아이는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을 느꼈다. 그러자 방바닥에서 노닐던 코끼리나 사자, 외계인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평소에 바라보던 방바닥으로 변해 있었다.

엄마의 호통이 없어지면서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았다. 아이는 훌쩍거리면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훌쩍거렸지만 혼나는 동안 열심히 바라보았던 방바닥 신세계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저 이리저리 방 구석구석 시선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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