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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내 우울함에 대한 보고

무량수won 2011. 4. 13. 16:13


가끔 굉장히 우울해지는 시간이 나에게 찾아 온다. 이런 우울함이 찾아오는 때는 무엇을 할지 도저히 갈피를 못잡고 있을때다. 워낙에 남들보다 늦게 대학이란 곳도 진학을 했고, 게다가 얌전히 있지도 못하고 중간에 이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로 편입을 해버렸다. 그동안 우울함이 가장 절정을 찍었던 시기는 대학을 가기 전. 군대를 다녀온 후 편입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시기.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돈벌이를 안하고 있는 지금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언제나 이 세상에 내가 왜 존재하는 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졌고, 이 물음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우울함이란 감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 우울함 속에서 가장 큰 갈등을 겪는 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속물이 되느냐 아니면 잘나지 않더라도 정직한 척하는 인생을 사느냐에 대한 것이다. 언제나 선택은 때늦은 속물의 길이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정말 속물이라서라기 보다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규정지어 놓은 속물의 기준에 충만한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이란 곳을 진학 하려 할때는 누구나 가는 그딴 대학 안가도 살수 있다는 생각과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가장 컸다. 결국은 대학을 가야 한다로 결론이 났고, 들어도 모를 지방 대학으로 갔다. 즉 대학을 가기 전 내가 속물들이나 하는 짓이라 생각했던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을 다시 다니는데, 다시 깊은 고민이 찾아왔다. 그래도 이름있는 대학을 다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누구나한테 말해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대학. 그동안 다니던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온갖 잘난체는 다 하고 다닐 수 있는데도 이런 고민을 하던 나를 내 자신은 속물이라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에 간판 따러 다니냐며 비판해왔던 나였기에 자신에 대한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런 긴 고민 끝에 결국은 이름 알려진 학교로 편입하기로 결정. 대신 내가 공부하고 싶어하던 역사를 전공하기로 했다. 1년 열심히 공부하고 편입 성공을 한다. 편입이후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까지.

졸업을 하자 또 새로운 문제에 부딧히게 되었다. 남들 다하는 영어 공부 안하고 대기업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라고 큰소리 뻥뻥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서 영어 시험 공부 즉 토익 공부는 제대로 안했지만, 영어 점수 없이도 원서를 넣을 수 있는 큰 기업에는 열심히 넣었다. 그러면서 꼴에 잘났다는 듯이 자기 소개서에는 자만이 가득한 글이 가득했다. 글을 쓰면서도 알았다. 이 원서를 보고 합격시켜줄 인사담당관은 없을 꺼라고.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손가락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흔히 말하는 맞춤식 자기소개서는 도저히 써지지 않았고, 자만하는 냄새가 풀풀나는 자기소개서를 포함 시킨 원서를 마구 넣었다.


굉장히 이중적인 행보. 그리고 이중적인 생각. 좀처럼 줏대도 없어보이는 일련의 행동을 거듭하면 거듭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묻게된다. 그러면서 언제나 결론은 내가 그렇게 비판하고 비난하던 속물적인 삶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내가 나에게 들이대는 정직의 기준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혹은 속물이란 기준을 너무 잘못 잡고 있었던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도 해메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미래에는 블로그에 무심결에 남긴 한마디가 당신이 성공으로 가는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무심결에 남긴 댓글 한줄이 그러할 것이라고. 실제로 연예인들에게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나도 무섭기는 하다. 누군가는 내가 써놓은 블로그의 글들을 가지고 나를 심하게 비난 할 지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우울해요~' 라고 지껄이는 이 글을 가지고 비난을 할 수도 있다.

내가 블로그를 처음 하면서 마음 먹었던 것. 내가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면서 결심했던 것은 나에게 우선 솔직해지는 글을 쓰자였고, 솔직해지지 못할 바에는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낫다였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이건 당신의 허물이니 모두 당신의 죄요!" 묻는 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런 생각 이런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내가 짊어지고 갈 업보일 뿐이다. 이글을 쓰는 순간과 생각이 바뀌어 있는 나에게 과거에 이런 생각을 했으니 당신은 자격이 없다라는 식으로 나를 밀어 붙인다면, 그 또 한 내가 짊어지고갈 업보일 뿐 뭐라 항변은 못할 것이다.



이 글은 내 우울함에 대한 그리고 내가 인터넷에 남겨둔 글들에 대한 짧은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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